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등록한 수영은 일주일째 빠졌다.
몇 달째 기침하던 목도 지난주에 기어이 곪아 물도 꼴깍 넘기기 아픈 지경이 되었다.
수영을 빠질 이유를 궁리하며 검색해 보았다.
'아플 때 수영'
그렇게 나온 글은 의외로 수영을 가고 싶어서 쓴 글이었다.
어차피 감기든 코로나든 바이러스는 락스물에 죽으니 가고 싶으면 가면 된다고 한다. 글쓴이는 몸살이 났음에도 꾸역꾸역 수영에 갔고, 나쁠 건 없지만 확실히 숨이 차고 힘이 들어서 힘들었다고 한다. 나쁠 건 없었지만 좋을 것도 없었다는 이야기.
아침잠이 끈덕지게 몸에 무겁게 달라붙어 있었던 침대에서까지는 오늘도 수영을 빠질 핑계를 찾고 있었다.
그런 오늘이었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서 더 이상은 지체할 수 없어 몸을 내렸다. (일으킨 게 아니라 바닥으로 후루룩 내렸다.)
일어나고 나니 어젯밤에 밤공기가 좋아서 열어둔 바깥 창을 보며 쌀쌀한 차림으로 산책을 다녀온 어젯밤을 떠올렸다. 목 상태가 아침마다 리셋되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이 아님을 인정했다. 그래, 운동 가자.
뭐든지 들어가는 커다란 백팩에 노트북을 거꾸로 넣고 수영가방을 넣었다. 오리발은 넣었다가 뺐다. 설마 화요일부터 오리발을 하겠어?
그런데 오리발데이였다..
에라 모르겠다, 샤워할 때부터 연수반을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상급 자유수영 레인에 살포시 합류했다. 이것이.. 수업 땡땡이치는 '자유'! 음하하
강습을 오래 쉬었다가 온 거라서 걱정 많이 했는데 쉬고 싶을 때 조금 쉬어갈 수도 있고 평일 낮 자유수영을 오실 만큼 열정 있는 회원님들이 100m, 200m 끊지 않고 달려서 눈치껏 오래 농땡이 부리지는 않았다. 여러 바퀴 돌수록 무겁기만 했던 몸을 조금 더 뻗어지고 배영 발차기도 매끈하게 길어질 때쯤 접영도 시도했는데 여전히 잘 안 된다. 숨이 찰까 두려움에 자꾸 아이엠을 하게 된다.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며 쉼 없이 앞질러 나가던 회원님이 가만히 보시더니 피드백을 해주셨다. 접영 스타트 새로 배우기, 팔로 물길 타지 않기, 얇고 짧은 파장을 버틸 수 있는 코어근육 운동하기. ...PT 선생님인 줄.
아무튼 예상치 못한 행운으로 작년부터 골칫거리였던 접영을 전면 훈련하기로 마음먹었다.
언제나 그렇듯 가뿐해진 몸과 마음으로 수영장을 나섰다. (아침약만 먹었는데 목도 안 아프다! 락스소독^^)
막상 길을 나서고 보면 지나치기엔 소풍 같은 날씨다.
집에 있을 때면 모두 필요 없다는 듯 피곤함에 게으르게 되지만.
꽃구경을 하느라 정처 없이 떠돌던 마음을 잡아 정원 벤치에 앉혔다.
시도해 봤다면 알겠지만 자갈이며 나뭇잎으로 뒤덮인 인기척 없는 자리는 수영장 가방으로 쓱 닦고 대충 앉아야 한다. 그러고 나면 이파리 사이로 떨어지는 햇빛을 받거나 잎그늘에 숨을 수 있게 된다!
어린아이 같이 대담하고도 맑은 공기가 스치고 나면 셀 수 없이 흔들리며 저끼리 부딪히는 잎들이 연주하는 봄의 교향곡을 만끽해 본다. 아, 점점 커지는 걸 보니 여름이 다 와 간다나.
풀쩍 뛰노는 새와 자리를 같이 차지하자니 기척이라도 내고 싶었는지 숫자 8과 9 사이로 침을 주르륵 흘렸다.
네 이놈.... 정원에 머물려면 날아오는 먼지와 벌레와 침(?)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하물며 우리네 삶이라고 아름다운 장면만 있을 순 없는 것처럼. 여행을 떠나고 보면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처럼 원치 않은 곤경에 처하게 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길에 오르지 않겠다면 유감이다.
이미 시작된 것을 되돌릴 수 없거니와 부지런히 찾아다녀도 다 보지 못할 만큼 행복의 순간은 끝이 없다.
오늘 내가 받은 날씨와 가뿐한 산책, 수영과외 같은 것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