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기
감정은 하나의 거울이다. 우리는 그 거울에 비친 진실을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감정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가져오고, 환상을 만들어낸다. 마치 찰나에 밤하늘로 솟아오르는 불꽃처럼, 터지고 나면 눈 속에 끝없는 쓸쓸함만 남긴다. 감정은 스스로를 찢어놓고, 타인도 찢어놓는다. 극단적이고, 방종하며, 공격적이고, 상처를 주고, 물러설 줄 모른다. 마치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두 사람이 서로를 붙잡고 몸부림치는 것처럼, 자기 생존만이 중요할 뿐이다. 감정은 다시 한 번 우리를 가장 어두운 내면, 가장 연약한 부분과 마주하게 만든다.
화려한 겉모습 아래 감춰진 빙산의 일각, 치유 불가능한 이기적인 본성.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 충족할 수 없는 것을 타인에게 기대한다. 그래서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어쩌면 자기 자신을 충분히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알지도 모른다. 자연과 만물을 사랑하는 법도. 사랑은 온 우주를 연결하는 거대한 힘이다. 우리는 그 사랑 속에서 생명을 얻는다. 사랑은 본능이며, 일부러 찾으려 할 필요는 없다. 그저 깨어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그것을 깨우는 방법을 모른다. 생각을 멈추고, 사랑의 존재를 의심하며, 사랑에 대한 믿음을 잃는다. 그러다 점점 오해하고, 스스로를 가두며, 이 본능을 잊어버린다. 마치 사랑이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것처럼. 누구도 사랑의 진짜 모습을 본 적이 없기에, 사랑은 전설처럼 들린다.
어쩌면 내 마음은 거대한 숲인지도 모른다. 그 사랑을 다시 깨우기 위해, 설령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홀로 짊어지더라도, 나는 거센 바람을 거슬러 나아가야 한다. 나는 믿는다. 어두운 가시덤불이 가득한 숲의 가장 깊은 곳, 그곳에는 조용하고 투명한 호수가 있을 것이다. 은은한 달빛 아래 반짝이며,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곳에 가 닿을 것이다. 구름을 헤치고, 그 호수 곁에 서서, 나 자신을 온전히 맡길 것이다.
마침내, 나는 사랑이 봉인된 장소를 찾았다.
푸른빛의 온화한 품속에서, 오래전 잊혀진 기억을 다시금 깨운다.
감정은 상대를 자신의 세계로 이끌어들이는 의식이다.
우리가 만난 것은 이미 운명 속에 새겨져 있었고, 우리는 각자의 사명을 완수한다.
사명이 끝나면, 인연도 끝난다.
모든 여행에는 끝이 있다.
어쩌면 이제는, 허무하고 덧없는 인파 속에서 감정을 의지하려 했던 이 고된 여정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된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은 이 환상 속에서 사랑을, 우정을 찾아 헤맸다.
끊임없이 찾고, 끊임없이 실망하고, 다시 희망을 품고, 또다시 찾아 나서고, 다시금 실망했다.
수없이 많은 만남과, 기다림과, 이별과, 그리움과, 실망과, 기쁨과, 상처를 겪으며 결국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이 결국, 나 혼자만의 짝사랑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그저 헛된 기대를 품을수록 괴로움만 늘어날 뿐이라는 것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성장도 없었다.
그래서, 스물여섯 살이 된 올해, 나는 더 이상 이 벌처럼 반복되는 순환 속에서 나 자신을 가두고 싶지 않다.
타인에게 기대하는 헛된 꿈에서 벗어나,
비로소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내 자신을 받아들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