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안전하고 청결한 이상향」이라는 환상

일본의 계란은 안전하니까 생으로 먹어도 된다?

by 쿨파스

요즘 인터넷을 보다 보면, 일본에 대해 마치 이상향처럼 묘사하는 글과 댓글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일본에 살아본 적도 없고, 일본어조차 못하는 이들이 “일본은 너무 리스펙트풀한 나라”, “2050년에 사는 것 같다”, “범죄도 없고 시민의식이 뛰어난 사회”라는 식으로 찬사를 보내고, 그런 이야기에는 수많은 동조 댓글이 달린다.


하지만 일본에서 20년 이상 살아온 나로서는,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 당혹감을 느낀다. 나는 단순히 여행자나 단기 체류자가 아니라, 우유배달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IT 기업의 일본 지사장을 거쳐, 일본 정부의 공공 사업까지 수행해 본 경험이 있다. 그런 내 입장에서 보면, 이른바 ‘재팬 판타지’는 때때로 현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으며,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일본이라는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실제로 내가 근무했던 회사의 본사에서도, 외국인의 이런 막연한 일본에 대한 동경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아왔다. 예컨대, 내가 직접 책임지고 있던 일본 내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실상은 예산도 작고 아직 초기 접촉 단계에 불과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본사의 영업 임원은 그것을 "일본 정부와 협업 중인 대형 전략 사업"으로 포장하여 대주주 대상 프레젠테이션에 올렸고, 심지어 사내 커뮤니케이션 채널에도 자랑스럽게 게시했다. 나는 실무 책임자로서 현실과 괴리된 이러한 과장을 볼 때마다 곤혹스러움을 느꼈다.


일본의 위생 문화에 대한 환상도 그 대표적인 예다. 많은 이들이 “일본은 위생이 철저해서 날계란을 먹을 수 있지만, 캐나다나 서구권에서는 위생이 부족해서 날계란을 먹으면 안 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실 날계란 섭취와 관련된 위험은 계란 내부가 아니라 껍질에 묻은 살모넬라균 때문이다. 닭은 알을 낳는 구멍과 배설하는 구멍이 동일하여, 산란 과정에서 분변이 껍데기에 묻을 수 있고, 이를 깨는 과정에서 교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일본뿐 아니라 북미를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계란 껍질을 세척하고, 냉장 유통하는 것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다. 즉, 마트에서 파는 계란의 위생 수준은 일본과 캐나다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날계란을 먹는 문화는 단지 식문화의 차이일 뿐, 절대적인 위생 우열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또 흔히 나오는 반론이 있다. “일본은 껍질만이 아니라 닭 자체의 살모넬라 감염도 예방하는 체계가 있어서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 주장이 맞다면, 북미에서 매일 아침 수백만 개씩 소비되는 서니사이드업(sunny-side up) 계란은 모두 위험해야 한다. 이 조리 방식은 노른자를 익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날계란 섭취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북미에서의 살모넬라 식중독 사례는 매우 드물며, 이는 유통 및 위생 시스템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결국 ‘일본은 유일하게 날계란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나라’라는 믿음은, 사실보다 이미지에 의존한 왜곡된 인식이다. 일본의 위생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전적으로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언제나 절대적이고 유일한 기준인 것처럼 여겨지는 태도가 문제다.


참고로 캐나다의 계란 유통 사정을 살펴보면, Burnbrae Farms라는 기업이 사실상 국내 계란 시장을 일정 부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Best Employer 상을 비롯해 다양한 기업 문화 관련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국 규모의 콜드체인 시스템과 대형 포장·세척 시설을 바탕으로 계란을 가공하고, 로블로우즈(Loblaws), 코스트코(Costco), 월마트(Walmart) 등 주요 마트 체인에 납품하고 있다.


이들이 취급하는 계란 제품군은 단순한 크기(S, M, L) 구분을 넘어서, Free-range, Omega-3 강화, Cage-free, Organic, Nestlaid 등 소비자 니즈에 따라 세분화된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예를 들어 장보기 대행 서비스에서 계란 한 팩을 주문받아도, 패키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바코드를 일일이 스캔하지 않으면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과 일치하는지 헷갈릴 정도로 복잡하다.


이처럼 대형 유통망과 시스템을 갖춘 Burnbrae Farms조차도 2025년 초, 살모넬라균 오염 가능성이 제기되자 수천 개 제품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시행한 바 있다. 이는 온타리오, 매니토바, 브리티시컬럼비아 등 여러 주에 걸쳐 유통된 계란 일부가 대상이었으며, 리콜 사유는 예방 차원의 조치였다. 실제로 이 제품으로 인해 식중독에 걸렸다는 공식 보고는 없었지만, 이처럼 ‘위험성이 존재할 가능성만으로도’ 대규모 리콜을 감행할 정도로 캐나다 내 식품안전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이에 비해 일본의 마트에서 판매되는 계란은 대부분 JA(농협조합)나 지역 유통업체를 통해 각지의 중소 농장과 계약하여 공급되는 경우가 많다. 즉, 캐나다처럼 대형 기업이 전국 유통망을 통해 표준화된 제품을 공급하는 구조가 아니라, 지역성과 소규모 농가 중심의 분산형 유통 구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구조는 제품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유통 품질의 균일성이나 대규모 위생관리 체계라는 면에서는 캐나다에 비해 월등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일본에서도 식품 위생 사고는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2011년 ‘유키무라야’ 사건에서는 살모넬라균의 일종인 O-157, O-111에 오염된 육회를 먹은 고객 중 5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중독 증세를 보였다. 이는 식재료 검수 및 위생관리 부실의 대표 사례로 남아 있다.

-2020년 사이타마현의 초등학교 급식 식중독 사건에서는 130명 이상이 감염되었으며, 조개류의 세균 오염이 원인이었다.

-2023년에는 유명 스시 체인 ‘스시로’에서 손님 수십 명이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조사를 받았다.


또한, 일본의 경기 침체와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원산지 위조, 유통기한 위반 사례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13년, 도쿄와 오사카의 고급 호텔 체인에서 중국산 냉동 새우를 사용하면서도 "국산 생물"로 표기해 판매한 사실이 적발되어 사회적 파장이 컸다.

-2022년 홋카이도의 한 식품 제조업체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재가공해 판매하다 적발되어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런 사례들은 일본도 위생적으로 완벽한 사회가 아니며, 어느 나라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와 인간적 실수가 일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일본에 대한 과도한 이상화에는 분명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흔히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말처럼, 외부의 시선은 언제나 실체보다 과장되기 쉽고, 특히 언어 장벽이 존재하는 일본이라는 사회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검증하기조차 어렵다. 이러한 상황은 일부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과장된 일본 찬양 서사를 만들어내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미화가 일본 사회 내부의 기대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많은 일본인들은 서양인이나 외국인으로부터 일본에 대한 찬사를 들으면 그것을 비판적 거리감 없이 “역시 일본은 대단하다”는 자화자찬의 근거로 삼는 경향이 있다. “일본 스고이”라는 표현은 외부 평가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집단 심리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화는 결국 비판을 차단하고, 문제 인식을 마비시킨다. 미화된 이미지에만 안주하다 보면, 내부의 구조적 결함이나 쇠퇴의 징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된다. 일본 사회에서 자주 목격되는 “구린 것은 뚜껑을 덮자”는 태도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감추고 덮는 방식으로 일관하다 보면, 그 결과는 개선이 아니라 악화와 퇴행일 수밖에 없다.


나는 일본의 쇠퇴가 단지 인구 감소나 경제 구조의 변화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짜 원인은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과거의 영광과 외부의 칭찬에 스스로 도취되는 자기기만에 있다고 본다. 사회 전체가 ‘잘 하고 있다’는 환상 속에 있을 때, 실제로 필요한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대가는 결국, 그 사회 내부의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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