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나는 달리는 전철에서 눈을 감는다

요즘도 나는 가끔 숨죽여 웁니다

by 예원

뇌전증은 완치 개념이 없다. 뇌전증은 조절하는 병이다. 그래서 장기간 증상이 없으면 단계적으로 약의 복용량을 줄이거나 복용을 중단하는 식으로 접근한다. 감사하게도 3번째로 시도한 약에 정착한 후 큰 이변이 없었다. 고교 시절 부분발작이 와 약을 줄일 순 없었지만 내 일상은 무난했다. 이 정도면 나도 내가 뇌전증 환자라는 것을 잊고 살 정도였다.

지옥같았던 고3이 끝나고 나는 교대에 입학했다. 한 명의 담임교사가 전과목을 지도하는 초등교육의 특성 상 교대에는 다른 대학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강의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실과의 재봉틀 수업이다. 원래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썩 내키는 강의는 아니었으나 어찌됐건 강의고 과제이니 해야했다. 재봉틀은 생전 처음 만져보는거라 궁금하기도 했다.


첫째, 바늘 아래 천을 넣는다.
둘째, 패달을 밟는다.
셋째, 바늘이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천에 실이 박힌다.


재봉틀은 이 세 가지 단계로 운용된다. 문제는 3단계였다. 천을 돌려가며 박음질을 하려는데 손이 떨렸다. 13살에 처음 경험한 그 떨림이었다. 옛날 필름카메라를 써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찰칵' 소리가 날 때까지 약 1초의 빈 시간이 있다. 손이 떨릴 때 내 뇌는 카메라 셔터를 누른 것처럼 공()하다.


무서웠다. 무엇이 무서웠냐면 같이 팀플하는 조원이 눈치를 챌까봐 무서웠다. 내가 꽁꽁 숨겨왔던, 힘에 겨워 목끝까지 차올라도 꾹 눌렀던 비밀이 들통날까 겁이났다. 그래서 결국 난 한 학기 내내 타고나기를 손재주가 없고, 재봉틀을 혐오하는 컨셉을 유지했다. 다행히 팀플원은 봉재활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야말로 업혀갈 수 있었다.


병원 정기 검진 때 의사선생님께 일련의 상황을 말씀드렸다. 뇌전증 환자 중 일부는 반복적으로 깜빡이는 빛이나 현상을 보면 발작을 경험한다고 한다. 달리는 지하철의 차창을 보고 경련이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재봉틀을 만지자마자 13살 그 순간으로 돌아간듯한 그 기분을 느꼈다. 그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기분은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이다. 그 기분은 슬픔이나 비통도 아닌 절망이기 때문이다.




21살. 재봉틀 수업을 들은 뒤부터 내겐 달리는 전철에서 눈을 감는 습관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