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에게 전하는 엄마들의 간절한 편지글

[리뷰]<엄마의 유산-너, 살아 있니?>를 읽고

by 유미래


아이에게 가장 좋은 교육은 보여주는 것이고, 가장 좋은 환경은 지혜로운 어른이 곁에 있는 것입니다.
-서문 중(리인 안정화)


서문에 있는 글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을 보여주려는 다섯 엄마와 한 명의 아빠(브런치 여섯 작가님)가 뭉쳤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역할을 몇 년 동안 이어가며 아이들에게 줄 '열 통의 편지와 다섯 편의 시'로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환경인 <엄마의 유산>을 써 내려갔다.


<엄마의 유산-너, 살아 있니?>(2025년 12월 출간)는 <엄마의 유산> 시리즈 세 번째 책으로 김경숙(모카레몬), 박민아(mina), 강해정(빛작), 정희선(상상), 방혜린(지언방혜린), 김천기(대마왕) 작가님 공저로 만들어진 책이다. 서문을 쓴 안정화(리인) 작가 말에 의하면 '9개월의 집필 기간 동안 엄마의 변화가 아이의 변화로 이어지고, 엄마의 믿음이 아이의 믿음으로 연결되었다.'라고 한다. 왠지 세상의 모든 엄마와 자녀에게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책표지(건율원 출판)


인공지능 시대 '지식'보다 중요한 건 '지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단어가 '엄마'다. 지금은 엄마가 돌아가셔서 부를 수 없는 이름이지만, 여전히 돌아보면 "우리 딸 영숙아!"하고 불러줄 것만 같다. <엄마의 유산>은 세상의 모든 아이에게 들려주는 엄마들의 간절한 사랑 편지다. 첫 번째 이야기는 한 번도 엄마가 되어보지 못했지만, 교사였던 김경숙 작가가 제자들을 '아이야!'로 부르며 용기를 주는 편지다.


'공부 잘해야 성공한다.'
'좋은 대학을 다녀야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


이 말은 세상의 대부분의 부모가 학생인 자녀에게 하는 말일 거다. 나도 아들 둘에게 늘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하며 덧붙였던 말이다. 저자는 이 말이 불편하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때로 돌아가면 공부보다는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즐겁게 살라고 할 거다. 미래도 중요하지만 '오늘'도 중요하니까.


김경숙 작가는 '지식은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지만, 지혜는 여전히 인간만의 몫이다.'라며 지혜 있는 사람이 되라고 한다. 공감되는 말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주는 좋은 메시지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세상이 정말 빠르다. 자고 나면 새로운 정보가 쏟아진다. 우리나라가 '빨리빨리'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은 오래되었지만, 요즘은 '빨리해!'가 더 넘쳐나는 것 같다. 안 그러면 뒤처질 것 같기 때문이다. 저자는 '빨리해!' 시대지만, '느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도 요즘 늘 마음속으로 '빠를수록 돌아가자.'라며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에게도 재촉하지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세상을 성급하게 따르지 않고 스스로 해석해.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리지 말고 천천히 네 속도대로 가도 괜찮아.


이 말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바쁘게 사는 현대인에게도 주는 교훈 같다. 특히 일 중독인 나에게도 길잡이가 되는 말이다. 글쓰기도, 일에도 욕심부리지 말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으며 내 속도대로 천천히 걸어가야겠다.


MZ 아이들에게 주는 엄마의 유산


이 책을 읽으며 유산은 꼭 지식이나 재산만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모님도 많은 재산을 남기진 않으셨지만,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형제끼리 사이좋게 지내고, 착하게 살라.'는 말씀을 살아 계실 때 늘 하셨다. 부모님은 돌아가셨지만 부모님이 남긴 말씀을 실천하며 살려고 노력한다. 즉 부모님이 남긴 유산 중에는 '정신'도 중요함을 깨닫는다. 이 책에 나오는 엄마의 유산도 결국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좋아하게 된 아들과 군대 다녀오기까지 잘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부터 대화의 벽을 느낀다면 어떻게 할까. 어느 날 아들과 대화가 어색하고 단절되는 것처럼 느낀 박민아 작가는 이유가 아들의 너무 커진 '에고(ego)(작가는 '가둬버린 나'라고 표현함)'를 발견한다.


작가는 아들에게 쓴 편지에서 젊은 시절 '엄마를 가둬버린 존재' 즉 엄마의 '에고'를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경험을 말해준다. 에고의 특징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하며 아이가 자신의 '에고'를 알아차리고 잘 살아가길 응원한다. 편지를 읽은 아들이 일상생활을 원만하게 보내리라 믿는다.


아이야,
에고를 알아차린다는 것은 너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


정희선 작가는 '엄마는 참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란다.'라고 편지를 시작한다. 그러며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면 잘 참아야 한다.'라고 한다. 요즘은 '참지 않는 시대'가 된 것 같다. 물건을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도착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검색만으로 바로 알 수 있고, 먹고 싶은 음식도 핸드폰만 있으면 주문해서 바로 먹을 수 있다. 이런 시대에 사는 어른이나 아이 모두에게 '참음'은 꼭 필요한 삶의 요소다.


아이야,
참은 것 하나만 제대로 해내면,
자아실현은 물론, 더 이상 참을 필요가 없는 삶,
그리고, 지극히 사람다운 아름다움의 주인공이 된단다.


방혜린 작가는 요즘 늘어나는 '은둔 청년(은둔 외톨이)이 많음을 걱정하며 '청년의 은둔과 고립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족 전체가 함께 병들어 가는 사회 질병이다.'라고 말한다. 아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혹시 길을 잃고 혼란스러울 때 '살아있음'을 떠올릴 수 있는 열 가지 구체적인 단어(존재, 의식, 주체, 독립, 조화, 방향, 창조, 에너지, 선, 영적 진화)를 제시해 준다. 그러며 '엄마는 엄마의 자리에서, 너는 네 자리에서 살아있는 삶을 서로 응원하자.'로 편지를 마친다.


강해정 작가는 아이에게 '중심'을 확실히 잡으라고 한다. 중심은 중간이나 중앙이 아니란다. 중심은 '일상의 기준'이 되고, '지탱하는 힘'이니 중심을 잘 잡아서 일상에서 좌충우돌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며 진짜 중심을 찾는 방법은 '지금껏 잡았던 중심을 모두 놔 버려.'라고 말한다.


삐뚤어진 모든 걸 흐트러뜨리고 없애야 해.
새 유니폼을 입으려면, 입었던 유니폼을 벗어야 하고
잘 맞는 신발을 신으려면, 작아진 신발을 버려야 하고
2루를 향해 뛰려면 1루에서 발을 떼어야 해.


엄마와 하는 성적 말고, 성적(性的) 대화


우리 집도 아들만 둘이다. 지금은 모두 30대 후반으로 장가가서 아이 낳고 잘살고 있다. 돌아보면 아들과 성적 말고, 성적(性的)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여기 아들과 나누기 어려운 성적(性的) 대화를 자연스럽게 하는 용감한 엄마가 있다. 내 입장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엄마 같다. 박민아 작가다.


작가는 살아보니 성은 우리 삶에 가깝고도 깊숙이 자리했다며 '성자기결정권을 법으로부터가 아니라 너 자신에게 스스로 부여해라.'라고 당당하게 말해준다. 편지를 읽은 아이가 성 가치관을 바르게 인식하고 책임감을 가질 거다.


아이야, 들어봐.
'성'이란 무거운 것도 아니지만, 가볍게 마시는 콜라도 아니야.
'성'이란 숨길 것도 아니지만, 대놓고 즐기는 먹방도 아니야.


이 책에 있는 편지는 단순한 안부 편지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자식들이 삶의 지침으로 삼을 방향을 제시해 준다. 여섯 명의 작가는 6인 6색의 유산을 편지와 시로 남겼다. 엄마의 실패 경험과 성공 경험들도 말해준다. 김천기 작가는 자녀를 위한 다섯 편의 헌시를 통해서 아빠로서 경험을 나눠주고 인생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이 책은 MZ세대를 위한 엄마들의 간절한 편지글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책이다. 부모님이 먼저 읽고 가장 필요한 '정신 유산'을 아이들에게 남겨줘도 좋겠고, 인생이 불안하고 우왕좌왕하는 분들에게도 좋은 지침이 될 거다. 아이들이 아직 어린 부모님들도 책을 읽고 내 아이가 앞으로의 삶을 잘 살아갈 '정신 유산'을 선택하는데 도움받을 수 있을 거다. 엄마의 다정한 편지는 내 마음속에도 오래 남을 것 같다. 많은 분이 책을 읽고 2026년 새해에는 중심을 잡고 길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오마이뉴스 '책동네'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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