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의 껍질, 그 너머의 일본

뉴오타니와 대기업에서 본 ‘겉치레 사회’의 실체

by 쿨파스

도쿄에서 일하던 시절, 나는 약 2년간 호텔 뉴오타니 부속 건물인 ‘뉴오타니 가든 코트’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마침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던 때도 이곳에서 일하고 있었던 터라, 그 순간의 기억은 특히 강하게 남아 있다.


호텔 뉴오타니는 1964년 도쿄 올림픽 개막에 맞춰 지어진 대형 호텔로, 제국호텔, 호텔 오쿠라와 함께 ‘도쿄 3대 호텔’이라 불리던 상징적인 장소다. 1967년에 개봉한 영화 『007 두 번 산다』에서 악의 조직 본부로 등장하기도 한 이 호텔은, 본관 외에도 별관인 가든 타워, 오피스 빌딩, 연회장 등을 갖춘 대규모 복합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근무했던 곳은 이 중 가든 코트 오피스 빌딩이었다.


호텔이 위치한 도쿄 아카사카, 요츠야, 나가타초 일대는 일본 국회의사당, 총리 관저, 국회의장 관저 등과 가까워 정치인들이 자주 드나들었고, 도쿄돔에서 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 선수들도 이곳 호텔에 숙박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아소 타로나, 주니치 드래곤즈 선수들과 로비에서 마주친 일도 여러 번 있었다. 당시 한류 열풍으로 일본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욘사마’라 불리던 배용준이 이곳에 투숙했을 때는, 호텔 입구에 팬들이 장사진을 이루던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호텔은 전체적으로 약간 오래된 느낌은 있었지만, 고급스럽고 깔끔한 인테리어를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정원 쪽 풍경은 아름다웠다. 당시 나는 흡연자였는데, 휴식 시간마다 호텔 일본 정원의 폭포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시간이 내게는 작은 힐링이었다.


가든 코트 입주자였던 덕분에 나는 호텔 직원용 식당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경험은 나에게 일본 사회의 이면을 엿보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가든코트, 가든타워, 본관의 세 건물이 복잡하게 연결된 구조였고, 직원 식당까지 가는 길은 마치 공장이나 물류창고를 방불케 하는 미로 같았다. 고객용 고급 카페트 복도를 지나 문 하나만 열면 갑자기 종업원 구역이 펼쳐졌는데, 그 내부는 충격적이었다.


페인트가 벗겨지고 정리되지 않은 복도, 지저분하게 방치된 공간들, 그리고 화장실 근처를 지날 때 나는 지린내까지—겉으로 드러나는 ‘고급 호텔’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나는 이 대조적인 경험을 통해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유한 이중 구조를 실감했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에 집착할 정도로 치밀하게 신경을 쓰지만, 그 이면은 의외로 허술하고 정리조차 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는 땀과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사실 이런 ‘겉과 속의 괴리’는 호텔 내부의 풍경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캐나다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함께 다닌 일본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한때 캐나다 지사에서 일했던 일본계 상사에서의 경험을 들려준 적이 있다. 나는 당시에는 아직 일본 기업에서 일해 본 경험이 없어서 실감을 못했다.


그 친구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상사임에도 불구하고, 업무 자료를 만들 때 아직도 사진을 프린트해서 가위로 오려 붙이는 방식을 쓰고 있다고 혀를 찼다. 그런 걸 캐나다에서 보고 자란 사람이 보기에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져 보였겠는가.


실제로 일본 최대 유통업체와 함께 프로젝트를 하면서 그 말이 얼마나 사실이었는지를 뼈저리게 실감하게 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전국에 수천 개의 매장을 가진 정교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안에 들어가 보면 IT 시스템 자체가 허술하게 짜여 있었고, 업무 흐름도 비효율적이었다. 2003년 입사 당시에 거래처로부터 데이타를 받아서 취합하는데 산더미 같은 플로피 디스크를 처리하는 게 내 첫 업무였다.


게다가 당연히 사용자가 직접 시스템 상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 작업을, IT 부서 직원이 수동으로 서버에 접속해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고, 그것을 엑셀로 변환해 다시 업로드하는 식으로 업무가 돌아가고 있었다. 이는 일부 프로세스가 아예 자동화나 시스템화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디지털화된 대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곳곳에 ‘사람이 직접 땜질하는’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던 것이다.


이처럼 일본 사회는 외관상 치밀하고 정교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예상치 못한 낙후성과 비합리성이 자리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에는 극단적인 정성을 들이지만, 정작 시스템의 핵심은 구식의 방식에 의존한 채, 사람의 수작업과 헌신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조는 단지 한 호텔이나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사회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고질적인 특성이라 할 수 있다.


호텔 뉴오타니의 복도를 지나 문 하나를 열었을 때 펼쳐졌던 그 이질적인 풍경—화려함과 너저분함이 공존하는 그 모습은, 지금 생각해 보면 단순한 공간의 대비가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일본 사회 그 자체의 축소판이었는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정돈되고 단정해 보이지만, 그 뒤편에는 수많은 모순과 인력 의존, 그리고 정체된 구조가 숨어 있는 나라. 나는 그곳에서 직접 일하며, 그 이면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지금도 내가 일본이라는 나라를 바라보는 관점의 핵심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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