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런 프로젝트
룰루랄라 2025
글쓴이 | 테더 김
프롤로그
어느 날부터인가 내 삶의 속도는 멈춰 있었다.
시력이 점점 흐려지고,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달리기도, 밤길 걷기도, 사람들과의 거리도 조금씩 멀어졌다.
그러다 ‘가이드런’을 만났다.
그리고 다시, 내 속도가 시작되었다.
이 책은 그 시간들의 기록이다.
두 발로, 마음으로,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세상과 이어진 순간들의 이야기.
가이드런
시각장애로 인해 점점 시력이 떨어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달리기가 위험해지고 지팡이 없이는 걷는 것도 힘든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할 수 없는 것들이 하나둘 늘어나는 게 너무 싫었지만, 결국 받아들이고 적응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달릴 수 있는 권리’를 되찾은 지금, 마치 새 날개를 단 것처럼 느껴집니다.
할 수 없는 것이 늘어나며 쉴 수밖에 없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다시 달리고 있습니다.
평생 달리기는 내게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이렇게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참 기적입니다
테더
테더를 통해 가이드님의 존재가 느껴집니다.
호흡, 팔의 움직임, 발의 리듬까지 —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줄로 이어집니다.
그저 줄 하나를 잡고 있을 뿐인데,
상대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서로의 숨결을 맞춰가는 과정,
그 안에는 달리기 이상의 무언가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껴졌던 순간,
나는 오히려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약 속에서도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
그리고 달릴 수 있는 권리.
그 작은 줄 하나가 나를 세상과 다시 이어주고,
새로운 가능성과 자유를 선사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감사
감사를 배웠습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나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것조차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돕는 다는 건 내가 나를 움직이게 하고 또 그 힘으로 누군가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에너지 입니다
오늘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이 순간, 그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삼위가 따로따로 분리된 날
배가배리 동백섬 3회차 수업에 다녀왔습니다.
지난주와 달리 오늘은 몸이 유난히 무겁더군요.
머리 따로, 마음 따로, 몸 따로…
모두 따로 노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이드 혜진님 덕분에 게으름은 피울 수 없었죠.
세훈 매니저님의 ‘똑딱똑딱’ 리듬과 혜진님의 응원이 큰 힘이 되어
결국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Running 하면서 자연스럽게 토킹까지 할 수 있는 그날을 꿈꿉니다.
지금은 뛰면 숨이 차서 말 한마디도 힘들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진 이렇게 외칠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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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시키지 말라말이야~~~~"
조금씩, 조금씩, 하나하나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크게 숨을 쉬고 잠시 멈춰 본다.
남들이 보기엔 느려 보일지라도,
내 마음은 이미 멀리까지 달려가 있다.
몸이 따라오지 못하니
마음을 잠시, 생각을 잠시 멈춰 세운다.
그리고 가만히
내게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조금씩, 조금씩 하나, 하나"
울트라맨과 함께 달리기
오늘은 울트라맨, 50km이상을 뛴다고 하시는 성윤님과 함께 달렸습니다.
울트라맨은 마라톤보다 50km를 천천히 달리는 게 더 쉽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 얘기를 들으니 왠지 제 발걸음도 가벼워졌습니다.
그냥 뛰시면 제가 맞추겠습니다
여유가 있는 말 한마디에 첫 만남이었지만 누구보다 친밀해진 느낌
누군가가 내 페이스에 맞춰 준다는 건,
가이드런 말고는 경험하기 힘든 일이 아닐까요?
오늘은 특별히 울트라맨과 함께였기에,
마음껏 제 페이스대로 달려 볼 수 있었습니다
뒤로 넘어지면 코가 깨지는구나!!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왼쪽 손목에서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발목도 멀쩡, 무릎도 괜찮고,
허리와 어깨도 문제 없는데…
왜 하필 손목일까요?
마치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옛말처럼,
몸은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약한 부분을 드러내곤 합니다.
살다 보면 원인과 결과가 꼭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가 많죠.
어쩌면 이 손목 통증도
내 몸이 보내는 또 다른 신호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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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러닝할 때는 발뿐 아니라
특별히 손목도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손목 통증의 원인은 장비의 부재로 판단
손목 아대 장착, 준비 완료! ㅋㅋㅋㅋ
이번엔 발목
손목이 잠잠해지더니, 이제는 발목 차례인가 봅니다.
오늘은 발목이 살짝 아픈 신호를 보냅니다.
아마도 오래 잠자고 있던 근육들이
하나씩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리, 어깨, 무릎, 발…
머리, 어깨, 무릎, 발…
차례대로 깨워가는 노래처럼,
이제는 발목이 한 바퀴 돌 차례지요.
발목마저 단단해지면
아슈퍼맨이 되어 하늘도 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I am TEDDER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오래 사용하고 가장 많이 쓰는 것은 뭘까?
건 바로 이름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부르고 듣는 이름 죽어서도 남기는 것이 이름이지 않는가
예전에는 어려웠지만 요즘엔 쉽게 계명을 한다. 삶이 어려워서 술술 잘 풀리는ㅜ 이름
이름이 불릴 때마다 나도 모르게 볼이 붉어 지는 이름
너무도 흔해 내 이름을 부르면 동시에 일어나는 개성이 제로임 이름
그래서 닉네임을 보면 그 사람을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영어 이름, 그나마 쉽게 내가 좋아하는 이름을 만들어 부를 수 있다.
보통 그냥 익숙한 내 이름을 사용하고 딱히 부르고 싶은 이름이 없기에 반 100 년을 그렇게 같은 이름으로 살았다
하지만 이제 갖고 싶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내 이름을 불러 준다
I’m TEDDER
공중부양
하늘을 나는 건 쉬운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그저 공중에 떠 있는 일.
무중력 속에서 아무 힘 없이 가만히 떠 있는 것,
그 순간의 자유를, 그 가벼움을,
나는 느껴보고 싶었다.
어느 날 달리던 중이었다.
나는 분명 제자리에서 발을 내딛고 있는데,
몸은 잠시 공중에 멈춰 있는 듯했다.
‘이건 뭐지?’
발이 땅을 치고 오르내리는 사이,
찰나의 공중부양 같은 순간이 있었다.
신기했다.
그건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이, 달리기의 가장 좋은 순간이었다.
한 달 만에 100에서 3000가능
“한 달 만에 100에서 3000까지 가능합니다.”
이 말, 뭘까요? 제 수입일까요? 아니면 유튜브 광고에서 흔히 보는 경제 강의일까요?
월수입 100에서 3000이라면 정말 대단한 일이겠죠.
하지만 제가 겪은 건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첫날 100, 그리고 한 달 뒤 3000.
바로 제가 달린 거리의 변화입니다.
쉽다고도 어렵다고도 할 수 있는 한 달이었죠.
거짓 없는 50대 시각러너의 기록입니다. ㅋㅋㅋ
함께 달려준 분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매일매일 컨디션은 오르락내리락했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건강’**이라는 단어를 다시 붙잡았습니다.
몸과 마음, 그리고 머리.
셋이 따로 놀면 정말 힘들더군요.
세 가지를 한꺼번에 바꾸긴 어렵지만,
우선 몸부터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한 달 동안 기초 체력이 조금은 쌓였고,
근육과 긴장감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이제는 마음에도, 생각에도 근육을 붙여보려 합니다.
마음의 근육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좋은 책을 읽을까요, 아니면 조금씩 천천히 해나가야 할까요?
아직 답은 모르지만,
100에서 3000까지 온 것처럼
또 한 걸음씩 나아가 보려 합니다.
-주문을 외워보자-
2025.10.12.
가이드런 온마런 데이
15km,
아니, 15,000m를 달렸다.
‘15,000미터’라고 하니 왠지 좀 더 있어 보인다.
살면서 하루에 15km를 걸어본 적도 없는데,
오늘은 달렸다.
가이드런 팀과 함께,
뛰었다가 걷고, 또 뛰었다가 걷고—
결국 10km를 뛰고 5km를 걸은 셈이다.
내 페이스로만 했다면 불가능했을 거리,
하지만 함께였기에 완주할 수 있었다.
특별히 끝까지 달릴 수 있었던 건
세 분 가이드의 세심한 안내 덕분이었고,
무엇보다 매니저님의 ‘그 눈빛’ 때문이었다.
잠시 쉬고 있을 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그때—
매니저님이 갑자기 나타나 묻는다.
“뭐 먹고 싶어요?”
힘이 빠진 나는 농담처럼 대답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그랬더니,
잠시 후 정말로 내 손에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쥐어져 있었다.
그 순간엔 고마움보다
본능적으로 카페인을 들이켰다.
눈이 번쩍, 정신이 맑아졌다.
몸에 에너지가 다시 돌고,
가이드러너와 매니저님, 그리고 함께 달리던 러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뛰기 시작했다.
달리다 보니 작은 일화들이 쌓였다.
“옷이, 너무 예뻐요! 그거 룰루랄라에서 사신 거죠?”
웃음 섞인 대화가 이어지는데,
‘아니, 룰루랄라 아닌데…’
말이 입술까지 나왔다가 다시 들어간다.
너무 힘들어서 말할 기운도 없다.
그래도 결국 한마디 외친다.
“룰루레몬이에요!”
그러자 다들 웃는다.
“아~ 룰루레몬! 웃음이 터진다~!”
그 웃음소리에 잠시 힘이 난다.
하지만 다시 몸이 무거워지고,
생각이 많아진다.
안 되겠다, 생각을 멈추자.
박자를 맞춰본다.
‘1-2, 1-2-… 하나, 둘…’
그러다 문득 주문이 떠오른다.
‘룰루랄라’
그래, 룰루랄라로 달려보자.
룰루랄라, 룰루랄라, 룰루랄라—
점점 잡념이 사라지고,
난 주문을 외우며 끝까지 달린다.
리듬이 발끝에 스며든다.
“15키로”라는 타이틀과 함께, 나만의 주문 룰루랄라가 장착되었다.
안전하게, 우아하게, 끝까지 달려보자
가이드런을 통해 내 안에 새로움이 생겼다.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가이드런은 나에게 그걸 보여주었다.
말로는 세상에 불가능이 없다고 하지만,
막상 현실의 벽 앞에서는 그 말이 얼마나 허무한지 안다.
나에게도 그 벽은 늘 높고 단단했다.
하지만 가이드런을 하며 나는 그 벽의 실체를 조금씩 알아갔다.
몸에 에너지가 돌고, 근육이 반응하고,
변화하는 내 모습을 통해 ‘가능성’이라는 걸 직접 보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달릴 수는 없다.
무리해서도, 위험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나는 ‘안전하게, 그리고 우아하게’ 달리기로 했다.
모든 움직임에는 리듬이 있고, 그 리듬에는 우아함이 있다.
장애가 있더라도, 나아가는 걸음에는 언제나 품격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우아함을 품고,
내가 원하는 그곳까지 — 끝까지 달려간다.
혼자가 아니기에,
함께이기에,
끝까지 갈 수 있다.
동백섬을 달리다
동백섬까지 왕복, 걸어서 3km.
동백섬 세 바퀴, 천천히 뛰며 3km.
그리고 한 바퀴, 천천히 걸으며 1km.
오늘 아침, 총 7km를 달리고 걸었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뛰다 보니 이내 땀이 난다.
바람막이를 벗고, 숨을 고르며 천천히 한 걸음씩.
오늘은 사람이 거의 없다.
달리기엔 완벽한 아침.
부드러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마음도 가벼워진다.
이제 달려 볼까요?
고고고!
다시 시작(목표가 생겼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원래는 내년 2026년 2월, 대구 마라톤 10km 완주가 목표였다.
그런데 일정이 훌쩍 앞당겨졌다.
부산 바다 마라톤이 우연처럼, 선물처럼 내게 다가온 것이다.
이제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가슴은 콩닥콩닥 설렌다.
하지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아직 5km도 뛰지 못했는데, 공식 대회라니! ㅋㅋ
그래도 용기를 냈다.
감사하게도 참가권을 인수받게 되어,
그냥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표를 잡았다.
오늘의 목표는 5km.
구덕운동장으로 고고고!
오늘은 다른 가이드 러너 분과 함께 뛰었다.
새로운 목표가 생기니 정신이 바짝 든다.
몸을 풀고, 보강 운동을 마친 뒤 출발.
몸은 가볍고, 마음도 괜찮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조금씩 힘들어지지만
가이드 분의 “하나, 둘! 하나, 둘!” 리듬에 맞춰 힘을 낸다.
다섯 바퀴를 돌아도 생각보다 괜찮다.
‘오늘은 열 바퀴까지!’
다시 출발.
일곱 바퀴, 여덟, 아홉, 열.
그리고 욕심이 생겼다.
‘한 번 더 가볼까?’
열한, 열두, 열세…
결국 열다섯 바퀴를 돌았다.
목표를 훌쩍 넘어섰다.
아직 힘이 남아 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걸, 오늘 몸으로 느꼈다.
오늘의 기록은 내 힘만으로 만든 게 아니다.
새로운 목표를 선물해 준 분,
함께 달려준 가이드 러너,
그리고 옆에서 응원해준 모든 분들 덕분이다.
감사하고, 고마운 하루였다.
이제 일주일 뒤, 부산 바다 마라톤이 기다린다.
설레고, 두근두근,
마음속 파도가 출렁인다.
전과 후
두 달 전, 러닝을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잡은, 작은 희망 같은 것이었다.
그때부터 나의 밤은 달라졌다.
예전엔 침대에 누워 어둠 속으로 꺼져만 갔지만,
이젠 어둠을 향해 달려간다.
죽음이 아니라,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서다.
처음엔 낯설고 어색했지만,
가이드 러너를 소개받으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해운대 팀, 사직 팀, 구덕 팀, 서면 팀…
그 모든 만남이 나를 조금씩 바꾸어갔다.
러닝 장비를 장착하고
전투에 나서듯 마음을 다잡고 출발한다.
매일매일 목표가 조금씩 늘어나고,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점점 살아난다.
살이 빠지고, 사라졌던 근육이 되살아난다.
놀랍게도, 예전보다 키보드 오타율도 줄었다.
손끝의 감각이 살아나고, 속도도 붙는다.
(이건 믿거나 말거나지만, 머리숱도 늘었다. )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사람’이다.
짧은 시간 안에 참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좋은 에너지,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마음.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의 완주를 응원한다.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고
결승점에는 모두가 함께 있다.
그 조화로움이 아름답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 또한 하루하루 더 건강해지고 있다.
멋진 날
오늘은 코치님 덕분에 정말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팀과 함께한 문 베이런 행사 덕분에 토요일 오전이 신나게 지나갔어요.
경품 추첨에 치킨, 맥주까지! 물론 달리기 후의 맥주는 음주가 아니라 ‘보상’이었죠
치킨은 조금 부족했지만, 마음만은 충분히 채워졌습니다.
행사 후에는 요트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사진도 찍고, 여유롭고 아무런 생각 없이 편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베가베리가 함께라 더 빛나고 즐거웠던 하루였어요.
단톡방에는 사진이 쏟아지고 있는데, 제 사진은 어디 있는지 찾기가 힘드네요 ㅋㅋ
결국 전부 다운로드 완료!
그리고 내일은 드디어 바다마라톤!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대회입니다.
미리 등록했더라면 긴장했을 텐데, 며칠 전에 결정된 거라 오히려 마음이 편하네요.
“아싸, 나도 마라톤 대회 나간다!
기다려라, 광안대교! 내가 달려간다!”
내일을 위해 오늘은 자중의 시간.
맛있는 걸 먹고, 푹 쉬며, 음악을 들으며 내일 입을 옷을 정리했습니다.
내일 어떤 즐거움이 다가올지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기다림조차 즐거운 오늘입니다.
기적이 일어나다
드디어 D-DAY, 부산바다마라톤이 눈앞에 다가왔다.
새벽 3시, 긴장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눈이 번쩍 떠졌다.
너무 일찍 일어났다. “조금 더 자야 하는데…” 뒤척이다가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벌떡 일어났다.
미리 속을 든든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삶은 계란 두 개를 먹고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셨다.
준비물과 옷은 전날 다 챙겨놔서 다시 준비할 건 없었다. 그래도 한 번 더 점검.
샤워를 하려다가 욕조에 물을 받아 미지근한 온도에 몸을 담갔다.
조용히 마음을 정리하며, 오늘을 준비했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왔다 갔다 하던 그때,
벡스코 쪽에서 스피커를 타고 들려오는 소리 —
“전 참가자분들 준비해 주세요!”
아, 시작이구나.
꽃송이 님의 전화를 받고 출발했다.
벡스코로 향하는 길목엔 이미 사람들이 가득했다.
밀려 밀려 흘러가듯 목적지로 향하는 인파 속에서
순간, 꽃송이 님이 나타났다.
베가베리 부스로 향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기념사진 찰칵!
드디어 광안대교 상판으로 이동한다.
낯설지 않은, 그러나 여전히 설레는 그곳.
깃발을 높이 든 코치님을 보며 마음이 안정된다.
선도팀이 먼저 출발하고, 10분 뒤 나도 출발선에 선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함께 달리고 있었다.
가끔 부딪치기도 하고, 비켜가기도 하며
조심스럽게, 그러나 힘차게 달렸다.
가이드러너 혜정 님과 꽃송이 님 덕분에
처음 구간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광안대교 위를 달리는 기분은 정말 특별했다.
중간중간 발이 빠질 듯한 틈새에 걸려 삐끗하기도 했지만,
다시 힘을 주어 달려갔다.
‘10km…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끝까지 갈 수 없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쉽지 않은 거리였다.
처음 경험하는 거리, 처음 만나는 세상.
운동장에서 연습하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서로 부딪히며 넘어지는 사람들,
갑자기 끼어드는 사람들,
그 속에서 빠르게 판단하고 안전하게 달려야 했다.
“이게 진짜 마라톤이구나.”
혜정 님과 꽃송이 님, 두 분 다 너무 고생 많으셨다.
혜정 님의 편안한 리드 덕분에 안정감을 느꼈고,
꽃송이 님은 옆에서 물도 챙겨주고
가이드러너 두 분은 지치지 말라고 농담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격려 덕분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 마지막을 향해 달린다.
“5km, 7km, 9km…”
남은 거리는 300m!
전력질주다. 달려보자, 끝까지!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정식아! 다 왔어! 조금만 더! 화이팅!”
친구 하기로한 민주의 응원이었다.
결승선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맞아 준다.
“잘했어! 수고했어!”
등을 두드려 주는 손길에 눈물이 핑 돌았다.
함께 달린 베가베리 가이드런 팀의 배려와 응원,
그리고 사랑이 없었다면
10km의 기적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매니저님께 “10km 달리고 나면 마라톤 참가해도 될까요?”라고 물었을 때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
“당연하죠.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이 내게는 이미 결승점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 결승점을
진짜로 뛰어넘었다.
안전하게, 우아하게, 끝까지 함께 달려요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이끌어준 가이드 러너님,
우아하게 달릴 수 있는 자세를 만들어주신 코치님,
끝까지 달릴 수 있도록 목표를 세워주신 매니저님.
그리고 우리를 서로 연결해주고, 함께 달릴 수 있게 해준 러닝.
그 가운데 함께해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가장 좋은 말
가장 좋은 말은 “같이 하자”
그리고 **“내가 해줄게”**이다.
누구를 위한다는 말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돈으로도 마음으로도 완전히 대신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한번 바라보자.
정말 이해가 되던가?
사실, 나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 너무 많다.
그런데 누군가를 완전히 알고 이해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서로를 알고 이해하려는 그 노력,
그것이 인간다움이고 사랑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같이 하자.”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만
우리는 비로소 서로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
그리고 “내가 해줄게.”
주저함 없이, 당연하다는 듯 내뱉는 이 한마디야말로
가장 큰 이해이자,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다.
에필로그
달리기를 통해 나는 세상을 다시 배웠다.
보이지 않아도, 길은 있었다.
잡을 수 없어도, 손은 닿았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다시 한 발 내딛을 수 있었다.
이제 나는 말할 수 있다.
“나는 달리는 사람이다.”
룰루랄라, 오늘도 나는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