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목련 향기가 머무는 곳
누구나 마음이 번잡할 때 찾아가고 싶은 자신만의 장소가 있다. 우리 부부에게는 모악산 자락에 자리한 작은 암자, 마고암이 그런 곳이다. 좁은 길이 있어 따라 올라가보니 작은 암자가 있었다. 그 뒤로 이곳에 오게 되었다.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아주 오래전부터 수양객들이 마음을 다스리려 오갔을 법한 깊고 고요한 곳이다.
마고암으로 향하는 길은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다. 땀이 흐를 정도로 오르막이다. 요즘은 도로가 있어 몸이 불편한 이들도 찾곤 하지만, 예전에는 좁은 오솔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숨을 고르며 올라야 했을 것이다. 우리 부부는 이 오르막을 오르며 세상사에 묻혀있던 무거운 마음을 하나둘 내려놓곤 한다.
특히 우리가 이곳을 더 자주 찾는 계절은 봄이다. 봄이면 마고암 앞마당에는 나를 강렬하게 끌어당기는 주인공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하늘을 향해 당당하게 서 있는 거대한 목련 나무 두 그루다.
봄볕이 따스해지고 하얀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날 때면, 인적 드물던 암자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워낙 나무가 커서 꽃에 코를 직접 대고 향을 맡을 수는 없지만,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향기 나 바닥에 떨어진 꽃잎이 건네는 내음은 무척이나 수수하다. 진하지 않아 오히려 더 귀한 그 은은한 향기는, 하얗게 빛나는 꽃잎과 닮아 있어 걸음을 멈추게 한다. 보아도 보아도 그립다.
마고암 한편에 놓인 의자에 앉아 아래를 보면 전주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저 아래에서는 치열하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도시의 풍경이, 이곳 마고암에서는 마치 남의 일인 듯 멀찍이 떨어져 평화롭게만 보인다.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얻는 이 적당한 거리감이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해 준다.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키며 수없이 피고 지기를 반복했을 목련. 올해도 어김없이 그 고결한 자태를 마주하러 가야겠다. 생각보다 오래 머물다 지는 하얀 꽃잎들을 올해는 더 자주 가서 눈에 담고 싶다.
봄의 향기를 가득 품고 곧 피어날 목련을 생각하니, 벌써 마음속엔 따뜻한 봄으로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