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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l 24. 2023

시인을 만나 인생을 이야기하다


참 오랜만에 만났다. 2011년 교감으로 발령 났을 때 만나서 3년 정도 함께 근무했다. 선생님께서는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시인으로 등단했다. 첫 시집 출판 기념회 때 내가 시 낭송을 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시 낭송을 하긴 처음이었다. 거기다 교직원과 시인들이 많이 참석한 자리여서 긴장이 되었지만, 무사히 잘 마치고 잘했다고 칭찬을 받았다.


선생님께서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고 시집 2집을 출간하였다고 우편으로 보내왔다. 꾸준하게 활동하여 지은 시가 가곡으로 태어났고 3집까지 간하였다. 늘 잊지 않고 시집을 보내주어서 참 고마웠다.


카카오톡 프로필을 보고 브런치 스토리에서 필명을 검색하고 글에 댓글을 남겨주었다. 반가운 마음에 6월 초에 책 출간 소식을 전했더니 방학하고 한 번 뵙자고 해서 오늘로 약속을 정했다. 둘 다 생각보다 가까이 살고 있어서 우리 동네에서 만나기로 했다. 차로 30분 걸렸다고 한다.


참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옛날 그대로라며 서로 두 손 마주 잡고 반가워했다. 아쉬운 건 8월 말에 명퇴 신청을 했다고 한다. 요즘 평교사로 정년까지 근무하시는 분은 아주 드물다. 어렵게 교장 승진까지 하고도 중간에 명퇴하는 분도 많기에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제 퇴직하고 전업 작가로 빛나는 인생을 살겠다고 하였다. 선생님의 전업 작가로의 제2 인생을 응원한다.


함께 근무하던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첫 출판기념회도 기억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식사하고 근처에 있는 투썸으로 이동하여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마침 아이스 아메리카 무료 쿠폰이 있어서 아이스  아메리카를 시켰다. 가족 이야기, 학교 이야기, 퇴직 후에 지낼 곳에 대한 이야기로 이야기가 끊기지 않았다. 학교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유명을 달리하신 새내기 선생님을 애도하며 울컥하였다.

 

시집 출간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시집 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왜 시집을 출간해야 하는지 당위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시인으로 등단했지만 아직 시집을 출간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출판사를 통해 출간하려면 일단 자비가 많이 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출판해도 초판은 인세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재판부터 약간의 인세를 받는다고 한다.


3집까지 출판했지만 받은 것은 거의 없고 가곡 저작권료도 어쩌다 조금 받는다고 했다. 지금은 미약하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이지만 저작권료를 받으면 뿌듯하다고 했다. 나도 책 출간하고 조금씩 들어오는 인세와 헤드라잇 창작 지원금은 따로 저금하고 있다. 왠지 이 돈은 보람 있게 써야 할 것만 같다. 시집 출간을 하고 그다음에 해야 할 일 등을 자세히 알려주어 꾸준하게 시를 써온 것이 자랑스러웠다. 언젠가는 시집을 출간할 예정이라 선생님의 경험담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음에 시집을 출간할 때 꼭 추천사를 써 달라고 부탁하였다.


헤어지고 와서 지역 문인협회에 회원 신청을 먼저 하였다. 등단하였고 책도 출간했기에 자격이 있다고 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먼저 등단한 시인이기에 여러 가지 조언을 해 주었다. 오늘 선배 시인과의 만남으로 작가로서의 나를 조금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 것 같다. 형식이 뭐 그리 중요할까 생각되지만, 현실은 형식을 요구하기에 형식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입회원서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증빙서류를 메일로 보냈다. 신입회원 입회가 승인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그래도 마음은 뿌듯하다.


요즘 누가 글을 왜 쓰냐고 물으면 글을 쓰는 이유는 노후 대책이라고 말한다. 나이 들어서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글을 써서 대단한 수익을 얻지는 못하겠지만, 놀지 않고 할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퇴직하고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쓰며 지루할 틈이 없었다. 요즘 헤드라잇에도 글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글을 쓰며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리라. 부크크 책 출판 플랫폼이라는 좋은 곳도 있어서 글 쓸 힘을 얻는다.


오늘 오래전 동료였던 시인을 만나 시를 통해 인생을 이야기했다. 대단한 문학을 논한 건 아니지만 같은 길을 걸어갈 동료기에 참 따뜻했다. 34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8월 말로 교직을 떠날 후배이기에 마음이 짠하다. 정년까지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중간에 명예퇴직해야만 하는 처지가 안타깝다. 하지만 본인이 스스로 결정한 일이라 축하해 주었다. 같은 문인으로 앞으로도 연락하며 지내자고 했다. 오늘 만나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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