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손자가 돌이 되었는데도 아직 걸을 생각은 안 한다. 걸음마 보조기를 잡고 걷긴 하는데 놓으면 걷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큰아들은 돌 전에 걸었고 작은아들도 돌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걸었는데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러다가 15개월 되었을 때 큰 손자가 한두 발짝 떼더니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두 손을 들고 넘어질 듯 걷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며 손이 차츰 내려왔다.
아이들은 기다리면 된다. 부모가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려주면 조금 느려도 때가 되면 다 한다. 아이에 따라서 뒤집기 하는 것도, 기는 것도,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차이가 나지만 나중에 보면 다 잘한다.쌍둥이 주말 육아하며 깨달은 진리다.
쌍둥이 손자가 걷기 시작하며 여름이 되었다. 남편이 베란다에 미니 풀장을 만들어 준다며 공기를 넣으면 부풀어 물을 넣을 수 있는 커다란 튜브를 샀다. 공기주입기도 사고 화장실에서 온수를 넣어야 하기에 긴 호수도 샀다. 물을 빼는 것도 뚝딱 만들었다.남편 손이 요술 손이다.
우리 집 베란다에는 화분이 많다. 거의 베란다를 다 차지한다. 화분을 옆 베란다로 옮기고 풀장 만들 자리를 마련했다. 미지근한 물을 받아 채우고 풀장에 공과 장난감도 넣어주었다.
쌍둥이 손자 목에 목 튜브를 끼워주고 팬티만 입혀서 물에 넣어주었다. 잘할까 걱정했는데 쌍둥이 손자가 물속을 걸어 다니며 공과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평소에 목욕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물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맞았다.
그때부터 주말에 손자가 오면 하루에 한 번 '우리 집 수영장'을 개장했다. 물놀이가 반복되면서 쌍둥이 손자는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도 누워서 첨범첨벙 물장구를 치며 잘 놀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할아버지가
"야간 개장도 해야겠어."
하며 기뻐했다.
베란다 풀장은 물 채우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물 빼는 데는 시간이 더 걸렸다. 물을 뺀 후에 튜브를 깨끗이 닦아서 베란다 빨래걸이에 말려야 해서 힘이 들었는데도 남편은 즐거운 마음으로 주말마다 풀장을 개장했다.
그해 여름, 이렇게 주말에 집에서 수영을 하던 쌍둥이 손자를 데리고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갔다. 내가 회갑이 되어서 기념해 준다며 큰아들과 작은아들 가족이 다 같이 갔다. 그때는 큰아들이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 여자 친구가 제주도에서 일하고 있어서 함께 만나 식사도 하였다.
비행기에서 쌍둥이 손자가 울지 않고 잘 갈까 걱정이 되었다. 제일 앞자리 좌석인 레그룸 좌석을 예약해서 손자를 안고 서 있기가 좋았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는 작은 손자는 내가 안고 자리에 앉아있었고 이륙한 후에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며 재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손자 둘이 모두 잠들어서 비행은 순조로웠다.
제주도에서 예약한 리조트에 짐을 풀고 다 같이 수영장에 갔다. 실내풀과 야외풀이 있어서 먼저 실내풀을 이용했다. 수영장 물이 손자가 놀기에는 조금 깊어서 무서워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수영복을 입히고 목 튜브를 해주고 쌍둥이 아빠가 데리고 수영장에 들어갔는데 쌍둥이 손자가 신기하게 수영하며 잘 놀아서 모두 깜짝 놀라 환호해 주었다. 안심되어 튜브를 태워주며 신나게 놀았다.
우리 집 베란다 풀장에서 놀았던 것이 바로 넓은 수영장에서도 무서워하지 않고 적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쌍둥이 손자가 어찌나 기특하고 예쁜지 자랑스러웠다.
자동차 박물관에서
3박 4일의 제주 가족 여행은 손자가 어려서 주로 맛집 투어로 계획했다. 에코랜드, 자동차 박물관 등 몇 군데는 돌아보았으나 무리하지 않고 여유 있게 다니며 예약한 음식점에서 식사하였다. 그때가 손자가 18개월쯤 되었을 때인데 이유식을 가지고 다니며 음식점에 부탁해서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이며 여행을 이어갔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여행하려면 부모가 힘들다. 아이들에게 맞출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라 이번 가족 여행은 무리하지 않고 여유 있게 다니며 즐겼다.
쌍둥이 손자와 다녀온 첫 번째 여행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머리숱이 적어서 머리카락을 다 밀어주었었는데 사진을 보면 여름이어서 시원해 보이고 귀여웠다.
우리 집 풀장 덕분이었는지 쌍둥이 손자는 물을 좋아한다. 여름이면 키즈 풀 빌라로 휴가를 가는데 이제는 잠수도 하고 튜브를 가지고 놀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아기 때 우리 집 베란다 풀장에서 목 튜브하고 수영하던 손자가 생각난다.
요즘 쌍둥이 손자가 내준 할머니 숙제를 하고 있습니다. 쌍둥이 손자 이야기로 책을 출간(가제 :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 7년)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글이 몇 편 모자라서 책에 들어갈 글을 추가로 써 보았어요. 이 때는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기 이전이라서 몇 편을 요즘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