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분들의 질문에 답합니다

by 최인준

이 글은 '의사는 어떻게 대체되는가' 시리즈를 읽고 보내주신 질문들 중, 다른 독자분들께도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골라 답변을 정리한 글입니다. 좋은 질문이 들어올 때마다 업데이트됩니다.


질문은 브런치 댓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어떤 경로로든 보내주셔도 됩니다. 모든 질문에 답하기는 어렵겠지만, 시리즈의 논지를 보강하거나 제가 놓친 부분을 짚어주는 질문은 이 글에 반영하겠습니다.




Q1. 4편에서 다룬 "사전 책임"과 "사후 책임"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사후 책임은 환자에게 어떠한 진료나 치료를 시행했을 때 일어나는 부작용이나 사고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이는 현재 가이드라인이나 환자의 사전 동의, 동료 의사의 자문 등으로 인하여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책임을 물릴지 잘 제도화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AI가 도입되더라도, 초반에는 책임 소재 문제가 불투명하겠지만 미리 확립된 가이드라인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충분히 보입니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마차만 있던 시대에 자동차가 처음 사고를 냈을 때, "이건 마차 사고와 같은 건가, 다른 건가?", "말의 과실인가 운전자의 과실인가?"부터 혼란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자동차 보험, 교통법규, 과실 비율 산정, 제조사 리콜 제도가 하나씩 만들어지면서 해결됐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등장한 지금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AI가 운전하다 사고 나면 누구 책임인가?"는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았지만, 보험 상품 설계, 판례 축적, 제조물 책임법 확장이라는 길이 보입니다. 의료에서의 사후 책임도 같은 궤입니다.


한편 사전 책임은, 사람이 사람을 위한 연구를 하는 이상 사람의 책임을 필요로 합니다. 예를 들어서 새롭게 연구된 치료법의 임상시험을 한다고 합시다. 이 치료법을 시행하면 환자의 73%는 완치되지만, 27%에게는 부작용만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 이 치료법의 시험을 이 환자군에게 시행할 것인가 말 것인가. 사실 기술적으로만 따졌을 때는 AI가 이 판단을 훨씬 잘할 수 있습니다. 여러 세월간 축적된 환자의 모든 다차원적 데이터를 분석하여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새롭게 연구된 치료법을 사람에게 시도해도 되는가"에 대한 판단의 책임은, 어떤 법을 만들어도, 어떤 보험을 설계해도, 최종적으로는 "이 사람에게 이걸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주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주체는 결과가 어떻든 환자 앞에 설 수 있는 존재여야 합니다.


정치에 비유하면, AI가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이 정책을 시행하면 GDP가 3% 상승할 확률이 78%입니다"라고 제시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어떤 인간 정치인보다 정확한 분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국민 앞에 서서 선언하고, 실패했을 때 국민 앞에 서서 책임지는 것은 AI가 할 수 없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확한 예측만이 아니라, "이 결정을 내린 사람이 누구이고, 그 사람이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가"이기 때문입니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도 같습니다.


결론은, AI가 더 잘 내릴 수 있는 판단이라 할지라도, 사람들 앞에서 그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도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본질 문제입니다.




Q2. 앞으로 영상의학과 의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아무래도 인터벤션 파트 제외하고 완전 대체가 가능한 과라고 생각되긴 하는데 혹시 다른 생각이 있을지 궁금하네요.


각 과의 실제 상황과 맥락은 현장에서 직접 뛰고 계신 분들께서 더 잘 아실거라 생각하고, 제 짧은 생각으로 말씀드리자면 영상의학과 같은 경우에는 몇 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말씀하신 인터벤션은 데이터 분절 문제가 있어서 더 오래 남을 것 같구요, 영상 자체의 판독은 AI가 넘어설 수 있지만 임상 맥락(이전 검사, 증상, 병력 등)과 합쳐서 판단하는 부분은 아직까지는 역할 전환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또 다른 포인트는, AI 판독 정확도가 올라가면 임상의가 영상의학과에 의뢰하지 않고 직접 AI 결과를 확인하는 경로가 열릴 수 있습니다. 규제적인 측면에서 사람을 거쳐가게 할 수도 있겠지만, 영상의학과의 위협이 AI 자체보다는 'AI 판독을 직접 쓰는 다른 과 의사'에서 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3. 수술보다는 시술 쪽이 파이가 훨씬 크고 술기도 간단할텐데. 그런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피부 레이져나 리프팅 기기들은 AI 로봇으로 자동화하는데에 훨씬 빠를 것 같아 보여서요.


의견을 달기가 조심스럽지만, 피부 레이저나 리프팅은 대부분 비급여/자비 시술이라 보험사가 개입할 이유 자체가 없고, 수요가 높으며, 단순 반복 시술이라는 측면에서, 시술 중에서는 말씀대로 자동화 가능성이 높은 축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향후 자동화로 인해 해당 시술들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은 비/준의료인이 기기를 운용할 수 있는 경로가 열릴 수 있고, 그러면 대체의 문제보다도 의사의 시술 독점 자체가 약화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규제가 마지막 방어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새로운 질문이 추가될 때마다 업데이트됩니다. 최종 업데이트: 2026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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