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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Nov 02. 2023

다섯 살 쌍둥이 손자와 놀면 하루가 짧다

5년 동안 이어진 주말 손자 육아


다섯 살 쌍둥이 손자가 있다. 주말마다 쌍둥이 손자를 돌본다. 6개월부터 돌봐 주었으니 벌써 5년이 지났다. 손자는 매주 금요일에 우리 집에 와서 2박 3일을 보내고 일요일 저녁에 간다. 주변에서 일하는 분이 주말까지 손자를 돌보니 대단하다고 한다. 힘들지 않냐고도 한다.


물론 힘들다. 손자가 오면 모든 것이 손자 중심으로 돌아가기에 개인적인 일은 할 수 없다. 힘들지만 손자가 주는 기쁨이 더 크기에 힘든 줄도 모른다. 손자를 자주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함께 놀고, 함께 밥 먹고, 함께 잠도 자다 보니 주말에 손자 돌보는 일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주말에 며느리가 육아에서 벗어나 충전하길 바란다.


 손자를 돌보며 손자 물건이 많아진다. 거실에 트램펄린이 있다. 가장 오래 사용하는 놀이기구다. 그네, 미끄럼틀은 세 살까지 놀다가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 요즘 둥이는 '한국을 빛낸 100인의 위인들' 노래에 빠졌다. 3절까지 100인을 다 외워서 노래 부른다. 유튜브를 틀고 트램펄린에서 뛰며 신나게 노래 부른다.



트램펄린에서 뛰다가 힘들면 블록을 가지고 논다. 쌍둥이 손자는 숫자를 좋아한다. 숫자 배열을 다 알아 만 자리까지 다 안다. 오늘은 블록으로 숫자를 만들어 본다. 나름 색깔도 규칙을 만들어 끼운다. 일곱은 항상 무지개색으로 만든다. 1부터 22까지 만들고 보니 숫자 2가 부족하여 마지막 2는 종이에 써서 오려주었다.



놀다 보니 밖에 나가고 싶어 한다. 쌍둥이 손자는 '아파트 한 바퀴 돌기'를 좋아한다. 아파트가 101동부터 119동까지 있다. 신나게 뛰어가다가 보도블록에 걸려 넘어졌다. 손가락이 살짝 까져서 피가 나고 무릎도 아프다고 한다. 피난다고 아파트가 떠나가게 운다. 집으로 들어가서 소독하고 밴드를 붙여주었다.


다행스럽게 무릎은 빨개지기만 하고 상처가 안 났다. 아프다고 나가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가자고 한다. 먼저 아파트 101동으로 간다. 확인하고 102동, 103동을 지나 104동으로 왔다. 104동에는 놀이터가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이 둥이는 놀이터로 향한다. 그네 두 대에 한 명씩 타고 밀어달라고 한다.


두 명을 밀어주려면 할머니가 근력이 있어야 한다.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다. 할아버지와 함께 나오면 한 명씩 책임지면 되는데 오늘은 나 혼자 데리고 나왔다. 그네 몇 번 타고 미끄럼도 타다가 105동을 찾아갔다. 차례대로 돌다 보니 108동 놀이터에 도착하여 한바탕 놀고 다음 동으로 이동한다.


점심시간이다. 점심에는 사리 곰탕면을 끓여달라고 한다. 쌍둥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쌍둥이 손자는 입이 짧다. 과일도 잘 안 먹고, 그저 밥과 치즈, 우유 정도를 먹는다. 지난주에 한 개를 삶아서 나눠 주었더니 더 달라고 했다. 오늘은 사리 곰탕면 두 개를 끓였다. 스파게티 먹을 때처럼 포크로 돌돌 말아서 잘 먹는다.

"우와!" 사리 곰탕면 1개씩 다 먹는다.


점심 먹고 핸드폰을 잠시 하였다. 핸드폰 기능은 어찌 아는지 나보다 손이 빠르다. 핸드폰을 바꾸면서 쓰던 핸드폰을 손자에게 하나씩 주었다. 주로 카카오맵이나 네이버 지도에서 아파트를 찾는다. 아파트 찾아보는 것이 왜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다른 동네에 있는 아파트도 찾아보다 보니 잠실에 있는 아파트 이름도 안다. 롯데 타워에 갔을 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며 아파트 이름을 말해서 깜짝 놀랐다.


러다가 음성 검색으로 원하는 것도 찾아본다.

언제 다운로드했는 게임도 한다. 아이들이 앞으로 살 세상은 핸드폰 없이는 안되기에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하게 한다. 집에서는 저녁을 다 먹으면 하는데 우리 집에 오면 점심 먹고도 잠시 한다. 주말이니까.


이제 칠판에 그림도 그려본다. 칠판에 아파트도 그리고 하기 공부도 한다. 오늘은 둘째가 봄에 다녀온 롯데타워를 그렸다. 123층 탑도 그린다. 그림을 그리고 한글로 롯데타워라고 쓴다. 쌍둥이 손자는 세 돌 지나면서 한글을 읽었다. 쓰는 것은 다섯 살 되면서부터 시작하였다.



다섯 살 쌍둥이 손자는 그림 그리기에 싫증이 나면 알파벳 카드를 가져온다. 알파벳은 유튜브를 보면서 익혔다. 그러다가 세계 국기에 빠져서 나라 이름을 영어로 다 읽더니 저절로 파닉스가 되었다. 영어 단어를 보면 비숫하게 읽는다. 영어 공부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키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다섯 살 쌍둥이 손자와 놀다 보니 하루가 다 지나간다. 하루가 짧다. 이제 저녁 먹고 양치하고 잘 준비한다. 자기 전에 빨리 자기 싫으면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책을 여러 권 가져오며 다 읽고 잔다고 한다. 쌍둥이 손자와 셋이서 한 쪽씩 돌아가며 읽는다. 그러다 읽기 싫으면 할머니가 읽어 달라고 한다.  


쌍둥이 손자가 핸드폰보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길 바라지만, 억지로 할 수는 없다. 어른들이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쌍둥이 손자가 예쁜 꿈 꾸며 오늘도 잘 자기를 기도한다.


이번 주말에도 다섯 살 쌍둥이 손자와 잘 놀았다. 손자가 할아버지 집에 오는 걸 좋아해서 다행이다. 할머니와 노는 것을 좋아해서 행복하다. 이번 주말에도 다양한 놀이를 하며 잘 놀고 갔다. 우리 집에서 놀면서 다치지 않기를 늘 바란다. 손자가 집에서나 유치원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내길, 지혜롭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아이로 자라길 기도한다.


손자가 있어서 참 행복하다. 쌍둥이 손자라 행복도 두 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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