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 오신 손님

캠핑장 이야기

by 김인순

한겨울에 찾은 쉼터는 모든 것이 얼어붙어 있다. 길도 얼어 있고 저수지도 꽁꽁 얼어붙었다.

우물물을 끌어다 쓰고 있는 수도는 조금씩 흐르게 해 두고 갔더니, 여전히 물이 흐르고 있다.

쉼터에 도착하기 전, 형님 집 하우스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오고 있다. 얼마나 예쁜 풍경인가.

어린 시절 집집마다 뿜어 나오던 굴뚝 연기가 떠올라 반갑기까지 하다. 형님은 우리가 온다는 소식에 아침부터 난로를 피우고 계셨다.

이번에는 놀러 갈 새도 없이 바쁘게 되었다. 미국에서 오신 샘과 금 작가님이 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마음과 몸은 따뜻한 난로가 그리웠지만, 점심 준비에 바쁘게 움직였다.

무를 썰어 여기 저수지에서 잡은 민물새우를 넣고 끓였다.

상추와 배추를 씻어 고기를 싸 먹을 준비도 했다. 이번에는 동짓날이라 팥죽도 사 왔고, 고기도 넉넉히 준비했다. 과일까지 챙기고 나니 손님 맞을 준비가 거의 끝나갈 무렵, 산골 쉼터에 손님들이 도착했다.

추운 날씨에도 이런 시골까지 와 주다니 감동이다.

산골에서 만나는 인연이 왜 이리도 감사한지.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날개를 단 듯 가볍고 기뻤다. 내가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몸을 주심에 감사했다.

옆에 계신 형님도 오라 해서 함께 점심을 먹고 싶었는데, 벌써 드셨다며 손님과 편히 드시라고 하신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차를 마시고 있는데 형님이 환풍기를 설치해 주겠다며 오셨다.

환풍기는 우리가 사고, 설치는 형님이 해 주셨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환풍기가 있다 한들 설치를 못하는 우리는 얼마나 어려움이 많았을까. 우리가 못 하는 일들을 척척 해 주시는 형님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오후 네 시가 넘어가자 손님들이 하나둘 일어날 준비를 한다.

난로 앞에 앉아 있으니 잠이 온다며 가야겠다고 하신다. 미국에서 오신 샘께서 아이스크림과 쫀득이를 사 오셨다. 우리 아이들이 좋아할 불량식품이다. 보기도 힘든 쫀득이를 얼마 만에 보는가.

저녁에는 일찌감치 형님 집에서 판을 벌였다.

형님께서 고기를 준비하셨고, 형님 댁에는 경상도 상주에서 지인 한 분도 와 계셨다. 점심에도 고기였는데 저녁에도 고기 파티가 시작되었다.

우리 부부는 아직도 배가 부르다며 어쩌다 한 점씩 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상주에서 가져온 복분자 액기스도 한 잔 마셨다. 몇 시간이 흘렀는지, 상주에서 오신 지인분은 그 밤에 다시 상주로 돌아가셨다.

우리 부부는 형님과 두 시간 정도 난로 앞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형님은 초등학교 5학년이 학업의 전부였다고 말씀하신다. 그래도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하신다.

지금 부모님을 원망해서 무엇 하겠는가.

이제 나의 부모님도 하늘로 소풍 가실 날이 머지않았고, 나 또한 언제 소풍을 갈지 모르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내게 주어진 일들에 감사만 해야 할 때다. 감사하며 살기도 바쁜 나이가 아닌가.

다음 날은 형님과 남편이 참나무를 자르고 우리 집으로 나르는 일을 했다.

우리 집은 단숨에 장작 부자가 되었다. 돈을 주고 샀어도 될 만큼인데 이렇게 주시다니, 도대체 이게 얼마치인가.

이렇게 우리에게 잘해 주시는 형님이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더 겸손하게 더 따뜻하게 섬겨 드려야겠다고 다짐한다.

산골 쉼터에서 만난 형님이 이제는 하나님을 알기를, 오직 하나님만 경외하게 되기를 기도한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되어지는 모든 일에 감사합니다.

주님이 허락하신 이 만남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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