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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l 07. 2023

플라타너스 꽃을 생전 처음 보았다


5월 초였던 것 같다. 교회 권사님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몇 분의 교구 식구들과 함께 다녀왔다. 장례식장은 근로복지공단 인천장례식장이었다. 권사님은 교회 다니며 오래전부터 알았던 분이고 교회 오케스트라 대장이기도 하다. 참 나의 플루트 선생님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플루트를 놓은 지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다시 시작한다면 권사님께 배우려고 한다. 시작해야 하는데 자꾸 미루고 있다.     


5월 6일은 토요일이었다. 우리 교구가 교회 청소 당번이어서 모여 청소를 하였다. 권사님께서 청소는 참석 못 했지만, 교구 식구들 점심을 대접한다고 해서 청소 끝나고 권사님 댁으로 몰려갔다. 짜장면, 짬뽕에 탕수육까지 중국 음식을 많이 주문해 두고 기다리셨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헤어졌는데 다음 날인 주일날 부고가 떠서 너무 놀랐다. 아버님께서 아프시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같고 대부분 잘 모르고 계셨다.     


5월 초라 길 따라 꽃들이 많이 피어있어 장례식장 가는 길이 나들이하는 것처럼 좋았다. 아카시아 꽃향기가 날아오고 이팝나무가 쌀알을 터뜨렸다. 영산홍도 한껏 뽐내고 봄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온다. 날씨도 너무 좋아서 옷차림도 가볍다. 시아버님께서 좋은 계절에 돌아가셨다.     


주차하고 장례식장에 가서 담임목사님 인도로 예배를 드렸다. 예배드리는 동안 친정어머니 장례식이 생각나서 또 눈물바다가 되었다. 눈물이 그치지 않아 계속 손수건으로 닦으며 예배드렸다. 목사님께 너무 죄송했다.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도 담임목사님께서 오셔서 임종 예배를 드려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예배를 드리며 친정엄마가 좋은 곳으로 가실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천국 가서 잘 사실 거라서 슬퍼하면 안 되는데 왜 이리 눈물이 많은 것인지 모르겠다.     


식사하며 들은 이야기로는 그동안 시아버님께서 아프셔서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버님께서 6•25 참전 용사라서 장지도 괴산호국원으로 가신다고 했다.     


문상을 마치고 장례식장을 나오는데 익숙한 나무가 보였다. 봄이라 내가 좋아하는 연두색 나뭇잎 사이로 주황색이 보였는데 플라타너스꽃이라고 했다. 그동안 무수히 플라타너스 나무를 보았지만, 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오늘 생전 처음 플라타너스꽃을 보았다. 신기하고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무 아래서 사진을 촬영하며 오래도록 올려다보았다.


플라타너스 꽃(네이버)
플라타너스 열매(네이버)


퇴직 전 근무하던 학교 옆 큰 길가에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있었다. 봄에는 연둣빛 잎이 정말 예뻤다. 여름에도 신록이 우거지고 손 같은 넓적한 잎이 시원해 보였다. 가을에는 갈색 잎 사이로 달린 동그란 열매가 귀여웠다.     


가을이 되면 학교가 비상이었다. 가로수 플라타너스 낙엽이 학교 안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쓸어도 쓸어도 감당 안 된다고 반장님이 힘들어하셨다. 구청 공원녹지과에 전화해서 나무를 잘라달라고 했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같은 구에 있는 대부분 학교에서 민원 전화를 받았을 것 같다. 나무가 커서 자르기 힘들었겠지만 몇 년에 한 번씩은 겨울에 잘라 주었다.   

  

플라타너스 열매가 달렸으면 당연히 봄에 꽃이 필 거로 생각해야 하는데 한 번도 풀라타너스에 꽃이 필 거로 생각 못 했다. 그래서 그날 본 플라타너스꽃이 신기했다. 꽃은 주황과 노랑이 섞여 있었는데 예뻤다. 꽃이 높은 곳에 피어있어서 사진을 가까이서 찍지 못해 포털에서 찾아서 올려본다.  

   

8월의 꽃 플라타너스 꽃말이 '휴식'이라고 한다. 키 크고 넓은 잎을 가진 플라타너스가 우리에게 '휴식이 필요하세요? 제 그늘로 오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올해도 학교 옆 플라타너스는 그늘을 만들고 열매를 매달고 가을에는 잎을 떨구겠지. 플라타너스 아래 보도블록이 플라타너스 잎으로 덮여 낙엽을 밟으며 걷던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이 그립다.     


내년 봄에는 플라타너스꽃을 많이 찾아보아야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동안 못 보았던 플라타너스꽃이 이제 잘 보일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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