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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 커피와 참 반가운 만남

by 유미래

벌써 20년이 다 되었다. 2004년 2월 말에 미국 연수를 다녀왔다. 미국 동부와 서부에 있는 몬테소리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를 방문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LA와 뉴욕, 워싱턴 그리고 신시내티를 방문하였다.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몬테소리 유치원을 방문하고 중간중간에 명소도 관람하였다. 몬테소리 학교를 참 많이 방문하였다.


오랜만에 따로 한 권으로 정리해 둔 앨범을 꺼내 보았다. LA에서는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에 갔었고 워싱턴에서는 소미 소니언 박물관 군에 있는 항공 우주박물관, 링컨 기념관,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관람하고 백악관을 배경으로 사진도 촬영하였다. 뉴욕에서는 록펠러 센터, 자유 여신상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 갔었다.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참 뜻깊은 연수였다. 우리 학교가 개별화교육 연구학교였는데 교육과정 부장으로 고생했다고 교육청에서 보내주신 거였다. 2월 말 봄방학 기간에 14일 정도의 긴 연수였다.


미국에서 목회를 하는 조카가 있다. 목사님과 사모님이다. LA에 갔을 때 호텔까지 찾아와서 아침을 사 주고 갔다. 호텔 앞에 있는 햄버거집이었지만 호텔 조식보다 맛있었다. 지금은 시애틀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남편은 항렬이 높다. 나이 많은 고종 사촌들이 남편을 삼촌이라고 부르고 나를 삼촌 엄마라고 부른다. 친정엄마보다 연세가 많으신 분이 나를 올케라고 불렀다. 나는 형님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참 어색했다. 결혼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는 그 호칭이 참 이상했다. 30대에 내가 할머니가 되었다. 시아버님이 이북사람이다. 시아버님은 일찍 돌아가셔서 못 뵈었지만 여동생인 고모님이 계셔서 여러 번 뵈었다.


시고모님 아들 중에 우리 친척 중 유일한 연예인이 한 분 계시다. '목화밭'노래를 부른 '하사와 병장'중 병장이 조카이다. 조카지만 남편보다 나이가 많다. 예전에는 가끔 뵈었는데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고는 자녀 결혼식 외에는 거의 보지 못했다. 만난 지 꽤 오래되었다.


지난주에 남편에게 연락이 왔다. LA에서 아침을 사주었던 목사님 내외가 한국에 왔다고 한 번 뵙고 싶다고 했다. 목사님과 병장과는 이종 사촌지간이다. 너무 반가워서 우리 집으로 오시라고 했다. 집밥 한 끼 대접해 드리고 싶었다. 묵은지 김치찜을 매콤하게 해 드려야지 생각했는데 사정이 있어서 우리 집에 오는 건 취소가 되었고 우리가 김포 한강 신도시로 가게 되었다.



커피 캣츠 웰은 목화밭 병장이 아침마다 가는 커피숍이라고 한다. 커피가 정말 맛있다고 한다. 다른 커피숍과 달랐다. 세계 커피가 다 있는데 커피 종류만 35가지였다. 꼭 커피 메이커 같은 것이 있었는데 거기서 나라별 에스프레소를 추출해서 주문한 커피를 만든다고 했다. 특별한 것은 발아커피를 파는데 특허를 냈고 미국 식품 의약국 FDA 승인까지 받았다고 한다. 발아커피 공장이 김포 통진에 있다고 한다. 발아커피가 가격이 비싼데 이곳은 회사에서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다른 커피숍보다 커피값이 저렴하다고 했다.



발아커피는 여러 가지 영양이 포함되어 있고 카페인도 일반 커피의 40% 정도밖에 안 되어 임신부가 마셔도 된다고 했다. 컵 홀더가 너무 예뻤다.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고깃집에 가서 저녁을 대접해 드렸다. 모처럼 오셨으니 소고기를 대접했다. 고기가 연하고 맛있었다. 일곱 명이 식사하다 보니 식사값이 조금 많이 나왔지만 오랜만의 만남이라 대접할 기회가 되어 좋았다.

내일 목사님은 미국으로 가고 사모님과 딸은 한 달 정도 더 있다가 간다고 했다.


사모님 아버님도 목사님이셨는데 이제는 목회를 내려놓고 김포에 전원주택을 지어 사신다고 했다. 친정까지 모셔다 드리고 돌아왔다.


미국에서 만나고 거의 20년 만에 만나다 보니 머리도 희끗희끗하고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시애틀에 한 번 놀러 오라고 해서 한번 가려고 한다. 올해는 어렵고 내년 봄에 가면 좋을 것 같다. 그때까지 모두 건강하게 지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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