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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n 03. 2023

멋 부리다가 발목이 골절될 뻔하였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져서 남편과 통화하였다. 퇴근하며 이마트에 들러서 스카프 드라이 맡기고 저녁거리 사가지고 가겠다고 하였다. 이마트는 학교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이다. 이마트에 가서 저녁에 먹을 소고기와 파프리카, 버섯 등을 사서 구워 먹으려고 했다. 서둘러 컴퓨터를 껐다.     


16시 30분 퇴근 시간이다.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도 껐다. 실내화를 벗고 구두로 갈아 신었다. 오늘은 치마바지를 입느라 바지가 통이 넓고 조금 길어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굽이 조금 있는 샌들을 신고 출근하였다. 샌들은 맨발로 신어야 미끄러지지 않기에 출근할 때 양말을 신지 않고 신었다. 교실에서는 양말을 신어야 해서 덧양말을 가방에 넣어 가지고 왔다.      


학교에서도 옷이 조금 불편하긴 했다. 특히 화장실에 갈 때 옷이 바닥에 끌려서 신경이 쓰였다. 옆 반 선생님께서 오늘 예쁘게 입고 출근하셨다며 퇴근하고 어디 가시냐고 하신다. 사실 퇴근 후에 약속도 없으면서 요즘 가끔 차려입고 출근을 한다. 특별하게 봐주는 사람도 없다. 그냥 아이들과 수업하고 점심에 식당에서 급식을 먹고 교실에 있다가 혼자 퇴근한다. 왠지 옷장에 있는 옷을 한 번씩 입어 주어야 할 것 같아서다. 내가 평소에 옷을 좋아하기에 퇴직 전에 옷을 많이 사 두어서 생각보다 옷이 많다. 지난번에 아름다운 가게에 보내고도 아직 많다. 그냥 내 만족이다.     


퇴근하려고 신발을 갈아 신으며 양말을 벗고 샌들을 신어야 하는데 귀찮아서 양말을 벗지 않았다. 그냥 집도 멀지 않고 신었던 양말을 가방에 넣고 가기도 별로 안 좋은 것 같아 양말을 신은 채로 샌들을 신었다. 샌들이 굽이 조금 있어서 조심해서 계단을 내려갔다.


학교 교문을 나와서 전철역 쪽으로 걸어가는데 발이 미끄러지며 갑자기 오른쪽으로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무슨 일인가 싶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른쪽 발이 샌들 밖으로 나와 있었다. 아무래도 샌들 앞부분 끈이 떨어진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앞부분 끈이 접착한 것이 떨어져서 길게 나와 있었다.      



길가로 절뚝거리며 나와서 발을 보니 참 한심스러웠다. 집에는 가야 하는데 신은 도저히 신을 수 없었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이마트는 못 들르고 택시 불러서 집으로 가야겠다고 말했다. 카카오 택시를 부르려고 앱을 찾았다. 몇 달 동안 쓰지 않았더니 전화번호로 인증 번호를 확인했다. 택시를 호출하려고 하였더니 하필이면 등록해 둔 카드가 얼마 전에 교체된 카드였다. 다시 카드 등록하고 번거로워서 조금 걸어가면 지하철역이라 택시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하철역 쪽을 쳐다보니 택시가 줄지어 있었다. 걸어가면 될 것 같았다.    

 

한쪽 신발을 벗고 맨발로 까치발을 하며 뒤뚱뒤뚱 걸어갔다. 사람들이 쳐다보았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이라 그냥 못 본 척 지나갔다. 신호등을 건너서 4~500미터쯤 가면 되는데 절뚝거리며 걸으니 그 길도 너무 멀게 느껴졌다. 발바닥이 보도블록에 닿아서 조금 아팠다.


금 생각하니 그냥 덧양말을 신고 걸으며 덜 아플 텐데 어제는 미쳐 그 생각을 못했다. 난 순발력도 참 없다. 지하철역 근처에 구두 수선하는 곳이 있는지 잠시 살펴보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다행스럽게 택시가 줄 서 있었다. 제일 앞에 있는 택시를 탔다. 행선지를 말하니 기사님도 아는 아파트라고 말씀하셨다. 한시름 놓였다.     


여자들은 구두를 신고 걷다가 가끔 뒷굽이 보도블록에 끼어서 부러지기도 한다. 드라마를 보면 가끔 그런 장면이 나온다. 아마 나도 젊었을 때 그런 경험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땐 가까운 곳에 구두 수선집이 있어서 수선해서 신고 갔던 것 같다. 지하철역이 있지만, 신발매장도 없고 구두 수선집도 없었다. 우리 집까지는 택시로 20분 정도 걸렸다. 택시 기사님이 바로 아파트 현관 앞에 세워 주셔서 무사히 집까지 왔다.    

 

생각해 보니 출근하면서 굽 있는 샌들을 왜 신었는지 한심하다. 누가 봐줄 것도 아닌데 불편하게 샌들을 신고 출근하였다. 더군다나 퇴근할 때 양말을 벗고 신었어야지 참 한심하다. 지난주에도 교회 다녀오며 내가 구두를 신어서 발이 아프다고 했더니 남편이 하는 이야기가  

   

"요즘 보면 정장 입고도 운동화 신고 잘만 다니던데."   

  

맞다. 청춘도 아닌데 그냥 편한 신발 신고 출근하면 되는데 누가 본다고 멋 부리느라고 샌들을 신었는지 후회가 된다.      


금요일엔 바지를 입고 편한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였다. 지하철을 타고 서서 오는데 편했다. 정말 멋 부리다가 발목 골절상을 당할 뻔하였다. 그래도 다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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