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토요일 11시 30분이 셋째 손자 준우의 돌잔치였다. 며칠 전부터 며느리와 통화하며 준우 컨디션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준우 컨디션은 좋은데 넘어져서 이마 가운데에 멍이 조금 들었다.
이상하다. 아이들은 꼭 행사를 앞두고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열이 나거나 아프다. 준우 아빠 큰아들도 돌 때 감기에 걸려서 고생했다. 아기들은 머리가 뜨거워지면 그다음에 재주 한 가지가 늘어난다고 한다. 다행히 준우는 돌날에 이마 멍이 거의 사라졌다.
쌍둥이 손자와 작은아들이 금요일 저녁에 와서 우리 집에서 잤다. 둥이가 토요일 아침에 6시가 되기도 전에 깼다. 할머니 일어나라고 재촉한다. 우유를 먹이고 아침은 멸치 김밥으로 간단하게 먹였다. 우리도 간단하게 아침 먹고 9시 30분에 출발하였다. 날씨도 준우 돌잔치를 축하해 주는지 좋았다. 출발하면서 마음이 상쾌했다.
돌잔치 장소가 안산이라 집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둥이네 차가 카니발이라 한 차로 출발했다. 가면서 투썸에 들러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샀다. 둥이는 차 타는 것을 좋아한다. 창밖으로 아파트도 보며 신났다. 주말이라 길이 조금 밀렸지만, 서 있지는 않고 앞으로 천천히 이동하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가을이 조금씩 다가옴을 느낀다.
큰아들이 수원에 살고 있어서 돌잔치를 '마이어스 안산'에 예약하였다. 안산은 처음 가는데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가로수로 많이 보였다. 마이어스 안산에 도착했다. 주차하고 지하로 내려가 예약한 시드니방을 찾았다. 지우가 호주 시드니라고 말한다. 여기저기 한복 입은 엄마 아빠가 보인다. 여기가 돌잔치 전용구장 같았다. 돌잔치 전용룸이 10개가 있다고 한다. 굉장히 넓은 곳에 방마다 사람이 꽉 찼다.
도착하니 사돈이 벌써 와 계셨다. 인사드리고 자리를 잡았다. 돌잡이 이벤트 상자 돌잔치 예상 물건에 번호를 넣었다. 돈, 청진기, 판사봉, 골프공, 마이크 등 여러 가지다. 골프공에 넣을까 하다가 왠지 돈을 잡지 않을까 해서 돈 상장에 번호를 넣었다. 남편과 작은아들은 골프공에 넣었다고 했다.
드디어 돌잔치가 시작되었다. 결혼식처럼 준우가 태어나서 1년 동안의 사진을 영상으로 보았다. 정말 많이 컸다. 사회자가 분위기를 띄우느라 퀴즈를 내고 준비해 둔 상품을 드렸다. 이어서 돌잔치 하이라이트인 돌잡이를 하였다. 모두 궁금해했다. 손님들이 동시에
"준우야, 잡아라."
를 외쳤다.
준우 아빠는 건강하게 살라고 실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했고, 엄마는 역시 돈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빠가 돌잡이 상자를 좌우로 흔들며 준우가 뭘 잡을까 지켜보았다. 손님들의 눈이 모두 준우에게 집중되었다. 숨죽이며 기다렸는데 아뿔싸 준우가 골프공을 잡았다. 피는 못 속인다고 했던가. 엄마 아빠가 프로골퍼이니 마음이 골프공으로 향한 것일까. 참석한 모두가 '역시' 하며 한바탕 크게 웃었다.
돌잡이 알아맞히기 이벤트에서 골프공에 번호를 넣은 분이 다섯 명이었다. 남편도 골프공에 넣었다. 다섯 명 중에 뽑힌 번호가 둥이 아빠였다. 지우가 나가서 1등 선물을 자랑스럽게 받아 왔다. 신났다.
준우 아빠 인사말로 식이 끝났다. 식이 끝나고 식사 시간이다. 이곳은 뷔페 레스토랑이라 넓은 홀에 많은 종류의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음식 종류가 많았고, 곳곳에 요리사가 상주하며 즉석에서 음식을 만들어 주었다. 나는 둥이 먼저 밥 먹이고 천천히 점심을 먹었다. 돌잔치를 비롯해서 가족 행사가 많아서 사람들이 많았다. 돌잔치에 와 주신 분이 가족과 지인, 친구들이라서 복잡했지만, 식사도 잘하고 돌아가셨다.
며느리가 답례품도 꼼꼼하게 준비하고 고생이 많았다. 나중에 며느리가
"어머니, 결혼식보다 더 힘들었어요."
라고 말해서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음을 느낀다. 엄마 아빠 노릇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