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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Aug 15. 2023

(서평)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러셀 로버츠 작)

-인생의 갈림길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법

 


권을 받았다. 대부분 책은 도서관에서 대출하거나 서점에서 사는 데 이번에는 그냥 받았다. 그것도 곧 시판(예약 판매일이 2023.08.21.)될 따근 따끈한 책이라서 더 반가웠다.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이다. 전작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로 30만 한국 독자들에게 ‘애덤 스미스의 삶의 지혜’를 전했던 러셀 로버츠가 이번엔 ‘불확실한 세상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법’이란 주제로 8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저자 러셀 로버츠는 현재 예루살렘에 위치한 샬렘 칼리지의 총장이자 스탠퍼드 대학교 후버연구소의 연구원이다. 매주 8만 회 이상 다운로드 되는 인기 팟캐스트 이콘토크(EconTalk)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이콘토크는 세계적 석학과 사상가들이 출연해 경제에 대해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조지메이슨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스탠퍼드 대학교, 로체스터 대학교, UCLA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올해의 교수’로 3회 선정되었다. 굉장히 유명하신 분이 쓴 책이다.    

  

책 제목을 보는 순간 호기심이 생겼다. 책을 살 때마다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제목이다. 그다음에 프롤로그를 보고 목차를 보고, 추천사를 본다. 늘 결정 장애를 겪는 나로서는 제목만으로도 참 반가웠다. 꼭 읽어보고 싶었다.      


올 초에 넷플릭스에서 ‘헤어질 결심’이란 영화를 보았다. 아마 많은 분이 보았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서 ‘서래는 헤어질 결심을 하는데 고민이 얼마나 많았을까. 꼭 그런 결심을 해야만 했을까.’ 그 슬픔이 가슴을 후볐다. 과연 서래의 결심은 옳은 결정이었을까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당신의 고민은 무엇입니까?     


〈타임 매거진〉기사에 따르면 인간은 매일 수천 개의 크고 작은 결정에 직면한다고 한다. 그 수가 하루 평균 35,000개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중에는 어떤 색 옷을 입을지 같은 소소한 문제도 있지만, 우리를 진짜 고민하게 하는 것은 결혼, 출산, 취업, 이직, 독립 등과 관련된 인생의 중대사들이다.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아이를 가질 것인가 말 것인가 같은 문제들을 저자는 ‘답이 없는 문제라고 부른다. 답이 없기에 가 보기 전에는 어느 길이 최선인지 답을 알 수 없는 것이다. 미래를 알 수 없으니 우리는 불안하고 불안하니 결정을 미룬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지금 내 나이가 60대 초중반이다. 젊었을 때는 결혼, 출산, 취업은 결심이 아니라 그냥 물 흐르듯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에게는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진로를 결정해야 했다. 강릉에서 여고를 다녔는데 공부를 전교 5등 안에는 늘 들었다. 학교에서는 S대 수학과에 원서를 넣으라고 했다. 수학을 잘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교사셨던 아버지께서는 그래도 여자 직업으로는 초등학교 교사가 최고이니 교대를 가라고 했다.


일반대에 갈 것인지 교대에 갈 것인지 갈등이 생겼다. 그때 우리 집 형편과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초등학교 교사이신 아버지의 월급은 아주 적었다. 두 살 터울로 남동생도 두 명이나 있어서 2년제 서울교대에 가면 바로 돈을 벌어서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K-맏딸이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지만, 그중의 하나는 선생님이 되는 꿈도 있었다. 담임선생님의 설득에 마음이 잠시 흔들리긴 했지만, 서울교대에 입학 원서를 넣었다. 물론 합격하였다. 살면서 아쉬움도 있었지만, 결정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마주한 수많은 갈림길에서 내린 나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도 늘 내가 한 결심이 바른 결정이길 간절하게 바라며 살았다.   

   

답이 없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 책에서 저자는 답이 없는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주려고 노력한다. 정답이 없기에 방법을 찾아가는 길이 험난하다. 저자는 답이 보이지 않을 때 방향을 잡아가는 생각법, 인생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필요한 삶의 태도, 언제 버티고 언제 그만둘지를 아는 용기 등 거친 세상에서 비틀거리지 않고 대처하는 다양한 방법을 들려준다. 또한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고민거리로 가득한 이 세상이 점차 아름다워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답이 없는 문제를 앞에 두고 고민하는 찰스 다윈의 이야기를 통해 답답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렸다. 결국 ‘잘 산 인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공감하게 되었다.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주면서도 결코 유머를 잃지 않는 저자의 재능은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무거운 책일 거로 생각했는데 무겁지 않았다. 자기 계발서인데 때론 에세이처럼 가볍게 읽히기도 한다. 찰스 다윈의 결혼 결정 과정도,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의 108명 구혼자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다. 읽으며 나도 모르게 미소 지어졌다.


2017년 3월 1일 자로 초등학교 교장이 되었다. 교장으로서 가장 어려운 일이 어떤 것을 결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과 규정이 있으면 그 규정과 원칙에 따르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교장이 마지막에 결정해 주어야 한다. 결정을 잘못 내려주면 많은 사람이 힘들어진다. 결정을 한 만큼 책임도 따른다. 나는 기준을 정해 두었다. 첫째는 그 일이 학생을 위한 일인지 생각해 보게 했다. 둘째는 담당 선생님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다. 그 일에 관한 한 담당자가 가장 잘 알고 일을 추진하는 것도 담당자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정말 결정하기 어려운 일은 관련된 부장 선생님들과 협의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다 보면 장단점과 문제점이 나온다. 그렇게 결정한 일은 잘못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책 속에는 수많은 명언이 숨어있다. 책을 읽으며 꼭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었다. 정말 한 문장 한 문장을 귀하게 생각하며 읽었다.   

자녀를 가질 것이냐, 말 것이냐 같은 문제를 나는 ‘답이 없는 문제’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인생의 갈림길 같은 것이다. 어느 쪽이 옳은지도 분명하지 않고, 이 길이 아닌 저 길을 택했을 때의 기쁨과 고통이 무엇일지 끝까지 알 수 없으며, 여기서의 내 선택이 ‘나’라는 사람을 규정하고 앞으로 내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지를 결정한다. 답이 없는 문제들은 인생을 살아가며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중대한 결정들이다.  - p.16     


무엇이 나에게 최선인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나’는 다음 중 어느 쪽인가? ‘지금의 나’인가, ‘나중의 나’인가?  - p.46     


이런 것들은 답이 있는 질문이 아니다. 이런 것들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하고, 맛보고, 음미해야 할 ‘미스터리’다. 세상천지에는 당신이 자기만의 철학 안에서 꿈꾸는 것들, 살아가면서 저기쯤 있을 거라고 기대할 수 있는 것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있다. 인생에는 내비게이션이 없다. 다만 당신이 만들어 가는 하나의 공예품으로써의 당신 자신을 계속해서 다듬는 것은 가능하다. - 247

    

이 책을 오래전에 읽었다면 지금보다는 더 후회 없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불확실한 현대를 사는 우리는 많은 것을 결정하며 살아야 한다. 결혼, 출산, 취업, 이직, 독립 등과 관련된 인생의 중대사들을 늘 결정해야 한다. 이제 누구든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책을 옆에 두고 어려운 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 제2 인생을 살아갈 나에게도 청년 못지않게 인생 책이 될 것 같다.


지금 내 나이는 결혼을 결정해야 하고 커리어를 결정해야 하는 나이는 지났다. 하지만 남은 인생도 잘 살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답을 얻은 것 같다. 분명 올해는 작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리라.


인생은 당신이 쓰면서 동시에 읽고 있는 한 권의 책과 같다. 결말이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당신만의 계획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대한 책이 되려면 음미하고. 곱씹고, 소화하는 중간 과정이 필요하다. 읽고 나면 인생이 바뀌는 책처럼 말이다. 우리는 하나, 어쩌면 두세 개의 플롯이 꼬일 것을 예상해야 한다.  - p.239


책장을 덮으니 위 문장이 마음을 잔잔하게 어루만져 준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우선 이번 주말에 올 작은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려고 한다. 아직 30대 중반이니 인생에서 결심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 이 책이 가이드 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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