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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Oct 04. 2024

노인의 날이라 더 의미 있었던 출판기념회

'80 인생, 첫 책이 나왔다'며 눈물 글썽이는 어르신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노인의 날에 서구노인복지관에서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그래서 더 의미 있는 행사가 되었다. 출판기념회는 유명 작가나 정치인만 하는 줄 알았다. 평범한 노인복지관 글쓰기반에서 시니어들이 쓴 글로 출판기념회를 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출판기념회는 이번에 인천 서구도서관 '시민저'에 여한 9기관이 함께 하기에 우리 노인복지관이 아닌 조금 떨어진 서구노인복지관에서 진행되어 지하철로 이동해야 했다. 노인복지관에서 나이 많은 노인들을 배려해 주어 아침 8시 40분에 노인복지관에 모여 복지관 차로 이동시켜 주었다. 편하게 행사장에 도착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


노인복지관에서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글쓰기 반에서 수업에 참여했다. 작년까지는 하나였던 글쓰기 반이 회원들의 요청으로 초급과 중급으로 나누어지면서 2시간 수업을 올해부터 1시간 10분으로 줄여서 하였다.


그 시간에 15명의 회원이 쓴 글을 나누기에는 너무 짧아서 아쉬움을 느끼던 차에 서구도서관에서 '찾아가는 시민저자학교' 글쓰기 프로그램을 우리 노인복지관에 위탁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수업에는 대부분 글쓰기 중급반인 우리 반 회원들이 참여하게 되었다.


오전에 중급반 수업 1시간 10분을 하고, 점심 식사 후에 서구도서관 프로그램 2시간 수업을 12주 동안 하였다. 글쓰기에 참여한 분들은 60대와 80대도 몇 분 계시지만, 대부분이 70대 시니어들이었다. 부부도 있으셨다. 나이 들어 부부가 함께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이 정말 좋아 보였다.


수업에 참여한 시니어분들이 얼마나 글쓰기에 열정을 다하시는지 강사님께서 매주 내주는 글쓰기 숙제를 거의 다 제출하셨다. 본인이 써 온 글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다른 분이 쓴 글을 듣고 소리 내어 웃기도 하며 글쓰기 반 시니어분들은 나이는 다르지만, 오래 알았던 친구처럼 가까워졌다.


"글쓰기 하며 오랜 세월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아픔이 치유되었어."

"글쓰기 하며 요즘 일상이 즐거워."

"글쓰기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어 글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해."


처음에는 글쓰기 반 수강생들이 글감을 찾지 못해 고민이 많았다.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글쓰기 수업이 진행되면서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그동안 잊고 살았던 일들이 툭 튀어나와 지난날을 돌아보게 되어 또 한 편의 나의 글이 완성되었다.


수업이 흐를수록 글감 찾기 고민은 하지 않게 되었다. 수강생들이 쓴 글 자체가 참 아름다운 인생 책이 되었다. 글 속에는 부모님 이야기, 부부 이야기, 어린 시절 이야기, 자식 이야기, 친구 이야기, 손주 이야기 등 글감이 푸짐해졌다.


그렇게 12주 동안 쓴 글로 서구도서관에서 책을 내주신다고 했다. 쓴 글 중에서 각자 다섯 편씩 골라서 강사님께 제출하고 1학기 수업이 끝났다. 수업 마지막 날에는 복지관 앞에 있는 설렁탕집에함께 점심 식사하며 헤어짐을 서운해했다.


출판기념회장에 도착하니 입구에 '찾아가는 시민저자학교'에 참여한 9개 기관의 작품집이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 노인복지관 작품집은 《내 인생의 78페이지》 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 제목은 78세이신 여자 회원님이 쓰신 글 제목이다. 제목만 보아도 가슴이 뭉클해졌다. 



작품집을 보시며 어르신들이


"정말 내 글이 책으로 나올 줄 몰랐어."

"내 팔십 인생 첫 책이네. 표지만 봐도 너무 떨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네. 내가 자랑스러워."


하시며 모두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여든 살 어르신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자리를 뜨지 못하셨다. 나도 책을 출간해 보아서 그 기분을 안다. 첫 책이 나와서 받아보고 포장을 뜯던 손이 왜 그리 떨리던지 그때가 생각났다.



출판기념회는 식전 행사로 서구노인복지관 어르신 합창단의 합창으로 시작되었다. 나이 들어 머리가 희끗희끗한 분들도 계셨는데 검정 긴 드레스를 입은 여성 시니어들이 정말 아름다웠다. 여성보다 인원은 적었으나 흰색 턱시도에 나비넥타이를 한 남성 시니어분들도 멋있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과 '아름다운 나라' 두 곡을 불렀는데 정말 아름다운 하모니였다. 식전에 합창단으로 참여하신 예전 모임의 언니가 리허설하고 내려오시다가 의자에 앉아있던 나를 보시고 인사해 주셔서 정말 반가웠다. 이런 자리에서 우연히 만나서 더 반가웠던 것 같다.


이번 출판기념회는 인천광역시 서구도서관 주체로 이루어져서 내빈으로 인천광역시 교육감님이 참석하셨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기관의 대표에게만 꽃다발과 책을 전달해 줄 거로 알았는데 시민저자 모두에게 무대에서 한 명 한 명 책과 꽃다발을 전달해 주셔서 감동이었다. 물론 단체 기념사진도 함께 찍었다.



출판기념회에서 저자 사인회는 하지 않았지만, 정말 의미 있는 날이었다. 꽃다발과 책을 받고 기념 촬영하며 올해 만 65세로 노인이 된 나는 '노인의 날'인 오늘 뜻깊은 축하를 받은 것 같다.


앞으로도 나라에서 시니어들의 글쓰기를 활성화해 주어 노인들의 마음 건강을 잘 챙길 수 있게 해 주길 기대해 본다. 글 쓰며 노인 우울증이 치유되었다고 하시는 분이 많다.


인천에는 419개의 도서관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마을에 있는 도서관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노인복지관의 시니어분들에게 기회를 주어 내년에도 두 번째 출판기념회에 참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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