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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충전하는 아이들, 요즘 달라진 초등학교 교실

스마트폰 검색부터 다양한 놀잇감, 청소당번도 따로 없습니다

by 유미래

나는 초등학교 교사로 퇴직하였기에 가끔 학교에서 연락 오면 초등학교에 시간 강사로 나간다. 2학기에도 두 군데 초등학교에 시간강사로 나갔다. 지난주에도 인근 초등학교 5학년 담임으로 이틀을 근무했다. 학교에 나갈 때마다 요즘 달라진 초등학교 교실 풍경을 실감한다.


교실에 있는 대형 벽걸이 TV

요즘 초등학교 교실은 예전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내가 관리직(교감과 교장 등)으로 승진하기 이전에 교사로 있을 땐, 교실에 교사 컴퓨터 한 대가 있었고, 대부분 수업은 칠판을 활용해서 진행했다. 요즘은 칠판은 보조 역할만 하고 대부분의 수업은 교실에 벽걸이로 걸려 있는 커다란 TV가 대신한다. 더군다나 어떤 학교는 칠판 가운데에 전자 칠판이 있어서 터치로 편하게 수업이 가능하다. 교실 가운데 전자 칠판이 있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교실에 보관하고 있는 노트북 충전기


더군다나 내가 사는 인천에 있는 초등학교에는 올해 4, 5, 6학년은 개인 노트북이 배부되어 교실 한쪽에 노트북을 충전할 수 있는 충전함 속에 노트북이 들어있다. 1인 1대의 노트북은 충전해 두었다가 수업 시간에 활용한다. 모두 개인 번호가 붙어 있어서 늘 본인 노트북을 사용한다. 혹시 전학을 가면 노트북은 반납하게 된다.


요즘 학생들은 스마트폰에 익숙하다. 이번에 나간 학교는 5학년 담임이었다. 미술 시간에 '휴지로 탈춤 추는 사람 만들기'를 하였다. 유튜브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만들기를 시작했는데 몇 명의 학생이 나와서 물어본다.


"탈 얼굴은 예쁘게 그리지 말고 재미있거나, 웃기거나, 조금 무서운 얼굴로 하면 좋겠지요?"

"선생님 탈 얼굴이 잘 생각나지 않는데 핸드폰으로 검색해도 될까요?"

"좋아요. 탈 얼굴만 검색하고 핸드폰은 바로 꺼두세요."


요즘 학생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데 학교에 오면 꺼두거나 무음으로 하는 것이 규칙이다. 하지만 요즘 수업 시간에 자료를 검색해야 하는 수업이 많아서 노트북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간단한 것은 핸드폰으로 검색하면서 수업을 진행한다.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수업 풍경이다.


요즘 교실에 노트북이 비치되어 있다 보니 예전에는 검색이 필요한 수업, 예를 들면 '국립중앙박물관에 대해 알아보기' 등의 수업할 땐 박물관 누리집에서 검색해야 하는데 그럴 땐 우리 반이 배정된 시간에 컴퓨터실(학교에 따라 정보화 교실, 스마트 교실 등 특별교실 이름이 다르다.)로 이동해서 수업했는데 지금은 개인 노트북을 꺼내서 교실에서도 수업이 가능하다. 요즘 교육과정에 컴퓨터로 검색하는 수업이 많기에 개인 노트북이 제공되어 수업을 즐겁게 할 수 있다.


교실에 있는 다양한 놀잇감

다음엔 교실마다 보드게임 등 놀잇감이 있어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몇 명씩 모여서 놀이를 한다. 쉬는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야 하는 이유다. 짧은 쉬는 시간이지만 10분 동안 보드게임 등을 꺼내서 친구들과 신나게 노느라 교실이 시끄럽다. 시끄러워도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면 미소가 지어진다. 놀다가 수업 시작종이 울리면 정리하고 책상에 앉는다. 평소에 약속하고 습관을 들이면 가능하다.


요즘 초등학교에는 다양한 외부 강사 수업이 진행된다. 학교에서 교육청이나 지자체에서 공문이 오면 신청하면 된다. 칼림바, 오카리나, 우쿨렐레 등 음악 수업, 전통 놀이, 농구 등 체육수업, 노인 일자리로 뜨개질이나 종이접기 수업, 그 외 연극, 국악 수업, 저작권 교육, 환경 교육, 성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5학년 시간표

이번에 시간강사로 나간 5학년도 외부 강사에게 우쿨렐레와 연극, 농구 수업을 받고 있다. 요즘 체육수업은 대부분 체육관에서 진행되는데 체육관에 1인 1개의 농구공이 준비되어 있었다. 여자 농구 선수인 선생님이 오셔서 수업을 진행해 주는데 전문가라서 짧은 시간에 실력이 늘었다.

체육관에서 농구 수업받는 학생들

이번 농구 수업은 10차시까지 수업이 진행될 예정인데 1, 2차시 수업에서 기본기를 익히고 슛을 하며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였다. 보는 내내 '역시 전문가에게 배우니 다르네.'" 하며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외부 강사 수업일 때는 담임교사는 보조 교사로 임장 지도하면 된다.


초등학교는 교과전담 교사가 과학이나 영어 등 일부 교과 수업을 해 주지만, 대부분 과목은 담임교사가 수업한다. 음악이나 체육, 미술 같은 예체능 수업과 연극 같은 수업은 전문가가 와서 수업해 주면 학생들에게 좋은 체험이 되고 앞으로 꿈을 세우는데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 초등학교의 또 다른 점은 청소 당번이 없다는 거다. 화장실과 복도, 계단은 청소원이 해주시고 학생들과 교사는 교실만 담당하면 된다.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근무한 학교에서는 1, 2 학년은 교육청에서 청소비가 지원되어 교실 청소도 청소원이 매일 해 주어 청소해 볼 기회조차 없었다. 이번에 시간강사로 간 5학년 학생들에게 수업 끝나기 전에 물어보았다.


"오늘 청소 당번 누군가요?"

"선생님, 우리 반은 청소 당번이 없어요."

"그럼 청소는 어떻게 하나요?"

"6교시 수업 끝나기 5분 전에 다 같이 청소해요."

"그렇군요. 그럼 5분 동안 자기 자리와 자리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하세요. 뒷정리는 선생님이 할게요."


예전에는 청소 당번을 정해서 수업 후에 남아서 청소하고 담임선생님께 청소 검사를 받고 갔다. 요즘은 하교 후에 학생들이 정말 바쁘다. 수업이 끝나면 방과후 학교나 학원에 가야 해서 남겨서 청소시킬 수 없다. 대부분 마지막 수업 끝나기 5분 정도에 다 같이 청소한다. 자기 자리를 쓸고 물티슈 등으로 책상 정도를 닦아준다. 그러다 보니 결국 교실 청소는 담임교사가 마무리하게 된다.


나도 시간강사로 학교에 나가면 아이들이 다 같이 청소하고 돌아가면 책상 줄 맞추고 교실 구석구석을 다시 쓸고 교실을 정리한다. 가끔 교실 바닥을 밀대로 닦고 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이기도 한다. 결국 교실 청소 당번이 선생님인 셈이다.


교실에 있는 자동 연필깎이

요즘 또 다른 초등학교 교실 풍경이다. 교과서도 사물함에 넣고 다니고, 준비물도 대부분 학교에서 준비해 준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도 학교 앞에서도 문구점을 찾기가 어렵다. 교실마다 연필 깎기가 있어서 집에서 연필을 깎아 가지 않아도 된다. 요즘 세월이 좋아서 자동으로 깎이는 연필 깎기도 있다. 그냥 연필을 구멍에 넣으면 자동으로 깎인다. 어릴 때 아버지가 달력 종이를 깔고 칼로 연필을 깎아주시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그런 추억이 없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초등학교 교실 풍경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당연하다. 교실 풍경은 달라졌지만,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서로 배려하고 도와주며 1년 동안 즐겁게 보내면 좋겠다. 학교에 나갈 때마다 아이들과 수업하는 동안 어떠한 사고도, 학교폭력 같은 사안도 없기를 기도한다. 학교가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고 선생님들은 보람을 느끼는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이길 늘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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