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제, 20년 후의 질문
지난 3월 10일, 지역의사제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다. 2027학년도부터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과대학은 정원의 10% 이상을 지역의사로 선발해야 한다.
지역의사제를 둘러싼 논의는 두 축을 오간다. "지역 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축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제도"라는 축이다. 이 글에서 그 어느 한 편을 들 생각은 없으며, 그 어떠한 편향된 의견이나 정치적 입장도 밝히지 않을 것임을 미리 명시한다. 대신, 변화하는 입시 제도에 하나의 질문을 던질 생각이다. 이 제도에 탑승한 사람들을 기다리는 20년 후의 도착지는 어떤 모습일까?
2027학년도에 지역의사제로 입학하는 학생의 시간표를 그려보자. 의대 6년, 인턴 1년, 전공의 3~4년. 의무복무가 시작되는 시점은 빨라야 2037년이다. 복무가 끝나는 건 2047년. 이 학생이 제도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밖으로 나오는 순간까지 20년이다.
앞으로의 20년이 지난 20년처럼 선형적으로 흘러갈 것이라면 이 글은 필요 없다. 문제는, 이 20년이 AI가 의료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시기와 정확히 겹친다는 것이다. 이전 시리즈에서 다뤘듯이, AI에 의한 의사의 대체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잠복기 동안 압력이 축적되다가 촉발 사건을 계기로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그 잠복기가 지금이고, 연쇄 붕괴가 일어나는 시기가 이 20년 안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지역의사제는 이 기간 동안 포지션을 바꿀 수 없는 사람을 매년 수백 명씩 만든다.
지역의사제의 구조를 보자.
과 선택은 26개 전 과목이 허용된다. 그러나 의무복무 지역 내에서 수련할 때 복무기간으로 100% 인정받을 수 있는 과목은 9개로 한정된다. 내과, 신경과, 외과, 신경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가정의학과. 나머지 17개 과목은 수련기간의 50%만 인정된다. 과 선택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 인센티브가 필수 9개 과목 쪽으로 유인하는 구조이다.
수련병원은 서울 소재 병원이 원천 배제된다. 의무복무 지역 내 수련병원에서 수련해야 복무기간으로 인정받는다.
복무 기관은 공공보건의료기관, 공공전문진료센터, 책임의료기관, 보건소, 응급의료기관으로 제한된다. 민간 의원이나 개인 개원은 의무복무 기간 동안 불가능하다.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면허 자격정지, 3회 이상이면 면허 취소다. 20년간 한 번의 이탈도 허용되지 않는다.
정리하면, 지역의사제로 들어간 사람은 필수 9개 과목 중 하나를 선택하고, 지역 공공병원에서 10년간 근무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흥미로운 구조가 보인다.
필수 9개 과목의 공통점이 있다. 물리적 접점이 강하다. 내과 진찰, 외과 수술, 산부인과 분만, 응급 처치, 소아 진료. 이것들은 모두 환자의 몸 앞에 사람이 있어야 하는 영역이다. 이전 시리즈에서 분석한 것처럼, AI가 가장 늦게 대체하는 영역이 바로 이 물리적 접점이다.
반대로, 복무기간 50%만 인정되는 나머지 17개 과목에는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데이터 정형화 수준이 높아 AI 침투가 빠른 과들이 포함된다. 인센티브 구조가 자연스럽게 이 과들을 회피하게 만든다.
복무 기관도 마찬가지다. 공공병원에서 필수의료를 수행하는 것은 환자 대면, 응급 판단, 시술과 수술이 중심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지역 공공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를 직접 보는 의사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제도가 의도한 것은 "지역 의료 공백 해소"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제도는, 지역의사제에 의해 선발되는 학생들을 AI 시대에 가장 오래 남는 포지션으로 밀어넣는 구조이기도 하다. 필수과 인센티브로 물리적 접점이 강한 과로 유도하고, 공공기관 복무 제한으로 AI 대체 리스크가 낮은 현장에 묶는다. 이중의 안전장치가 의도치 않게 작동하는 셈이다.
반대로, 일반 전형으로 들어간 의사는 과 선택이 자유롭다. 그러나 그 자유에는 AI 대체 리스크가 높은 과를 선택할 자유도 포함되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선택의 자유가 곧 리스크의 자유이기도 한 것이다.
AI 대체에 안전하다는 것이 곧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선, 제도가 유인하는 포지션의 현실을 봐야 한다. 지역 공공병원에서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것은 높은 노동 강도,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 열악한 근무환경을 의미한다. AI에 대체되지 않는다는 것과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과 선택의 문제도 있다. 필수 9개 과목으로 유인된다고 했지만, 뒤집어 보면 본인이 원하는 과를 선택할 자유가 사실상 제한되는 것이다. 피부과를 하고 싶은 사람이 복무기간 불이익 때문에 내과를 선택하게 되는 구조가, 그 의사의 10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제도가 답하지 않는 영역이다.
지원자 풀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지역의사제의 지원 자격은 해당 지역 중·고 졸업자로 제한된다. 지원자 풀이 좁아지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더 깊은 문제는 그 풀의 구성에 있다. 지역 최상위 학생들은 일반 전형으로 서울 상위 의대에 갈 수 있다. 10년 의무복무와 과 선택 제한이 붙은 지역의사제를 선택할 유인이 약하다. 입시 업계에서 이미 지역의사제 합격선이 일반 전형보다 낮게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만드는 구조가 우려된다. 상위권 학생이 일반 전형으로 빠지고, 지역의사제 합격선이 낮아지고, "지역의사제 출신"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지역 공공병원 의료의 질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지역 환자들이 수도권 병원으로 더 몰리고, 지역 의료 붕괴가 오히려 심화되는 악순환이다. 제도가 해결하려는 문제를 제도 자체가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역설이다.
그리고 10년 복무가 끝나는 시점을 생각해야 한다. 10년간 공공기관에서만 일한 경력, 민간 시장 경험의 부재, 그 사이 AI로 재편된 의료 시장. 세 가지가 겹치면 복무 후 전환이 상당히 고난이도가 될 수 있다. "10년만 버티면 된다"가 아니라 "10년 후에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제도 설계에는 "어디에서 일할 것인가"는 있지만, "어떻게 변화에 적응할 것인가"는 없다. 제도는 10년간의 배치만 설계했을 뿐, 10년 후의 전환은 설계하지 않았다.
지역의사제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이 제도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20년을 설계하려면 AI 시대라는 맥락을 빼놓을 수 없다. 현재의 논의는 "의사를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지만, 더 깊은 질문은 "그 20년 동안 의사의 역할 자체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이다.
이 글에서 발견한 가장 흥미로운 구조는, 선택을 제한당한 쪽이 결과적으로 AI 시대에 더 안전한 경로 위에 서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쪽이 오히려 리스크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지역의사제를 반대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선택의 자유 침해"인데, AI 시대에는 그 자유가 보호막이 아닐 수도 있다. 이것이 이 제도를 둘러싼 논의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역설이 "자유보다 강제가 낫다"는 결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지역의사제가 AI 안전 포지션으로 유도하는 것은 제도 설계자가 의도한 것이 아니다. 우연이다. 우연에 20년을 맡길 수는 없다. 자유가 의미 있으려면, 선택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정보가 함께 주어져야 한다. 지금 이 제도를 둘러싼 논의에는 그 정보가 빠져 있다.
지역의사제에 들어가는 학생들에게 20년 후의 세상을 준비시키는 것은, 그들을 어디에 배치할지 정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이다. 일반 전형으로 들어가는 학생들에게 자유와 함께 그 자유의 결과를 가늠할 수 있는 정보를 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이 둘 모두, 지금보다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이것이 이 시리즈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