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은 천 원, 장난감 자동차도 2,3천 원, 거기다 추석 김치까지
예전에는 아나바다 운동(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운동)이 한참 동안 유행했었다. 우리 교회도 코로나 이전에는 성도님들이 가져온 의류, 구두, 가방, 유아용품, 생활용품 등을 정리해서 '아나바다 운동' 실천으로 주일에 싸게 팔았다. 그땐 깨끗해서 버리기 아까운 물건을 교회에 기부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늘 다시 쓸 수 있는 물건을 정리해서 교회에 가져갔다.
가끔 맘에 드는 옷이나 구두를 3~5천 원에 살 수 있는 행운도 맛보았다. 아나바다는 성도님들에게 도움이 되었는데 코로나로 문을 닫아 무척 아쉬웠다. 그러던 중 올해 권사회(권사는 장로교회에서 여성분들이 일정 조건이 되면 받는 직분) 주관으로 '사랑의 바자회'를 열게 되었다. 7월부터 바자회 물품을 모으고 정리하였다.
의류, 신발류, 도서, 생활용품, 액세서리, 유아용품 등을 기부와 재능기부로 모았다. 재주 있으신 분들은 수세미를 뜨고, 가방이나 핸드폰 주머니를 뜨개질로 떠서 기부하셨다. 나도 의류와 도서, 액세서리 등을 정성껏 정리해서 기부하였다. 집도 정리되고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사서 다시 쓸 수 있으니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되고 좋은 점이 많다.
바자회 당일인 지난 토요일(9월 27일)에는 물건 판매뿐만 아니라 추석이 가까워서 교회에서 직접 담근 김치류, 된장과 구운 김, 참기름, 들기름 그리고 먹거리 장터까지 교회 주차장과 식당 등에서 진행되었다. 교회 성도님들뿐만 아니라 이웃에 사시는 분들이 많이 찾아주셨다.
장난감과 인형 등은 1~3천 원, 책은 5백 원, 천 원
주말에 쌍둥이 손자를 돌보고 있다. 손자들을 주말에 돌보게 된 것은 며느리가 주말에 일하고 주중 이틀을 쉬기에 주중에는 사부인이 돌봐 주신다. 사부인도 주말에는 쉬셔야 해서 아들 혼자 주말에 쌍둥이를 돌보게 되어 우리 집에 데리고 와서 돌봐주게 되었다. 벌써 7년이 넘었다.
쌍둥이 손자 어릴 때는 아들이 손자들을 우리 집에 데려와서 함께 돌봤는데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올해부터는 우리가 금요일에 데려오거나 아들이 데려다주고 돌아간다. 아들도 주말에 집 청소도 하고 병원에 갈 일이 있으면 병원에서 진료도 받고 볼일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바자회 당일에 남편과 쌍둥이 손자를 데리고 개장하는 10시 전에 도착했다. 추석이 가까워서 추석에 먹으려고 김치와 수제 된장, 구운 김, 매실액 등을 사고 이제 손자들을 데리고 장난감 코너에 갔다. 정말 장난감과 인형류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지우야, 우리 자동차 장난감 하나 살까?"
"할머니, 지우는 이제 장난감 자동차 가지고 놀지 않아요."
"그렇구나. 그럼 뭘 살까?"
"할머니, 자동차 장난감 사서 준우에게 주면 좋겠어요."
"어쩜 그리 예쁜 생각을 했니? 준우가 어떤 자동차 좋아할 것 같아?"
"여기 소방차와 크레인 사주세요."
지우가 사촌 동생인 세 살 준우를 생각하다니 어찌나 기특한 지 자동차를 5천 원을 주고 샀다. 오후에는 할인까지 해주어 천 원, 이천 원에 팔았다. 자동차가 새것처럼 깨끗했다. 다음에는 도서 코너로 가서 읽고 싶은 책을 골라 보라고 했다.
"지우야, Why 책 살까?"
"할머니, Why 책 집에 있어요. 그리고 학교 도서관에서도 읽을 수 있어요."
손자들이 책은 사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결국 사촌 동생에게 줄 책 몇 권만 샀다. 바자회에 학생들도 많이 왔는데 인형과 키링 등은 많이 사는데 책을 사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옛날과 달리 책은 사지 않아도 학교 도서실이나 이웃 도서관에서도 빌려볼 수 있기에 굳이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손자들을 데리고 장터를 한 바퀴 돌았는데 연우가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좋아했다.
"할머니, 여기 레고 있어요. 레고 사주세요."
"맞아. 우리 연우 레고 좋아하지. 할머니가 사줄게."
상자에 들어있는 레고를 큰 통 세 통에 5천 원 주고 샀다. 쌍둥이 손자인데 둘이 성격도 성향도 정말 다르다. 1분 형인 지우는 이과 성향인데 연우는 감성이 많고 창의적이다. 연우는 평소에도 블록이나 레고를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레고를 한 보따리 사서 연우가 정말 좋아했다. 저녁에 욕실에다 세제를 풀어 레고를 담갔다가 깨끗하게 씻어서 바구니에 담아서 물을 뺐다. 다 마르면 플라스틱 통에 나누어 담아놓고 주말마다 레고로 만들기 하면서 놀면 되겠다. 놀거리가 생겨서 기쁘다.
아나바다, 우리 집에서 먼저 실천합니다
쌍둥이다 보니 옷도 장난감도 늘 두 개씩 사준다. 아이들은 금방 자라서 옷을 자주 사게 된다. 요즘 1, 2년 입은 옷도 빨면 새 옷 같다. 그냥 버리기 아까운데 네 살 어린 사촌 동생이 있다. 우리 집은 손녀는 없고 손자만 세 명이다. 손자가 입던 옷과 신발, 장난감, 그림책 등은 늘 사촌 동생에게 나눔을 한다.
우리 집은 아들만 둘인데 작은아들이 장가를 먼저 가서 쌍둥이 손자가 태어났고, 큰아들이 늦게 장가가서 이제 손자가 세 살이다. 요즘 아이가 한두 명이라서 귀하게 키운다. 혹시라도 헌 옷을 싫어할 수도 있는데 큰며느리가 쌍둥이 형님 옷 물려받는 것을 좋다고 해서 작은며느리가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서 가끔 보내고 있다. 큰며느리는 온라인 중고 매장에서도 준우 장난감과 운동화 등을 싸게 산다고 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알뜰하고 현명하다.
쌍둥이다 보니 같은 옷이 두 벌씩이다. 색깔이 같은 옷도 있고 모양은 같은데 색깔만 다른 옷도 있다. 신발도 두 켤레다. 큰며느리는 가져간 옷을 손자에게 입히거나 손자 친구들에게도 나눔 한다고 한다. 그냥 버리면 아까운데 물려줄 동생이 있어서 다행이다. 대신 작은 아들네는 쌍둥이다 보니 물려받을 사람이 없어서 늘 옷도 신발도 새것을 사줄 수밖에 없다.
오늘 교회에서 사랑의 바자회를 하면서 교회가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섬김, 나눔, 돌봄을 실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모두 물가가 비싸서 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번처럼 1년에 한 번이라도 바자회를 하면 물건도 다시 쓸 수 있으니 환경보호도 되고 가정 경제에도 도움이 될 거다. 교회에서 남은 이익금은 지역에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부한다면 수고한 성도님들도 보람이 될 거다. 오늘 바자회로 얻은 수익금도 지역을 위해 좋은 일에 쓰길 바란다.
바자회 덕분에 쌍둥이 손자도 레고를 싸게 사는 행운을 얻었다. 가끔 학교에서도 시장 놀이, 알뜰시장 등을 열기도 하는데 오늘 바자회 참가로 손자들에게 환경도 보호하고 물건도 아껴 쓰는 소중한 경험이 되길 바란다. 덕분에 나도 추석에 먹을 김치도 사고, 수제 된장까지 사서 좋았다. 앞으로도 물건을 아껴 쓰고 사용하지 않는 것은 잘 보관했다가 바자회나 <아름다운 가게>처럼 기부할 곳이 있으면 기부해야겠다. 오늘도 쌍둥이 손자와 보람 있는 주말을 보냈다.
*전자책으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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