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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n 28. 2023

상속을 받았다

출처 : 네이버


내가 상속을 받으리란 생각은 안 했다. 늘 많은 재산을 조상님께 상속받는 지인들을 보며 솔직히 조금 부러웠다. 상속받은 땅에 건물을 지어 임대해주고 받은 돈으로 놀면서 좋은 차 타고 골프만 치는 지인들이 배가 아플 정도는 아니지만 부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이사 온 초기에는 사는 동네가 빈 땅이 많았다. 하지만 그 땅들은 이곳 토박이들의 땅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동네가 개발되어 아파트가 많이 들어섰다. 빌라촌도 형성되다 보니 인구가 늘어났다. 그러면서 큰 도로 옆에는 건물들이 하나씩 올라갔다. 함께 골프 연습장을 다니는 분 중에 이곳 토박이가 많다. 지어진 건물이 누구네 건물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건물을 지어 주로 임대해 주고 거주는 아파트에서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조상을 잘 만나서 물려받은 땅에 큰 건물을 지어 받는 임대료로 생활하시는 언니들을 보며 부러웠다. 노후에 가장 좋은 것이 건물 하나 있어서 임대료 받으면서 사는 것이라고 한다. 노후 걱정은 없는 분들이다. 하지만 나도 공무원 연금을 꼬박꼬박 받을 거라서 노후가 크게 걱정은 안 된다.

오히려 내가 부럽다고 말한다.     


처음에 이곳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사 온 후에 땅이라도 하나 사 두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남편은 가끔 후회한다. 그 당시에 주로 골프 치며 즐기느라고 땅 살 생각을 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우리가 이곳에서 이리 오래 살 줄 몰랐다.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팔고 수도권으로 이사를 왔기에 잠시 살다가 다시 서울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살다 보니 아이들도 다 커서 대학교 졸업까지 하고 보니 굳이 복잡한 서울로 이사 갈 필요를 못 느꼈다. 거기다가 사는 데 불편함이 거의 없었다. 아파트를 분양받고 20년이 조금 넘게 살고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참 미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동안 편하게 살았고 지금도 편안하다.   

   

요즘 서울 집값이 오르는 걸 보면 이곳으로 이사 온 것이 조금 후회가 된다. 우리는 넓은 집에서 지금 편하게 살지만, 재산을 많이 손해 보았다. 나중에 자식들에게 집을 상속하게 되는데 자식들이 손해를 많이 본 셈이다. 물론 아들 둘은 그런대로 잘 살고 있어서 이런 생각을 하진 않겠지만 부모로서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 몇십억 재산이 몇억으로 줄어들었기에 약간 아까운 생각이 든다.     


지난 2월 말에 친정엄마가 돌아가셨다. 강릉에 친정엄마가 사시던 주택이 있다. 위치는 강릉 시내이지만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하면 집값이 비싸진 않다. 우리는 삼 남매이다. 친정엄마가 사시던 집을 어떻게 할까 의논했다. 세 명 모두 팔지 말고 그대로 두고 필요한 사람이 필요할 때 사용하자고 했다. 강릉은 일부로라도 여행 가고 싶은 곳이니까 세컨드 하우스처럼 그냥 이용하자고 했다. 관리가 문제지만 큰 동생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내려가서 관리해 준다고 했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자식에게 자동으로 상속이 되는데 6개월 안에 상속 재산을 신고해야 한다고 했다. 아시는 법무사님을 통해서 상속을 진행하기로 했다. 건물과 토지 공동상속 등기를 신청해야 하는데 많은 서류가 필요했다. 돌아가신 분 서류가 아홉 가지고, 자식들은 세 가지 서류만 발급하면 되었다. 돌아가신 분 서류는 주민센터에 가면 발급해 준다.      



동생들이 서류를 발급받아서 등기로 보내왔다. 모든 서류가 갖추어져서 법무사님께 서류를 드리고 비용을 입금해 드렸다. 법무사님께서 강릉에 내려가셔서 하루 만에 업무를 다 처리하시고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전해 주셨다. 상속 비용은 주택의 공시지가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이렇게 해서 상속녀가 되었다. 물론 동생들과 1/3씩 공동상속이지만 친정엄마가 남기고 가신 재산을 상속받았다. 상속받은 집은 주택인데 아파트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재건축이 추진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재건축하면 진행하면 된다. 우리 삼 남매가 잘 사용하다가 아이들에게 물려주면 될 것 같다. 강릉에 갈 때 묶을 집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시간 있을 때 언제라도 떠나면 된다.     


이번 여름에 강릉에 가서 1주일 살기 하려고 한다. 내 이름으로 된 집이니 엄마가 계실 때처럼 편하게 지내다가 오면 될 것 같다. 친정엄마와의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라 여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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