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설 《흰》(문학동네 출판)을 읽고
강보, 베내옷, 소금, 눈, 얼음, 달, 쌀, 파도, 백목련, 흰 새, 하얗게 웃다, 백지, 흰 개, 백발, 수의
p.9(작가가 만든 흰 것의 목록)
눈보라
몇 년 전 대설주의보가 내렸을 때였다. 눈보라가 치는 서울의 언덕길을 그녀는 혼자서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우산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눈을 제대로 뜰 수도 없었다. 얼굴로 몸으로 세차게 휘몰아치는 눈송이들을 거슬러 그녀는 계속 걸었다. 알 수 없었다. 대체 무엇일까. 이 차갑고 절대적인 것은? 동시에 연약한 것, 사라지는 것,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이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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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 눈보라, 첫눈, 흰 천, 안개, 구름, 소금, 각설탕, 흰돌, 흰쌀밥, 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