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울한 자

by 전 소

봐라, 창가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기만 한 그자

그자의 눈을 바라보면

마치 깊은 호수가 들어 있는 것 같다.

잔잔하면서도

언젠간 거기에 빨려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거미줄처럼 내려와

작고 창백한 얼굴의 한쪽 눈을 가리네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유리창 밖에 서있는 나는 문득 그가 궁금해졌다.

새 한 마리가 소란스럽게

나무 그림자 밑을 지나간 그때,

태양의 빛은 구름에 가려져

파란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진 그 순간,

어쩌면 나는

지금 그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 우울한 자여

부디 너의 깊고 깊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아무것도 없는 침묵의 어둠 속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기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수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