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뉴스

by 김정식

1980년대 저녁 9시 뉴스에는

아동 유괴 사건이 연일 보도되며

세상이 떠들썩하던 때가 있었다.


그 무렵, 토요일 늦은 오후.

우리 마을의 한 집이 갑자기 시끌시끌해졌다.

경찰이 오가고, 누나들은 울며 나를 찾고 있었다.


그날 나는 초등학교 1학년.

수업을 마치고 곧장 집으로 가야 했지만,

친구가 “우리 집에서 놀자”는 말에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갔다.


학교 앞 아파트.

처음 들어가 본 그곳은 모든 게 신기했다.

무엇을 하며 놀았는지, 친구 얼굴조차 희미하지만

식탁 의자 밑에 숨고 깔깔대며 웃던 순간만큼은

아직도 선명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 보니

어느새 배가 고파졌다.

‘이제 집에 가야지’ 하는 생각에

부랴부랴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자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엄마, 아빠, 누나들, 이모, 사촌들까지

모두 나를 찾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그 시절 TV에서는

아동 유괴 사건 소식이 연일 이어졌고,

연락도 닿지 않는 나를

식구들은 그 끔찍한 뉴스 속 주인공으로 떠올렸던 것이다.


집에 돌아온 나를 본 순간

모두가 큰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다.

누나는 경찰서로 달려가

“동생이 돌아왔어요!”라며 소식을 전했다.


그날 이후 나는

학교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향했다.

그 어떤 유혹에도,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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