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원아 중 독감에 걸린 친구와 수족구병에 걸린 친구가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어린이 집에 가는 순간부터 늘 감기로 고생을 하였던 것 같다. 어린아이들이 늘 붙어서 생활하니 한 명만 감기에 걸려도 전염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어린이 집과 유치원에 아이를 보낸 부모님께서는 공감하실 것 같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지우가 큰 소리로
"할머니, 지우 연우 왔어요. 나오세요."
하며 들어온다. 부엌에서 일하다 말고 뛰어나와 안아 준다. 손자는 왜 이리 예쁜 지 모르겠다.
점퍼와 양말을 벗겨주니 오자마자 핸드폰을 찾는다.
주차하고 들어온 아빠가
"지우 연우 1주일 핸드폰 금지잖아."
한다.
집에서 1주일에 한 번 한글나라를 한다고 한다. 이번 주에 선생님께서 오셔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둘이서 재미없어서 안 한다고 공부하다가 나왔다고 한다. 손자는 둘 다 세 돌 지나고 한글을 떼어서 한글을 잘 읽는다. 외할머니께서 퇴근한 둥이아빠에게
"지우 연우, 아무래도 이번 주에 핸드폰 금지해야겠어."
그래서 핸드폰 금지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핸드폰 금지는 다음 주 수요일까지다.
쌍둥이 손자가 핸드폰을 좋아한다. 핸드폰에서 찾아보는 것은 카카오 맵이나 네이버지도에서 세계 여러 나라를 찾아보거나 아파트 등을 찾아본다. 음성검색을 하기도 하고 갤러리에 있는 사진과 동영상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유튜브를 보는 것도 아닌데 길 찾기 앱이 왜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아파트나 공원에 가면 현위치를 본다며 핸드폰을 들고 걸어간다. 현위치가 바뀌는 것을 보며 재미있어 한다. 둥이 핸드폰은 우리가 핸드폰을 바꾸면서 쓰지 않는 핸드폰을 주고 가끔 하게 한다.
주말에 쌍둥이 손자가 오면 아빠도 함께 지내지만 토요일에 아빠가 네덜란드로 출장을 가기 때문에 손자만 데려다주고 돌아갔다. 아빠가 가자마자 지우가
"할머니, 핸드폰 해도 돼요?"
라고 말한다.
잠깐 고민이 되었지만
"할머니 말 잘 들으면 조금 할 수 있어."
아빠도 할머니집에 있는 2박 3일 동안 핸드폰을 할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연우가 열이 많이 났다. 39.2도까지 올라가서 해열제를 먹이고 재웠다. 체온이 너무 높아서 걱정이 되었다.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었다. 다행히 지우는 열이 없다. 밤새 열이 내려가길 기대하며 옆에서 같이 잤다.
주먹밥을 해서 아침을 먹이고 아파트 상가에 있는 내과에 갔다. 토요일인데도 대기하는 환자가 꽤 많았다. 순서가 되어서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연우 체온을 재어보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걱정하시며 열이 많아서 코로나 검사를 해 봐야 한다고 했다.
연우는 병원 가는 것도 싫어하지만 코로나 검사는 너무 무서워한다. 기다리며 울기 시작했다. 검사하고 나온 연우를 꼭 안아 주었다. 작년 12월 말에 유치원에서 전염되어 확진된 적이 있어서 괜찮을 거로 생각하면서도 기다리는 10여 분이 지옥이었다.
다행이다. 코로나 확진은 아니었다. 진료실에 들어갔다. 목이 부었다고 한다. 약처방을 받고 계산하고 나왔다. 두 번하기 힘드니까 코로나를 한 번에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검사를 하였다고 하더니 검사비가 꽤 많이 나왔다. 그래도 확진 아닌 게 다행이다. 연우는 추가로 해열제 처방까지 받아서 돌아왔다.
점심으로 지우는 사리 곰탕면을끓여달라고 해서 할아버지가 끓여주었다. 많이 달라고 한다. 다행히 지우는 열도 높지 않고 컨디션도 좋고 밥도 잘 먹는다. 병원 다녀와서 약을 먹고 연우는 점심도 안 먹고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난 연우가 바나나를 달라고 해서 주었더니 입이 따갑다고 한다. 목이 부운 모양이다. 바나나를 잘라 접시에 담아서 포크로 먹여주었는데 겨우 달래서 반 개 정도 먹었다.
약을 먹고 열은 많이 내렸다. 틈틈이 금지한 핸드폰도 하고 퍼즐도 하고 트램펄린도 하며 놀았다. 밖에 나가 아파트를 한 바퀴 돌며 아파트 동 호수도 차례대로 확인하였는데 이사온 지 23년만에 손자 덕에 동 위치를 호수대로 알게 되었다. 2박 3일 동안 잘 있다가 일요일 저녁에 집에 데려다주고 왔다.
아이가 아프면 마음이 아프다. 대신 아파줄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싶다.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란 말이 실감 난다.
1주일 핸드폰 금지는 쌍둥이가 아픈 바람에 지키지 못했다. 할머니는 손자 편이라 아빠 없을 때 시켜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손자가 아프니 마음이 약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벌칙은 지켜야 다음에 똑같은 잘못을 하지 않겠지만 아픈 손자 편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가 손자 교육을 다 망치는 것 아닌 지 걱정이 되지만, 손자는 할머니가 자기편이란 걸 우리 집에 올 때부터 알고 있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