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사는 일에 진심인 식품 전공자가 작가로 사는 일
저는 이과생이지만 선생님도 부모님도 문과에 가라고 했고, 지금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입니다.
이도 저도 아니지만 다른 말로 하면 다재다능한 거예요.
흐느적거리며 하루를 시작해도 오전에 내원하고 전시 보고 미팅한 후에 수영하고 글을 쓰다가 저녁밥도 맛있게 차려먹는 하루를 살아낼 수 있습니다. 수영했으니 저녁도 건강하게 먹고 싶어서 닭가슴살과 브로콜리, 귀리밥을 꺼냈고 맛있게 먹고 싶어서 올리브유, 발사믹 식초, 알룰로스를 살짝 두르고 타임으로 가니쉬도 했습니다. 혹시나 이렇게 해도 간이 맞지 않을까봐 죽 샀을 때 뜯지도 않았던 장조림을 꺼내고 어제 먹다 애매하게 남은 곰국을 데웠습니다. 간단하게 먹으려고 하나 둘 차리다 보니 이렇게 근사한 한 끼가 되어 만족스럽게 식사를 끝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먹고 사는 일이 언제부터 이렇게 지긋지긋한 말이 되었을까?'
식품 전공자로서 식품 산업이 가성비를 따지고 유행이나 구설수에 쉽게 휘청이며 다른 소비에 비해 뒷전으로 밀리는 모습을 지켜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생활비를 아끼려면 뭐든 줄이긴 해야 하는데 맨 앞줄에서 괜한 눈총을 받는 게 식비잖아요.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파인다이닝, 고급 디저트, 프리미엄 과일과 식재료, 주류 등 먹는 것에도 투자를 하지만 막상 매일 밥으로는 무엇을 어떻게 먹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 또 가슴이 아픕니다. 일하느라, 공부하느라, 뭐 하느라 바빠서 직접 식사를 준비할 수 없는 현대인이 대부분일 겁니다.
일단 저 조차도 여행 경비를 아끼려면 끼니를 대충 때워버리곤 했으니 남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먹고 사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있나요?
생활의 기본인 의식주에 '식'이 들어가있다보니 중요한 걸 알면서도 쉽게 힘 빼기 쉽습니다. 되짚어서, 힘 주어 챙기면 생활이 확실히 윤택해진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