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정호 붕어섬에서의 한 끼 식사
작년에 부모님과 함께 보냈던 짧지만 따스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내게는 그 어떤 긴 여정보다도 '여행'처럼 느껴졌던 한 끼 식사와 쉼을 가졌던 추억이다.
친정집에서 차를 타고 10분 정도만 달리면 물안개 피어오르는 임실 옥정호가 나타난다. 그곳에는 우리 가족이 오랫동안 드나든 단골 산장이 자리하고 있다. 건물을 새로 지어 깨끗하고 정성이 가득 담긴 시골 반찬들이 상을 가득 채우는 곳이다. 예전에는 부모님도 옥정호에서 난 붕어나 메기로 끓인 민물 매운탕을 잘 드셨지만, 요즘은 기력이 약해지셨는지 입맛이 변해 비린 맛을 어려워하신다. 그래서 우리 가족의 주메뉴는 이제 매콤하고 달큼한 닭볶음탕이 되었다. 평소보다 훨씬 맛있게 식사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 내 배가 부른 것보다 훨씬 더 큰 포만감이 느껴지곤 한다.
든든하게 식사를 마친 뒤에는 옥정호 주변을 천천히 드라이브하며 풍경을 선물한다. 최근 붕어섬이 유명 관광지로 급부상하면서 예전 같은 고요함을 찾기는 조금 힘들어졌다. 하지만 나는 번잡함을 피해 나만의 비밀스러운 장소로 차를 돌린다. 내 차 트렁크에는 항상 부모님을 위한 캠핑용 의자가 준비되어 있다. 인적 드문 호숫가에 의자를 나란히 펴 드리면, 그곳은 곧 두 분만을 위한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카페가 된다.
나란히 앉아 윤슬이 반짝이는 호수를 바라보시는 두 분의 뒷모습. 그 평화로운 뒷모습을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구석이 따스해지면서도 왠지 모를 아련함이 동시에 밀려온다. "오늘이 최고로 행복하다"며 아이처럼 신이 나신 부모님을 뵐 때면, 가까운 곳에 살며 언제든 이런 소박한 여행을 선물해 드릴 수 있음에 다시금 깊이 감사하게 된다.
작년에는 이웃집 오빠가 개업한 한우집을 자주 찾느라 호숫가 산장에 발길이 뜸했다. 하지만 다가오는 올봄에는 다시 붕어섬의 그 단골집을 찾으려 한다. 꽃잎이 흩날리는 나무 아래에서, 혹은 녹음이 우거진 호숫가에서 부모님과 마주 앉아 웃음꽃을 피울 그 소중한 시간을 간절히 기다려 본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순간이 내게는 여행 같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