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 지상직으로 살아가는 법. (aka. 제주도민)

부산취준생이 제주도민이 된 후기.

by 자스민

2014년 20대 초반의 한 아이는 유럽 여행이라는 꿈을 꾼다.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여 모은 돈으로 떠난 14일의 여행에서 4일째 되던 날,

다리를 다쳐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을 하게 된다.


그간 꿈꿨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었으나, 돌아오는 길에 만난

전세계 항공사 지상직들이 나의 심장을 뛰게 하였다.


이것이 나의 삶이자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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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3년 뒤, 유난히 내성적이고 긴장을 많이 하는 아이는 그토록 꿈꾸던 항공사 지상직이 되었다.


안녕? 제주도.

안녕? 비행기.


지상직 합격 전화를 받은 후, 설렘으로 온몸을 채운 채, 일주일만에 내려온 제주도의 겨울은 차가웠다.

하필 내가 입사하고 2주정도 지나서 뉴스에서 보도되었던 2018년 폭설로 인한 활주로 폐쇄사건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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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은 실제 내가 찍은 사진



"대책을 세워줘야지 항공사에서!"


"(욕설), 너 따위 비키고 책임자 나오라고 해!"


"정확한 비행기 뜨는 시간을 말해줘야지! 저가항공사라서 일을 이따위로 하는거냐?!"


등등 눈 앞에서 손님들은 떨고있는 신입에게 욕설을 포함한 고함을 치기 시작하였다.


처음 겪는 광경에 정신없이 움직이며 지연 핸들링을 하다 어느새 수십명이 나를 향해 욕설을 해대던 그때,

선배가 나의 손을 이끌며 무리에서 구해준 후, 차갑게 말했다.


"그러게 핸들링 똑바로 해야지! 정신 똑바로 안차려?!"


알고보니 실시간으로 바뀌는 게이트의 핸들링을 제대로 못한 탓에 다른 편의 고객들까지 앞에 있던 나에게 다가와 항의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늘을 거침없이 질러 날으는 비행기가 좋아서, 다리 다쳐 한국으로 오던 길 마주한 지상직들이 행복해보여서 시작한 나의 시작은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뛰어다니다 집으로 퇴근하던 길 울면서 나도 모르게 강해졌던 것 같다.


그렇게 영원히 눈보라에 갇힐 것만 같던 겨울이 지나고 제주도에도 봄이 찾아왔고,

나에게도 따뜻한 봄이 오는 듯 하였다.

20181018_155755.jpg 하늘이 이뻤던 제주공항 활주로



정확히 1년 후, 나는 겁에 질린 채 울 것 같은 후배의 옆에서 힘이 되 줄 수 있는 선배가 되어있었다.

그와 동시에 낯설기만 했던 제주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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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주도를 사랑했고 지금도 그리울만큼 행복했다.

휴무때마다 동기들과 제주도 곳곳을 누볐고 아름다운 바다위로 날아오르는 비행기들을 보고있자면

일하며 쌓였던 괴로운 마음들이 사라지는 듯하였다.


일을 하며 여행의 설레임으로 가득찬 사람들을 보내고 맞이하는 일.

나에게는 천직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며 내 생각대로 마음먹은대로 행동하고 이룬 처음의 성과였기에

지상직이라는 직업과 제주도라는 곳을 만난 것은 나에게 두번 다시 오지않을 행운이라 여겼다.

그리고 그 전에 입시 실패로 인한 대학진학 실패와 무엇 하나 잘 하는 것 없었던 나에게 쏟아졌던 걱정과 무시들을 보란듯이 뒤집은 일이었기에 더욱더 놓지않으려 했다.


그 일이 있기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