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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구름의 기억

by 전 소

나는 한때 구름이었다

하늘을 너머

너를 바라보며

찬란한 석양의 빛을 품고

너에게 달려갔다.

나는 한때 바람이었다.

소리 없이 너의 눈가의 흘린 눈물을 닦아주며

은방울처럼 울리는 너의 웃음소리를

지나간 나뭇잎의 화음 속에

영원히 새겨놓았다.

나는 한때 한송이의 장미였다

여름 속 눈부신 태양아래서 피어가며

온몸의 가시를 조용히 숨긴 채

오직 가장 순수한 사랑을

너의 두 손에

남겨버리고 싶었다.

나는 스스로의 존재를 시간 속에서 지워버리며

한 우주의 희미한 빛이 되어

너와 함께 수많은 외로운 밤을 보내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게 오직 이것뿐이오

그저 네가 나를 우연히 바라봤을 때

너를 사랑했던 나의 진심을

맘속에 작은 한 구석으로만

기억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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