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핀체꾸이 Feb 26. 2024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가우가와 비키니

브라질과 한국의 성性문화

90년대, 브라질 전 국민을 웃게 했던 유명한 시트콤 <우가우가>가 있었다. 어떤 부부가 세 살 배기 아들을 데리고 정글을 탐험하다가 부족민에게 공격을 당해 부부는 죽고, 혼자 남겨진 아들을 부족민이 거두는 것으로 드라마는 시작한다. 20년이 지나고, 그 부부의 아버지는 아직도 살아남았을 손자를 찾고 있다. 그는 자신의 부를 이용해 정글에서 살아남았을지 모를 손자를 찾고, 그 손자 또한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자신의 터전이 된 정글을 뒤로하고 도심으로 내려온다. 


남자친구와 나는 작년 둘이서 이 오래된 드라마를 재밌게 보았다. 20년이 흐른 지금 손자를 찾겠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할아버지와, 나무줄기를 만 번은 꼬아 만들었을 것 같은 숭한 티팬티를 입고 도심에서 우우 거리는 손자의 모습이 너무도 우습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던 중 나를 경악하게 만든 장면이 하나 있었다. 이 드라마는 전체이용가가 아닌가? 정글 부족민들의 가슴과 신체를 저렇게 드러낼 수 있다고? 전체이용가 딱지를 화면 모퉁이에 보란 듯이 박아놓고 젖가슴이 다 드러나는 옷을 입혀서 내보낸다고? 나는 끔찍한 옥에 티를 발견한 시청자처럼 남자친구에게 소리쳤다.


"이거 전체 이용가 아니야? 근데 부족민들 가슴이 다 보여! 이거 애들도 보는 드라마라고 하지 않았어?"

"그럼 정글에서 사는 부족민들이 제대로 된 옷이 있어? 부족민들이 가슴이랑 몸을 다 가리는 게 더 이상하지. 애들이라고 그걸 모를까?"


그러면서 별 것도 아닌 걸로 호들갑 떠는 내 생각이 더 이상한 것 마냥 바라본다.


"아니 맞는데... 부족민들이니까 가슴이 보이는 게 맞는데... 애들이 보잖아."

"근데 저 장면을 보고 야하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것 같아. 부족민이니까 가슴이 보이는 게 당연해. 야한 장면이 전혀 아니야"


그때 내 머리를 강타한 것 같은 충격이란. 브라질 해변에서 마주한 작디작은 비키니와 다양한 체형의 사람들. 중요 부위만 스티커로 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충격적인 카니발 퍼레이드 의상들. 그 모든 일련의 사건들에서 자유와 아름다움 혹은 절제와 보수 중간의 혼돈에 끼어있던 나의 머리에 큰 획이 가해지는 사건이었다. 


 <바다에서 비키니를 입지 않는 나라>

해운대에서는 여름에 비키니를 입는다고 들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해운대 외에는 비키니는 입는 사람들을 보기 어렵다. 보통 '래시가드'라는 팔과 다리를 가리는 긴 수영복을 입는다. 사실은 래시가드는 서퍼들이 입는 수영복이다. 브라질에서는 서퍼들이나 래시가드를 입지, 그 외의 사람들은 바다에 가면 비키니를 입는다. 그 비키니들이 얼마나 조막만 한 지. 

학생들이 한국의 해변 문화를 알고 나면 놀란다. 


" 바닷가에 갔는데 비키니를 입지 않고, 큰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모래사장에만 앉아있어서 놀랐어요. 사람들도 몸을 다 가린 래시가드를 입고 물놀이를 하더라고요." 


브라질에 사는 지금, 래시가드를 입고 물놀이를 하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이 점차 이해할 수 없게 느껴진다. 그보다는 뭔가 잘못됐다고 느껴진다. 


<브라질의 성교육은 어떻길래?>

 다시 돌아가, 부족민의 가슴을 보고 충격, 남자친구의 말에 또 충격을 받은 나는 비디오를 잠깐 정지시키고 혹시 브라질에서는 십 대들에게 성교육을 잘 시키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의 대답이 또 충격. 학교 다니면서 성교육을 거의 받은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또 요즘 지금 십 대들은 잘 받는지 모르겠다. 브라질은 가톨릭 국가라 종교적인 영향이 강하기도 하고, 아무튼 알 수 없는 이유로 성교육을 잘 시키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좀 있는 집에서 좋은 사립학교 다니며 교육 잘 받은 남자친구도 그런 얘기를 하는데, 하물며 공립학교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으리. (브라질의 공립학교는 우리나라와 달리 교육 수준이 낮다고 알고 있다) 

마침 잘 됐구나 싶은 마음에 나는 브라질 사람들의 성관념이나 성지식 수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캐물었다. 옛날부터 나는 나라마다 성문화가 어떻게 다른지에 많은 호기심을 갖고 있었고, 특히 외국인 남자친구가 있음은 이런 질문을 노골적이고 적극적으로 물어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발휘되기도 한다!


-나의 기억에 의거하여-

Q. 브라질 사람들의 전반적인 성지식 수준이 어떻게 된다고 생각하는지? 높다면 왜 높다고 생각하는지?

A. 브라질은 연애와 성문화가 개방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열어놓고 많이 한다. 나도 학교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은 적은 거의 없지만, 커 가면서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자유롭게 하는 것을 많이 봤다. 브라질에선 이런 이야기들이 타부시 되지 않는다. 대부분 사람들이 피임과 같은 성지식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브라질 사람들이 데이트, 연애, 동거, 결혼의 경계가 모호하고 이를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추구하는 모습을 보면 이해가 간다. 어린 나이부터 데이트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데이트 상대 및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으니 성적 개방도가 높다는 측면에서 볼 때 정보나 지식 공유하는 경우도 매우 흔할 듯]


Q. 그럼 브라질 여자들은 브라질 남자들과의 성관계 만족도가 높은 편인지?

A. 주변인들 얘기 들어보면 높은 것 같다.


Q. 한국에서 몰래카메라로 여성의 신체 부위를 불법 녹화하는 변태적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좀 되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A. 미쳤다고 생각함. 브라질에서도 옛날에 수술실에서 마취된 여성의 신체를 불법 녹화하고 수집한 변태 의사 사건이 있었다. 100명이 넘는 피해자가 있었다. 브라질에서도 그런 변태적 성범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만큼 빈번한 것은 아님. 


 <비키니 모으기>

해변가에서 살기 시작하고 내 하얗던 피부가 눈에 띄게 까무잡잡해졌다. 바다가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있으니 비키니를 입고 놀러 나가는 날이 많다. 바닷가에는 작은 수영복과 비키니를 입고 뜨거운 햇살과 파도를 즐기는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비치타월을 모래 위에 깔고 누워본다. 맨 몸에 뜨겁게 내려앉는 햇살을 느껴본다. 햇빛에 데워지는 내 살결 아래 차마 나오지 못한 한숨을 안도하듯 너지 근 하게 쉬어본다. 후-우-

일주일의 피로가 파도와 바람처럼 부서지는 것만 같은 해방감...  땀이 송골송골 올라오고, 입 안에 고인 숨이 뜨끈해져 답답해 올 때쯤 몸을 일으킨다. 다가오는 파도를 맨 발로 맞이할 준비를 한다. 파도가 내 맨 발을 적시고, 내 맨다리를 때리고, 바닷물이 내 맨 몸과 살을 감싸는 차가움에 환호한다. 넘실거리는 바닷물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그 미소를 나도 한 움큼 가지고 뭍으로 돌아온다. 방울방울 온몸에 맺힌 바닷물의 흔적을 햇빛이 다 거둬갈 때까지, 또 모래 위에 누워본다. 오후에 집으로 돌아온 내 어깨에 가느다란 끈 자국이 어슴푸레 남아있다. 

 

이제는 예쁜 비키니를 모으는 일이 예쁜 옷을 모으는 일보다 좋다. 비키니를 입고 바다가 주는 해방감을 누리는 시간은 하루 중 가장 즐겁다. 비키니는 해변과 자연이 주는 모든 것을 직접 누리라고 한다. 뜨거운 햇빛을 느끼라고, 까끌한 모래를 털어보라고, 바닷물이 몸을 때리고 감싸는 넓은 품을 느껴보라고 말한다. 비키니는 그런 것이다. 


<우리 아이, 한국에서 살아도 안전할까요?>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슬하에 4살 딸아이가 있는 외국인 학생이 있다. 그에게 딸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면 단연코 내 행복은 포기할 수 있는 그런 것이다. 그는 언제나 딸 얘기를 한다. 그리고 언젠가 백인 혼혈로 한국에서 살아갈지 모를 그 미래를 걱정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몇 번이나 불법 촬영과 N 번 방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어떻게 불법 촬영이 사회적 문제가 될 만큼 빈번해질 수 있죠? 한국 사회가 미쳐가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변태적이고 음흉한 범죄들이 한국처럼 심각하진 않아요. 대체 왜 그럴까요?"


자기 딸한테 그런 일이 일어날 걸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면서, 그런 얘기를 꺼내면서도 그 눈빛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공존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내 자녀가 변태적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끔찍함. 혐오와 불안감, 분노와 두려움. 


<건강한 성문화를 가진 한국 사회를 소망하는 한 성교육 전문가의 인터뷰>

 

그리하여, 비키니를 그저 노출이 심한 옷, 야하거나 성적인 것으로 생각하여 멀리하는 인식 또한 바뀌기를 나 또한 소망한다. 모두가 비키니와 작은 수영복을 입고 바다와 파도의 넓은 품에 빠지는 기쁨을 누리고 알기를 몹시 바란다. 타고난 몸의 곡선을 금기시하지 말고, 그 안에 담긴 본성을 억누르지 말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