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마음이 찡했던 말 한마디

by 김인순


"엄마, 이제 통장에 20만 원 남았어요."

​셋째 아들에게 이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찡하게 울려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아들이 유독 예민해 보였던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 전, 나의 전자책 판매 승인 소식을 들은 아들이 한턱 쏘겠다며 외식을 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그냥 집에서 간단히 먹고 싶었지만, 아들은 얼른 나가 걸으면서 생각하자며 저를 재촉을 했습니다. 캄캄하고 추운 날씨였지만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길을 나섰습니다.


​메뉴를 정하지 못하는 저를 보며 아들은 "엄마는 단백질을 보충해야 한다"라며 집 가까이에 있는 족발집으로 저를 데려갔습니다. 집 근처인데도 처음 가본 족발집은 생각보다 깔끔하고 맛도 좋았습니다. 아들은 연신 제 접시에 음식을 놓아주며 많이 먹으라고 권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잘 먹는 아들의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른 '엄마'였습니다.


​식사를 마칠 때쯤 아들이 진지하게 입을 뗐습니다. 이제 정말 돈을 벌어야겠다는 간절함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제게 아들은 덤덤하게 고백했습니다.


​"통장에 딱 20만 원 남았거든요."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모아온 2,000만 원, 그리고 군 생활 중 아끼며 모은 500만 원. 그 돈이 이제 20만 원이 된 것입니다. 전역 후 취직을 하지 않고 6년 동안 그 돈으로 생활하면서도, 아들은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는커녕 오히려 저희 부부에게 외식을 시켜준 날 이 많았습니다.


​제가 기운이 없어 보일 때면 기분 전환을 시켜주겠다며 맛있는 것을 사주던 속 깊은 아들.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저였지만, 때로는 아들이 건네는 그 '외식 한 끼'가 큰 위로가 되곤 했습니다. 돈이 바닥을 보여 불안했을 아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코끝이 찡하여집니다.


​이제 20만 원을 마지막으로 여기저기 취업을 알아보고 있다는 아들. 그 간절함이 좋은 결실로 이어지기를, 그리고 아들의 그 따뜻한 마음이 사회에서도 빛나기를 간절히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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