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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피리 Sep 15. 2021

머무르지 않고 잠시 지나가는 구름

인생이 잘 풀리지 않아, 앞으로 매일이 이럴 것 같아 두려워하고 있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오늘의 문장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닮고 싶은 나의 선수가 이 문장을 들려줘서 고마운 마음이 크다




분명 고생할 만큼 한 것 같은데, 더 큰 산을 만나 숨이 턱 막힐 때가 있다. 내게는 올해 초가 그랬다. 성장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긍정 회로가 끊긴 것처럼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공정하지 못한 것에 대한 억울함, 끝도 없이 추락하는 자존심, 상처를 주고도 여전히 여유로운 권력을 쥔 자들. 나는 이 모든 것들을 감당하기 어려웠으며 버티고 버티다 마주한 끝이 또 다른 시련의 반복이라는 것이 서러웠다. 왜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바라는 것들이 하나같이 안될 때. 분명 최선을 다했고 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보통의 관문인데, 하필 ‘내가’ 그걸 넘지 못했을 때. 나는 그 시기를 겪으며 주눅 든 모습으로 바닥만 바라보다 이따금씩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들의 뒷모습만 넋 놓고 바라보았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면 억울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와중에 웃지 않는 나를 보며 권력을 쥔 자들은 언제까지 이럴거냐며 웃으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내 감정마저 꼭두각시 노릇을 해야 하다니 미칠 지경이었다. 그들이 과거에 내뱉은 책임지지 못할 말들은 온전히 기억한 나의 몫이 되어있었고, 덕분에 나는 순수하지만 동시에 미련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 당시 크게 배운 것은 위로의 말이란 온전히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야만 닿는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나의 마음을 안다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위로했지만, 단 하나의 문장도 나를 토닥이지 못했다. 마치 다 안다는 듯 내뱉은 그 말들이 내게 어떠한 교훈이 될 거라 생각하는 그 확신이 너무 증오스러웠다. 나는 내 눈에만 보이는, 내게서 튕겨져 나간 문장들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그들은 나의 침묵이 응당한 대답 인양 흡족해할 뿐이었다. 추가로 던져진 주사위를 또다시 감당해야만 했던 나는 부담감까지 품에 안고서 그들의 이기적인 행동에 질려 결국 눈물을 흘렸다.




나는 꽤나 일어나는 상황과 변하는 감정에 무덤덤한 편이다. 그런 내가 늘 마주치던 사람들의 눈을 쳐다보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던 그 시기.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최선이었으며, 일어나 출근을 하고 퇴근 후 잠드는 것 자체가 기적과 같은 일이었던 그 시기. 나는 어떻게 그 시기를 지나와 이렇게 글을 쓰며 그 당시를 마주할 수 있는 것일까.


회복탄력성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에서도 오기로 길을 찾으려 애썼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모든 결과가 좋지 않아 '안될 때는 안되는구나'라고 다시금 깨달을 뿐이었다. 스스로 깊은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일까? 그러나 '앞으로 계속 이렇겠지?'에서 시작된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희망이 없다’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라는 종착점에 다다르곤 했다. 


나는 그 정답을 오늘의 문장에서 찾으려 한다.




그때를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저릿하지만, 이제는 그 시기가 잠시 지나간 구름임을 안다. 물론 당시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 속에 갇혀 앞으로 영영 이럴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 살았다. 그러나 이제는 다 지나와 그 시기의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죽을 것 같이 힘든 시간을 버티기 위해 내가 무언가 특별한 것을 했는가 생각해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해도 해도 안 되는 것과 그토록 힘든 것이 다 나로 인한 것이었나 생각해보면 그 또한 그렇지 않다.


인생 전체로 보면 지나가는 구름이었을 뿐 영영 머무르는 것은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어떤 시기에 어떤 모양으로 지나갈지 두려울 뿐 결국은 지나간다. 다만 그때 겪는 감정이 그대로 남아있지 않도록 잘 해결하는 것, 스스로를 붙잡고 다독이는 것,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찾아보는 것은 성장을 위한 몫인 듯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김연경 선수의 말대로 삶이 그러하니 와중에도 '기죽지 않는 것'과 '힘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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