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민세 납부하러 가던 추억

손으로 써서 제출하던 원천징수 납부 용지

by 쿨파스

나는 원래 일본에서 미국계 IT 솔루션 회사의 솔루션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가 합병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내가 담당하던 솔루션이 더 큰 회사로 분리되어 팔려 나갔고, 일본에 이미 고객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관리할 사람이 필요했다. 마침 몇 년간의 영업 노력 끝에 일본 최대 유통사와 대형 계약을 따낸 직후였고, 내 바로 위에 있던 아시아 태평양 영업 책임자가 새로 합병된 회사의 CEO로 승진하면서, 나도 갑자기 일본 지사장으로 임명되었다. 부하 직원 하나 없는 원맨 사장으로 시작한 나는 법인 설립부터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해야 했다. 미국 대사관까지 가서 affidavit을 받아 등기를 하고, 사무실을 얻고, 법인 구좌를 개설해야 했다. 그런데 일본은 주소, 은행 구좌, 사무실 계약이 서로 순환적으로 얽혀 있어서, 법인 설립 시점에는 부득이하게 내 집 주소를 회사 주소로 등기해야 했다.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등기부에 내 집 주소가 찍힌 것은 지금 돌이켜보면 위험하고 어이없는 일이었다. 이후 사무실 임대를 마치고 나서야 주소를 변경할 수 있었지만, 주소를 바꾸더라도 등기 이력 증명서를 발급하면 과거 주소가 모두 기록으로 남았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사무실을 차렸고, 시간이 지나 직원도 일곱, 여덟 명 규모로 늘어났다. 하지만 나는 회사 경영이 처음이었기에, 분사하기 전 회사 사장이 술자리에서 해 준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처음에는 회계 직원을 뽑지 말고 직접 돈의 흐름을 파악해 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회계, 페이롤, 세금 납부까지 직접 담당하며 일본식 시스템을 몸소 배우게 되었다.


일본은 매달 급여에서 소득세와 주민세를 원천징수한다. 특이한 점은 주민세인데, 이름은 주민세지만 사실상 지방 소득세로, 전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직장을 잃은 사람은 소득이 없어도 전년도 소득 기준으로 세금 폭탄을 맞고, 외국인은 첫해는 주민세가 없어 세금이 적다가 이듬해부터 갑자기 크게 늘어난다. 납부 방식도 매우 아날로그여서 직원들이 사는 자치단체에서 각각 납세용지가 발행되며, 나는 그것을 들고 매달 우체국에 가서 세금을 납부해야 했다. 같은 도쿄에 살아도 구마다 서류가 달랐고, 심지어 치바현 시골 마을에서 매일 출근하는 직원의 경우는 연간 총액만 적혀 있어 내가 직접 12로 나눈 금액을 공백 납세 용지에 펜으로 써 넣어야 했다. 처음에는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어이가 없었지만, 그것이 일본 행정의 현실이었다.


미국과 캐나다의 시스템은 이와 비교하면 중앙집권적이다. 캐나다는 퀘벡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고용주가 캐나다 국세청(CRA)에 세금을 보고하고 납부하며, 주정부와 지방정부 세금은 중앙정부가 걷어서 분배한다. 다만 퀘벡주는 예외라서 중앙정부와 퀘벡 주정부에 각각 따로 세금 보고와 납부를 해야 한다. 캐나다 수도 오타와는 온타리오 주에 속해 있지만, 퀘벡에서 출근하는 직원이 많아 오타와 회사들은 동일 직원의 세금을 중앙정부와 퀘벡 주정부에 각각 납부해야 한다. 일반 개인은 자치단체에 소득세나 주민세를 내지 않고, 부동산을 소유했을 경우에만 재산세를 낸다.


미국의 경우는 직접 경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연방정부에 소득세를 보고·납부하는 동시에 주마다 별도의 세금 제도가 있다고 들었다. 주 경계가 가까워 회사가 있는 주와 직원이 사는 주가 다른 경우가 흔하며, 이럴 때는 직원이 거주 주에 세금을 납부해 달라는 신청서를 회사에 제출하면, 고용주는 원천징수 세금을 거주 주정부에 보고하고 납부한다. 복잡하긴 하지만 일본처럼 자치단체별 납세용지를 들고 우체국에 가는 아날로그 방식은 없다.


이렇게 비교해 보면 일본은 지방 분권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어 회사가 직접 각 자치단체에 대응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미국은 연방과 주의 이중 구조이지만 시스템화되어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캐나다는 중앙집권적 구조 속에 퀘벡만 특수한 예외를 두고 있다. 나는 일본에서 직접 우체국 창구에 줄 서서 납부 용지에 금액을 적어 넣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내가 밖에 나가서 그런 일을 하고 온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저 추억이 되었지만, 그것은 단순한 행정 경험이 아니라 일본 사회가 분권적이지만 동시에 비효율적인 시스템에 깊이 뿌리박혀 있음을 몸으로 체험한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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