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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굣길

by 전 소

소년은 힘껏 발을 땅에 딛고 뛴다

발자국 사이로 벚꽃 잎이 흩날린다


우두커니 서 있던 길

우연히 마주쳤던 소년

그 길에 남겨진 뒷모습이 말해준다

여기가 등굣길이구나


힘껏 뛰었던 소년

세상을 아직 다 품을 수 없는 작은 소년

품을 수 없기에

그토록 힘껏 뛰며 채우려 했나 봐

흰색의 꿈을


길가에 늘어선 나무들처럼

사람들도 나란히 서 있다

각자 다른 세계의 거리를 지키며

지나가는 발걸음은 조용히

벚꽃길에 스며든다


걷다가 걷다가

어느새 그 길이 삶의 길

다시 흰색으로 돌아가네

모든 마음의 색을 섞으면

세상과 함께 존재하는 색


그것이 돌아온

흰색 벚꽃의 계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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