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순간

친정 엄마의 다섯 자매

by 김인순

4년 전, 친정 엄마의 다섯 자매가 한자리에 모였던 그 1박 2일이 바로 ‘멈췄으면 했던 순간’이었다. 엄마를 포함해서 이모님들이 나이도 많으시고, 혼자 대중교통으로 다닐 몸이 아니어서 다 모이기가 힘들었었다.

평생 가족을 뒷바라지하며 투박해진 손마디를 가진 다섯 자매가 그날은 생전 처음 입어보는 화사한 드레스 입으셨다.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받는 모습도 잊히지 않는다. 정성스럽게 화장을 고치는 모습은 수줍은 소녀의 모습 있었다. 드레스 자락이 스칠 때마다 터져 나오던 웃음소리는 그간의 고단했던 세월을 단숨에 씻어내는 마법 같았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장면은 당시 아흔일곱이셨던 큰 이모님의 모습이었다. 백 세를 코앞에 둔 연세에도 건강하시다. 등도 바르고 목소리에도 힘이 있었다. 드레스를 입으시고는 얼마나 아이처럼 좋아하시던지 덩실덩실 춤을 추셨다. 그 몸짓은 "나 이만하면 참 잘 살았다"라고 스스로에게 건네는 모습처럼 보였다.

올해로 101세를 맞이하신 이모님의 춤을 추며 좋아하시던 모습이 지금 생각해니 가슴 한구석을 뭉클하게 만든다.

사진사분이 셔터를 누르며 외치던 우스꽝스러운 주문들도 기억에 선하다.

“자, 웃으세요! 메뚜기~ 깍두기~ 코딱지!”

유치하기 짝이 없는 그 단어들에 다섯 자매는 깔깔대며 웃었다. 카메라 렌즈 속에는 주름진 눈가보다 더 깊고 진한 행복이 기록되고 있었다. 곁을 지키던 자녀들도 그 웃음에 전염되어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 채 함께 웃고 떠들었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도란도란 이어지던 옛이야기 속에서 우리 다섯 자매님은 끈끈한 사랑을 확인했다.


​엄마와 이모님들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비록 시간은 다시 흘러 그날로부터 4년이 지났지만, 내 마음속 시계는 여전히 드레스를 입고 춤추던 큰 이모님과 자매들의 웃음소리 속에 멈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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