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어휘를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을 필사하며 보낸 12월
나는 글 쓰는 사람이다. 오마이 뉴스 시민기자로, 브런치 작가로, 출간 작가(2025년 6월에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 >를 출간함)로 2025년 한 해도 꾸준하게 글을 썼다. 글 쓰는 사람으로 한 달 남은 12월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일 년을 잘 마무리하는 일이 될까 생각하다가 필사가 떠올랐다. 요즘 필사책도 많아서 검색하다가 이주윤 작가가 쓴 <더 나은 어휘를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24년 11월 초판)을 주문했다.
이주윤 작가는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등 이미 맞춤법, 글쓰기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어린 시절,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국어사전을 펼쳐보는 아이였고,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은 이후에는 사전을 품에 끼고 살았다. 얼마 전에 이주윤 작가가 쓴 <이상한 문장 그만 쓰는 법>을 읽고 맞춤법에 도움을 받았기에 믿고 선택했다.
좋은 글 필사하며 마무리하는 2025년
<더 나은 어휘를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에는 김애란, 양귀자, 박완서, 정지용, 윤동주, 헤르만 헤세, 사르트르, 괴테 등 국내외 유명 작가의 100개의 명작품이 들어있는데 이런 어른의 문장을 필사하는 책이다.
12월이 31일이니까 하루에 서너 개의 문장을 필사하면 한 달 안에 한 권을 다 필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왼쪽에는 예시 문장이 있고 오른쪽에는 필사할 수 있는 노트 형태고, 필사하기 좋게 양면이 넓게 펼쳐지도록 제본을 해 주어서 편하게 필사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었다. 1부는 일상 어휘, 2부는 감정 어휘, 3부는 품격 있는 어휘와 관련된 문장을 수록했다. 즉 어휘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저자는 '매일 사용하는 어휘부터 그 속에 감춰진 의미를 발견하고, 다양한 감정 어휘를 살펴보며 내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고, 철학적인 어휘를 탐구하며 사유의 깊이를 더해갈 수 있게 구성했다.'라고 한다. 하지만 연속성을 지닌 것이 아니라서 원하는 부분부터 필사해도 된다. 나는 성격상 뭐든지 처음부터 하는 것을 좋아해서 처음부터 필사하였다.
12월 1일부터 필사를 시작했다. 예전에도 늘 시를 필사했기에 어렵지 않았다. 매일 아침 필사하며 왠지 2025년을 잘 마무리하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 앞에서는 잠시 멈추어 한 번 더 읽어보고, 정말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써 내려갔다. 내년에는 내 어휘력도 늘어나서 글쓰기 실력도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필사 문장에는 내 마음을 뒤흔든 문장이 많았다. 2025년을 보내면서 한 문장 한 문장 읽으며 마음에 새겨야겠다.
나쁜 생각을 마음에 품은 채 말하고 행동하면 재앙과 고통이 쫓아온다. 마치 수레가 삐걱거리며 바퀴 자국을 쫓아가듯이. 좋은 생각을 마음에 품은 채 말하고 행동하면 복과 즐거움이 쫓아온다. 마치 그림자가 물체를 쫓아가듯이.
-고타마 싯다르타 <법구경> 중
도저히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일도 계속 시도해 보라. 다른 일에는 느린 왼손도 고삐는 오른손보다 더 단단히 잡는다. 왼손이 이 일을 익혀두었기 때문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중
새 길로 가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일 일어날 일도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오직 지금 일어나는 일뿐입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중
하지만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기다릴 줄 아는 사람에게 모든 것은 제 때에 온다.
-레프 톨스토이 소설 <전쟁과 평화> 중
필사하며 기대하는 2026년 새해
필사를 하며 필사책에 명문장으로 소개된 책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미 읽은 책의 문장을 필사할 때면 그 책을 읽었던 기억을 더듬어 보며 지금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1월부터 읽을 책 목록을 작성해 보았다. 왠지 마음 부자가 된 것 같다. 요즘은 도서관에서 책을 검색해서 읽으면 되고, 도서관에 없는 책은 희망 도서로 신청해서 읽을 수 있으니 시간과 독서할 마음만 있으면 언제나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참 좋은 세상이다.
우리 집 주변 가까운 곳에도 시립과 구립 도서관 두 개가 있고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하면 다른 도서관에서도 책을 신청해서 이웃 도서관에서 대출하고 받을 수 있다. 다만 시립도서관은 시립 도서관끼리, 구립 도서관은 구립 도서관끼리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음만 명심하면 된다.
책을 필사하다 보니 처음에는 하루에 서너 개씩 필사하려고 했는데, 어떤 날은 펜을 놓고 싶지 않아서 계속 필사하다 보니 벌써 100개의 명문장을 다 쓰게 되었다. 이제 12월이 며칠 남지 않았다. 남은 시간은 필사한 문장을 다시 읽어보며 경건한 마음으로 새해를 준비해야겠다.
필사하는 동안 2025년 마지막 달인 12월 1일부터 필사를 시작하기 참 잘했단 생각이 든다. 연말에 크고 작은 일들로 심란했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져서, 2026년 새해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새해에도 즐겁게 기사 쓰며 감사할 일이 많은 한 해 보내길 기대해 본다. 역시 필사는 마음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삶을 설계하는 좋은 습관이다.
우리 일상에서 단어 하나만 잘 사용해도 남다른 기쁨이 느껴진다. 특히 글 쓰는 사람은 더 그렇다. 한 달 동안 필사하며 그동안 사용하던 일상적인 단어에서 벗어나 한 단계 높은 단어를 익히고 사용하는 것이 결국 나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새해에는 나의 품격도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12월에 필사하며 2026년에 마음에 새길 소중한 문장을 얻었다.
(091)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생각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 보라. 타인의 평가는 우리의 행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타인의 생각에 휘둘리지 마라.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쇼펜하우어의 말> 중
필사책에는 명문장이 많이 들어있다. 마음에 닿는 문장도 많았다. 2025년 한 해를 돌아보면 기사 댓글 하나에 상처받기도 했고, 다른 사람 말 한마디에도 며칠씩 우울했다. 새해에는 내가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타인의 생각에 휘둘리지 않는 1년이 되길 바란다.
연말이나 새해에 마음을 가다듬고 싶은 분에게 조심스럽게 필사를 권해본다. 책에서 만난 어휘는 든든한 재산이 되어 새해에 나의 글쓰기를 든든하게 지탱해 줄 거다. 마음이 심란한 날에도 필사 문장을 열어서 읽어보면 위로가 될 것이다. 12월에 필사하길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