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좋아하나요?

그림책 에세이; 솔이의 추석 이야기

by sunshine

저녁 산책을 하는데 달이 차오르는 것을 보았다. 며칠 후면 둥근달을 보겠구나 싶다. 보름달을 보면 준비하고 있던 것처럼 소원이 생각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기원하고 마음에 품은 소망을 빈다. 추석의 달은 슈퍼문이라고 불리기에 신통한 힘이 있을 것 같아 이성을 뒤로하고 그 강력함에 기대를 갖는다.


상담하고 있는 8살 아동에게 ‘솔이의 추석 이야기’를 읽어주었다. 아직 글 읽기가 서툰 녀석이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꾸며 들려주는데 그럴싸한 스토리에 웃음이 나왔다. 보름달과 송편, 할머니, 성묘 등의 그림을 보면서 아이는 추석 이야기를 재미있게 구성해낸다. 하지만 나만큼 추석이 오는 것을 설레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억배 작가의 ‘솔이의 추석 이야기’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의 명절 추억을 소환하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그림책이다. 사실적인 그림은 어찌나 정겨운지, 어린 시절 손꼽아 기다리던 추석의 풍경화 같아 푸근하다. 솔이네 가족은 추석을 앞두고 목욕탕을 찾아 몸을 깨끗이 하고 이발소와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예쁘게 손질한다. 엄마는 오랜만에 색동옷을 꺼내 솔이에게 입히고, 시장에 들러 가족과 즐기기 위해 이것저것 물건을 장만한다. 도로에 가득 찬 자동차의 행렬과 두 팔 벌리고 마중 나온 할머니가 반갑다. 한국인의 DNA에는 명절이 새겨져 있나 보다. 그 풍경이 낯설지 않고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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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명절 분위기는 이전 같지 않다. 코로나가 3년 이상 지속되면서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명절의 풍경이 그러하다. 코로나가 오고 첫 해는 영상으로 가족 상봉을 하기도 하고 차례를 온라인으로 지내는 것을 방송에서 보았다. 코미디처럼 우스운 상황이지만 차마 웃을 수 없었다.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명절이면 당연하던 가족의 만남이 당연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이제는 명절에 고속도로에 길게 늘어선 차들을 보아도 귀향길이라고 단정하지 않다. 연휴를 맞아 여행을 가거나 쉼을 위해 저마다의 힐링 스폿을 찾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민족의 고유 풍속으로 명명하고 즐겁고 좋은 면만을 부각한 이면에는 누군가의 행복을 양보시키고 누군가를 거짓되게 하고 누군가에게는 죄책감을 주었다. 수천 년을 알게 모르게 우리가 외면해왔던 사실이다. 나는 코로나가 이런 모순의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좋은 핑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민족은 어떤 상황에서든 분류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함께 모이지만 여러 개의 밥상이 펼쳐지고 나누어 앉는다. 또 MZ세대 X세대, 기성세대로 분류하며 다름을 신기해할 뿐 어울리며 함께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모이되 함께 하지 않는 모순.


나이가 들어설까. 모이는 것이 싫기만 했던 이전의 마음은 작아지고 그리운 것들이 늘어간다. 엄마가 송편을 만들기 위해 반죽을 해놓으면 옹기종기 둘러앉아 작은 손으로 송편을 빚으며 깔깔대던 기억, 예쁜 송편을 만들면 예쁜 아이를 낳는다는 어른들의 말에 오래도록 주물럭거리며 애쓰던 기억, 추석 선물로 양말 한 켤레, 내복을 받고 좋아서 잠을 설치기도 했던 그때가 그립다.


우리의 아이들도 지난 삶을 회상하며 그리워하고 싶은 시절이 올 텐데, 조금 힘들어도 함께여서 좋기에 기꺼이 배려하고 싶은 마음이 들 텐데. 그 씨앗을 뿌려주는 것은 어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든 할 수 있는 선물이지만 이번 추석에는 아이들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해야겠다. 그리고 높이 떠올라 어둠을 환하게 밝혀주는 보름달에게 잠시나마 마음의 걱정을 맡겨놓으라고 이야기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