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꿈결 속을 걷다
2022년 8월, 남편과 함께 신안과 통영의 섬들을 오가며 섬 한 달 살기를 했다. 차에 캠핑 장비를 싣고 펜션과 캠핑장을 돌아가며 보낸 시간들이 지금 생각하니 꿈꾸는 것 같다. 산골에서 태어난 내게 바다가 보이는 섬에서의 삶은 날마다 두근거렸다.
천사섬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며 마음을 비워냈다. 많은 섬을 다녔지만, 유독 마음 한구석을 붙잡는 장면이 하나 있다.
TV에 나올 때마다 가보고 싶어 마음 설레던 곳이었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었다. 남편의 명퇴 후 처음으로 한 달 살기를 떠났다.
섬 살이 3일 차에 드디어 퍼플 섬으로 향했다. 그날의 나는 마음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라로 꽉 차 있었다
퍼플 티셔츠를 입고, 보라색 양말을 신고, 보라색 우산까지 챙겨 들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입장료도 받지 않았던 그날, 드디어 가보고 싶던 퍼플 섬을 내 발로 직접 밟게 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한 장면이라도 놓칠까 봐 아주 천천히, 퍼플 섬의 풍경을 마음속에 가득 담았다.
사진 속에 남은 내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어졌다. 퍼플 섬에서 하루 내내 흐르던 음악은 마음을 더 행복하게 적셨고, 발걸음은
마냥 가벼웠다. 900년 된 우물이 있다는 숲 속 길을 걷고, 세찬 바람이 부는 '바람의 언덕'에도 올랐다. 8월의 무더위 속에서도 바람이 어찌나 세었는지 사진을 찍기조차 버거웠지만, 9월을 기다리는 라벤더 꽃밭의 향기는 내 마음을 금세 고요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인적 드문 그 길을 다시 한번 걷고 싶다. 우리나라 바다가 이토록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준 섬 여행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꼭 한 번은 신안 퍼플 섬에 가보았으면 좋겠다. 그 보랏빛 물결이 주는 위로를 나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까우니까. 신안의 퍼플 섬은 오늘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