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에서 20년 넘게 살고 반려 식물 키우며 얻는 행복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 지났지만, 이번 주 내내 한파로 영하의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6일에는 운동 가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이 쏟아져서 나가지 못했다.
7일(금)도 전국이 영하권이고 내가 사는 인천은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나 되었다. 금요일 밤부터 중부 지역에는 또 눈이 오고 춥다고 하니 주말 외출 계획이 있는 분들은 눈길을 조심해야겠다.
요즘 바깥은 한파주의보로 추워 아직 한겨울 같고 봄이 올 것 같지 않다. 나무도 헐벗어서 가지만 앙상한데 우리 집 베란다는 초록초록하여 벌써 봄이 온 듯 싱그럽다
나는 같은 아파트에 25년째 살고 있다. 이사 와서 화분을 하나둘 사서 키우다 보니 베란다에 화분이 많아졌다. 동양란 화분은 승진할 때 지인들이 보내 준 것이 대부분인데 키운 지 10년이 넘었다. 보통 1월에 난꽃이 한 번씩 피는데 올해는 난꽃이 피지 않아서 아쉽다. 그래도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어 기특하다.
이렇게 식물을 많이 키울 수 있는 것은 이사를 자주 했으면 어려웠을 텐데 한집에 오래 살다 보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반려 식물 중 군자란은 이사 와서 친정집에서 가져왔으니 20년이 넘었다. 군자란은 3월에 늘 화려한 꽃을 피워주어 겨우내 힘들었던 마음을 매년 위로해 주는 식물이다.
연일 한파주의보로 밖은 추운데 요즘 우리 집 베란다는 초록초록 봄이 온 것 같다.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를 집필한 노년 신경 건축학자인 김경인 님은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식물은 나를 돌보는 일'이라고 언급하며 식물을 돌보는 일은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게 하여 근력과 유연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훌륭한 활동이 된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노년의 삶을 더욱 건강하고 활기차게 만들어준다. 자연은 치매도 이긴다.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 142페이지 글(김경인 지음, 투래빗 출판)
날씨가 춥다 보니 70대 남편도 나도 거의 집에서 지내다 보니 운동도 부족하고 우울해지려고 한다. 이럴 때 베란다에 나가서 시든 잎도 따주고 물도 주고 식물과 대화를 하며 몸 건강과 마음 건강을 챙기고 있다.
작년 여름에 거의 죽을 것 같았던 사랑초와 밴쿠버 제라늄이 올겨울에 파릇파릇 싱싱하게 살아났다. 여름이 너무 더워서 그랬던 것 같은데 포기하지 않고 정성을 다했더니 보란 듯이 살아났다. 이런 모습을 보며 우리도 움츠리지 말고 활기차게 살자고 남편과 다짐한다.
호야도 여름에 화분 하나가 거의 시들어서 다른 화분에 있는 호야 가지를 잘라 물꽂이 하였다가 뿌리가 나서 옮겨 심었는데 지금 화분 2개가 다 풍성하게 자랐다. 호야꽃은 별처럼 예뻐 힘든 시간을 보내는 요즈음 꽃을 피워주면 좋겠는데 아직 꽃이 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11월에 피기 시작했던 브라질 아브틸론은 지금까지 종모양 꽃을 매달고 지금까지 베란다를 밝혀주며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한겨울에 핀 화사한 꽃을 보며 식물이 주는 기쁨을 올겨울에 맘껏 누려본다.
이번 주에 봄에 꽃필 군자란을 브라질 아브틸론과 자리를 바꾸어주었다. 뒤쪽에 있어서 몰랐는데 군자란 한 곳에서 꽃대가 수줍은 듯 올라오고 있었다. 요즘 날씨가 더웠다 추웠다 하니 식물도 헷갈리나 보다. 매년 3월경에 화사하게 꽃 피워주는 군자란이 올해는 등불처럼 더 밝게 피기를 기대해 본다.
손자가 민들레꽃을 좋아해서 가을에 하얀 만들레 하나를 손자와 화분에 옮겨 심었다. 처음에는 죽을 것 같았는데 잎이 올라오다가 시들기를 반복하더니 요즘 거실로 들여놓았더니 다시 새잎이 나와서 살아났다.
영양이 부족한가 싶어서 거름흙도 위에 뿌려주었다. 손자와 우리의 소원이 하얀 민들 꽃을 보는 건데 곧 봄이 올 거니 소원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키우는 식물이 주는 위로가 크기에 반려동물처럼 반려 식물이라고 부른다. 화분을 잘 키우려면 자식 키우는 것처럼 늘 정성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잠시 방심하면 잎이 시들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나이 들면 '자연이 치매도 예방한다.'라고 하니 베란다 반려식물을 잘 가꾸며 노년의 건강을 챙겨야겠다. 우리 집 베란다 반려 식물을 보며 기사를 읽으시는 분들도 나라가 어려운 시기인 요즈음 위로받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