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의 서재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가잔차키스

by 달콤해진

당신은 어떤 자유를 누릴 것인가?


“조르바는 내가 오랫동안 찾아다녔어도 만나지 못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펄떡펄떡 뛰는 심장과 푸짐한 말을 쏟아내는 커다란 입과 위대한 야성의 정신을 가진 사람. 모태인 대지에서 아직 탯줄이 채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 p21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를 묘사한 부분이다. ‘나’는 크레타섬에 있는 탄광을 가진 젊은 자본가이자 지식인으로 탄광섬 개발을 위한 인부들을 감독하는 사람이 필요해 조르바와 함께 섬에서 생활하게 된다. ‘나’의 시점으로 본 조르바는 언제나 거침이 없다. 조르바는 인간이라면 마땅히 자유를 원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묻고 또 물었다. 남자나 꽃이 핀 나무, 냉수 한 컵을 보면서도 똑같이 놀라워했고 물었다. 모든 사물을 매일 처음 보는 듯 대했다. ... 조르바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세상이 다시 처음 그대로의 활기를 찾는 것 같았다. 물, 여자, 별, 빵이 원시의 신비로운 모습으로 돌아가고 태초의 회오리바람이 주위를 맴돌았다.”p71

우리는 언젠가부터 모든 것들을 당연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런 시선 때문에 우리의 일상은 색이 바래고 시시해져버린다. 조르바는 모든 것에 호기심이 가득한 만큼 모든 것에 몰입한다. 일을 할때는 일만 생각하고, 사랑을 할때에는 모든 것을 잊고 오직 사랑하는 여인과 자신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



조르바를 보고있으면 자신에게 되묻게 된다. ‘조르바만큼 충분히 살아봤는가, 사랑해봤는가, 충분히 자유로운가’ 하고 말이다. 조르바에게 사회적 잣대나 도덕이나 윤리, 종교는 코웃음 거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조르바는 조르바 자신만의 본능과 규칙을 믿는다.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조르바뿐이라 그렇소, 나머지는 모두 허깨비들이지. 나는 이 눈으로 보고 이 귀로 듣고 이 내장으로 삭여 낸 것만 믿어요. 내가 죽으면 모든 게 죽는 거지. 조르바가 죽으면 세계 전부가 죽는 거요.” p75

조르바의 규칙은 어떤 사회적 규범이나 사상처럼 일관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그의 선택을 따라 가다 보면 우리는 자연히 인간이므로, 그러한 혼돈은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그리고 그런 모든 모순적인 부분도 그는 당당하게 받아들인다. 초인, 부처에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나’는 조르바의 그런 모습을 경외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나’와 조르바를 살뜰히 보살펴 주던 조르바의 연인, 부불리나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며 소설은 결말에 다가간다.

“무상한 생명의 윤회, 태양 아래 차례를 지켜 나타나는 지구의 네 가지 얼굴, 살아 있는 것은 반드시 소멸한다는 진리가 다시 한 번 가슴을 치고 지나갔다. 해오라기 울음소리를 배경으로 내 안에서, 생명이란 모든 사람에게 오직 한 번뿐이라는 것, 그러니 이 세상에 있을 때 즐기라는 경고가 들려왔다.”p219

“이따금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게 인생이구나. 변화무쌍하고 마음대로 안 되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것, 무자비한 게 인생이구나.”p335

마음대로 되는 것이 자유라면 우리는 생명이라는 큰 틀, 원죄에 갇혀있는 존재이다.누구나 그것을 벗어나 자유로울 수 는 없다.



부불리나도 죽고, 마지막 희망이라고 모든 것을 걸었던 작업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호기롭게 성공을 장담했던 조르바는 풀이죽고 ‘나’의 눈치를 보며 위로한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어떤 해방감을 맛본다.

“모든 것이 빗나갔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어떤 이는 하느님이라고 부르고 어떤 이는 악마라고 부르는 보이지 않는 이 강력한 적이 우리를 산산조각 내려고 달려오는 것 같았지만 우리는 부서지지 않았다. 겉으로는 완전히 패배인데도 속으로는 정복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인간은 더할 나위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끼는 법이다. 외부 파멸이 비할 데 없는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다.” p374

당신은 자유로운가? 당신은 어떤 것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그 안에서 어떠한 환경과 고난에서도 굴복하지않는 삶. 나만의 삶의 태도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 그것이 유일하고도 가장 중요한 자유가 아닐까.

다시 묻게된다. 나는 어떤 자유를 누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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