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전쯤 일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우리 아이들의 큰 고모는 아주 힘들게 사셨다. 고모부가 하는 사업마다 안 되어서 고모님은 늘 여기 저기에 돈을 빌려야 되었다. 우리도 그때 당시 거의 전재산을 빌려 주었다. 그 후로 고모는 늘 미안해하였다. 막내 동생의 돈을 빌렸으니 돈 대신 뭐라도 주시려고 했다.
에어콘이 드물었던 그때에 우리 세 아이들이 여름에 덥다고 창문형 에어컨을 주셨다. 고모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서 주었는데 남편은 생각이 달랐다. 교회 유아실에다 설치를 해야겠다고 한다.
나는 화가 나서 소리를 높여 대들었다. 교회는 일주일에 한두 번 가지만 집에서 쓰면 우리 가족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데 말이다. 남편은 변함이 없었다. 집에서 다섯 명이 시원한 거보다 50명이 시원하면 더 좋다는 것이었다. 그 때는 그 말이 서운했었다. 고모가 보고 싶으다. 천사보다 천사인 고모는 눈감으면서 우리에게 얼마나 미안했을까? 돈을 갚지 못하고 암과 싸우다 젊은 나이에 가셨다. 갚지 않아도 괜찮아요 라고 말해주지 못해서 제가 더 마안해요.
교회 에서 어린 아이들과 4년 정도 살았을 때 일이다. 개척한 지가 얼마 안 되어 시댁에서 가져온 쌀로 교인들과 밥을 해 먹었다. 40kg 쌀을 자주 가져가니 시어머님께서 화를 내셨다. 도대체 누가 그렇게 밥을 많이 먹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주일날 교회에서 밥을 하는데 우리 쌀로 한다고 했다. 어머니는 어느 날 우리가 살고 있는 교회에 오셔서 쌀을 들고 창고 깊숙이에 옮겨 놓으셨다. 쌀을 보이는 곳에 놓으니 교인들도 그냥 해 먹게 된다고 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다 이해가 간다. 남편의 교회를 생각하는 마음이 나하고 달랐다. 그리고 혼자 농사를 지어서 주신 쌀을 해프게 먹으니 마음에 안 들었던 어머니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오늘 교회에 온수기를 설치했다. 자비로 전기온수기를 손수 달아주신 교인이 참 고마웠다. 그동안 찬물만 나와서 힘들었는데 설거지를 할 때마다 감사가 나올 것 같다.
그때는 몰랐지만 에어콘을 교회에다 설치해서 온 교인들이 시원하니 좋았을 것이다. 남편이 그렇게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범사는 하나님의 은혜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