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나의 글쓰기 역사

by sunshine


언제였을까. 내가 글을 쓰고 싶었던 순간은,

열네 살의 나는, 매일 저녁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성우의 목소리를 통해 사랑이야기를 들었다. 그럴 때면 세상 모든 두려운 것들은 사라지고 왈츠에 맞춰 왕자님과 춤을 추는 기분이 되어 황홀했다. 다음날 일과의 시작은 반 친구들에게 라디오 드라마를 전하는 것이었다. 라디오보다 내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는 나를 오묘한 희열로 이끌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나는 마치 샬롯 브론테가 된 듯 로맨스 소설을 썼다. 지금 생각하니 내 소설은 문학에서 만났던 제인 에어, 조 마치가 만들어낸 이야기였던 것 같다. 아쉽게도 지금은 한 장도 남아있지 않지만, 그 시절 내가 쓴 소설이 우리 반에서 베스트셀러였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내가 쓴 소설은 소문을 타고 온 학교를 돌다가 마침 국어 선생님의 손에 들어갔다. 작고 소리 없는 존재였던 나는 선생님의 호출로 교무실에 불려 갔을 때 두려움과 겁에 휩싸였다. 희디 흰 피부색의 선생님은 재미있게 읽었다며 혼내기보다 글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써보라는 조언을 했다. 그런데 그것이 그만 나의 글쓰기를 멈춘 사건이 되고 말았다.

그 이후, 나의 글쓰기는 멈추었다. 논문을 쓰기 시작한 40대가 되어서야 나의 글쓰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마음 한 구석에 작은 불씨가 꺼진 줄 알았는데 거기 있었나 보다. 논문이 아닌, 글이 쓰고 싶어진 것을 보면 …….

컴퓨터 여기 저기 작은 글들이 모래알처럼 섞이지 못하고 흩어져 있다. 작은 글들이 우주를 떠다니듯 부유하고 있다.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그것들을 하나의 줄에 엮어보고 싶어진다. 이런 소망은 점점 커진다. 이러한 마음은 운전 중 갑자기 노루를 만나는 것처럼 느닷없이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핸드폰에 녹음도 해보고 메모지에 적어도 보지만 또. 또. 또 파도가 부서지듯 부서지곤 한다.

나는 참기를 잘하는데, 그에 반해 끈기 있게 지속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다. 참아내기와 끈기는 매우 다르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 참아내는 내가 끈기 있고 인내하는 사람의 유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잘 알고 있다. 이 두 가지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나는 아픈 것을, 억울한 것을, 힘든 일을 잘 참아내지만, 목표를 향해 지속하는 힘인 끈기와 인내는 부족하다.

자금 내가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은 어메이징 한 일이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며 나는 그것이 무엇인 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에 호들갑을 떤다 하면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그에 따른 시작을 알고 실현한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바로 나로 사는 것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오늘 시작한다.

하나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첫걸음을 뗀다. 내가 원했던 것,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적어보기로 한다. 그것은 내 삶이고 나의 경험이다. 사라지지 않는, 사라질 수 없는 나의 이야기다. 이 연재는 아주 사적인 나의 스토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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