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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Sep 07. 2024

22년 차 편집기자가 전하는 '읽히는 제목 뽑는 법'

(서평) 신간 최은경 기자의 <이런 제목 어때요?>

책 표지

《이런 제목 어때요》는 <오마이뉴스>에서 22년째 편집기자로 몸 담고 있는 최은경 기자님의 신간이다. 나도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어서 책 출간이 무척 반가웠다.


2023년 8월 중순에 처음으로 시민기자가 되었다. 브런치 스토리에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도전기'를 읽고, 처음에는 '내가 기사를 쓸 수 있을까?'자신이 없어 망설이다가 '그래, 한번 해 보자.' 하며 용기를 내보았다.


시민기자가 되고 처음에는 기사 쓰는 일이 서툴러 헤맬 때 기사의 틀을 잡아주고, 제목도 읽히는 제목으로 늘 바꾸어 주신 편집기자님이   저자이다. 즉 내가 시민기자로 1년 동안 꾸준하게 글을 쓸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신 분이다.


시민기자로 활동한 1년이 나에게는 퇴직 후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기사를 썼다. 1년 동안 100여 편의 기사를 썼으니 정말 성실하게 썼다(참고 글 : 시민기자 1년,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다). 기사를 쓰며 늘 고민이 되었던 것이 제목 짓기였다. 기사로 채택된 90여 편 중 가끔은 내가 쓴 원 제목으로 기사가 발행되기도 했지만, 65편 정도는 편집기자님께서 늘 멋진 제목으로 바꾸어 주셨으니 대부분의 기사를 편집기자님께서 제목을 다시 뽑아주셨다는 말이 맞겠다.


"기자님이 뽑아주신 제목으로 최고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글을 읽고 싶게 만드는 제목이었어요.”

“흥미롭고 깔끔한 제목이에요.”

“제 취향 저격 제목이에요.”

“제목으로 글까지 달라진 기분입니다.”


저자는 시민기자들의 후기와 댓글을 읽으며 기자들이 제목 짓기에 고민이 많음을 느꼈다. 글쓰기는 혼자 쓰면서도 혼자 쓰는 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가 글을 쓰면 편집기자가 첫 번째 독자가 되어 제목을 고민해 주고 그다음에 독자가 글을 읽으며 마음을 나누어주기 때문이다. 기사 제목 짓는 법을 알려달라는 누군가의 말 때문에 책으로 쓰게 되었다고 한다.


고민이 되는 제목 짓기


제목을 보자마자 '이거 내 얘긴가? 혹은 이 제목 쓴 사람 내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왔나?' 혹은 '들으라고 하는 말인가?' 혹은 '귀신이네'같은 반응을 부르는 문장들이 그렇다. 나에게도 그런 종류의 글이 있다. 그것들은 대부분 내가 지금 고민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제목인 경우가 많았다. -p.124


내가 쓴 기사 중 가장 인기 있었던 기사는 '나이 들면 어디서 살까... 60, 70대가 이구동성으로 외친 것'인데 추천 수 226, 조회수 18만 이상을 기록했다. 내가 쓴 처음 제목은 '나이 들면 어디서 살까? 지인들의 생각은 이랬다'였는데 편집 기자님께서 수정해 준 기사 제목 덕을 톡톡히 보았다. 60, 70대 시니어들이 댓글도 많이 달아주셨다. 이처럼 타깃 독자가 있는 제목도 때론 많이 읽히는 제목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인기 기사는 최근에 쓴 '물컹한 가지무침, 꼬들꼬들하게 먹는 법'으로 추천 수 128, 조회수 11만 5천 회를 기록했다. 처음 제목은 '가지, 이제 찜기에 찌지 마세요'였는데 편집기자님께서 수정해 주신 제목이 훨씬 구체적이고 호기심이 느껴진다. 특별한 요리 글이 아닌데도 인기 글이 되었다. 이 글을 쓴 나도 여름 내내 꼬들꼬들한 가지무침을 만들어 먹었다. 


위 '가지' 글 제목처럼 제목에 의성어나 의태어를 넣으면 독자를 자극시키기도 하고, 표현을 반복하는 것은 강조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즉 오감을 동원해서 표현한 내용을 제목에 보여주거나 들려주면 새롭고 재미있어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글을 쓸 때 제목을 먼저 지어놓고 쓴다. 하지만 원 제목이 마지막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글을 쓰는 중간중간 제목을 자주 바꾼다. 어떤 때는 원 제목과 아주 다른 제목으로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 너무 제목에 몰입하다 보면 글의 방향이 다른 곳으로 갈 때가 있다. 처음에 쓰려고 했던 순수한 글이 아닌 인기 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이상한 글이 될 때도 있다. 즉 배가 산으로 가는 꼴이다. 이런 점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편집기자가 글쓴이의 제목을 손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글쓴이가 정성을 다해 취재하고 공들여 쓴 좋은 글을 더 많은 독자가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서다. 내가 편집한 기사가 영향력 있는 글이 되고, 많은 공감을 얻을 때 일하는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하지만 감동도, 공감도, 정보도, 새로움도 없는 글을 제목으로 어필하기는 어렵다.  -p.39


이 책을 읽으며 편집기자들이 기사를 읽고 좋은 제목을 뽑기 위해 이렇게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는 줄 몰랐다. 어쩌면 취재한 나보다 기사를 더 공들여 읽고 제목 뽑기에 신경 써 주시는 것 같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시민기자 1년이 지났다. 그동안 기사를 쓰면서 제목을 고민하긴 했지만, 편집기자님처럼 총체적으로 고민하진 않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이제부터 제목을 지을 때 잘 읽히는 제목이 되도록 기사의 내용도 충분히 반영하고, 기사의 길이, 시사성, 다른 기사와의 차별성, 독자의 호기심 등을 좀 더 깊이 생각해서 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기사부터 잘 써야 함은 당연하다.


나는 책을 살 때도 제목을 가장 먼저 확인한다. 제목에서 흥미가 느껴지면 50%는 이미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런 제목 어때요>는 편집자나 기자만이 아니라 요즘은 SNS나 블로그 등에서 ‘제목’이 팔 할은 먹는 시대니, 제목 뽑는 일로 고민인 분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이 책은 가볍게 읽기보다는 2~3번 정독하면 좋을 것 같다. 나도 몇 번 더 읽을 예정이다. 책 속에 보물 찾기처럼 읽히는 제목 뽑기 꿀팁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기사를 쓰는 사람이나 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제목 뽑기 팁을 보물 찾기처럼 아서 앞으로 많이 읽히는 기사를 쓰길 응원한다.


제목은 독자가 작가의 생각으로 들어가는 첫 번째 문이다. '열어볼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 앞에서 나는 좋은 문지기가 되고 싶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또 한 가지 바람은 제목을 보고 글을 읽은 독자가 '이런 글 나도 한번 써 볼까? 하는 마음을 품는 것이다.'라고 한다. 이 말이 나도 크게 공감이 된다.


이 책을 읽고 조사 하나, 단어 하나, 서술어 하나, 문장 순서에 따라 미묘하게 맛이 달라지는 게 제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독자가 문을 열고 글 속으로 망설이지 않고 들어올 수 있도록 글과 제목에 공을 들여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 책은 초보 기자인 나에게 정말 유익한 책이 되었다. 딱딱한 주제 같지만, 그동안의 편집기자의 경험과 에피소드가 담겨있어 글이 정말 잘 익힌다. 나처럼 글을 쓰며 오늘도 읽히는 제목, 자를 끌어당길 제목을 고민하는 분들은 망설이지 말고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한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책동네에도 실렸습니다.


https://omn.kr/29z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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