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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피리 Aug 12. 2021

소리 내어 우는 법을 배우기

유난히 소리 내어 울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슬픔을 꾹꾹 눌러 담으며 속으로 삼키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오늘의 문장이다. 견딘다는 것은 울음을 참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것을 깊은 우울을 앓고 나서야 배운 나의 이야기를 남겨본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소리 내어 우는 법을 잊어버렸다. 혼자 조용히 티 나지 않게 슬픔을 감내하는 것, 그것이 내가 허락한 최대한의 감정 표현 방법이었다. 엄마는 다 큰 성인이 되어서도 소리 내어 울지 못하는 나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어릴 적 나를 둘러싼 환경이 파도처럼 휘몰아치며 바뀔 때, 나는 가장 먼저 엄마에게 짐이 되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나의 감정과 반대로 밝은 척, 괜찮은 척하는 것을 그 방법으로 택했고 들키지 않는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어른들이 나를 보며 '철이 일찍 들었네'라고 하거나 친구들이 나에게 '너는 애어른 같아'라고 말해주면 나는 그것을 칭찬이라 여기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외로움, 슬픔, 우울의 감정은 그저 그 순간만 모르는 체 넘기면 지나가는 것이라 생각했고 정말로 그런 줄로만 알았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그 당시 내가 가장 좋아했던 문장이다. 그 말에 대한 믿음과 함께 나는 내 감정마저도 흘러가는 시간에 모두 맡기기로 했다. 그러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는 대단한 착각을 한 것이다.




결국 나는 다 큰 성인이 되어서 골칫거리가 되어 나타난 깊은 우울을 마주해야 했다. 달래주지 못한 과거의 슬픔들이 힘을 합쳐 이렇게 혹독하게 복수를 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숨쉬기가 어려웠다. 도저히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내 모습에 나는 지쳐가기 시작했고 나 자신에 대한 증오와 함께 태어난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족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그들의 기억에서 그리고 이 현실에서 가루처럼 사라지게 해달라고 매일 밤 기도했다.


내일 일어나려면, 회사를 가려면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나는 너무 깊은 늪에 빠져 혼자서는 다리 하나마저도 빼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늘 그랬던 것처럼 아픔은 혼자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더 이상은 무리라는 것을 깨닫고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매주 한번씩 임상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이 과정으로 배운 극복의 방법을 남겨본다.


- 슬플 땐 참지 않고 소리 내어 울어보기

- 어떠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캐치하기. 일종의 '감정을 느끼는 연습'하기

- 내가 하는 행동으로 나의 ‘감정’을 파악하기. 예를 들어 몸을 웅크린다면 '두려움'을 느낀다고 생각하기

- 스스로를 안아주기. 두 팔로 스스로를 감싸는 것 또한 타인이 나를 안아주는 것과 매우 유사한 안정의 효과가 있으므로.

- 상처 받았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절대로 내 탓하지 않기

- 타인을 이해하느라 나를 갉아먹지 않기

- 힘든 것은 가족에게 표현하기. 그것에 죄책감 느끼지 않기

- 어린 나의 자아를 만들고, 이름을 불러주면서 달래주고 포용해주기

- 일단 시작하기.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기




가족, 그리고 임상심리상담가 선생님께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나는 극복의 출발선에서 발을 뗐다. 과거의 나를 만나 그때의 감정을 표현해내는 것은 꽤나 어색했고 때로는 집에 와 앓아누울 만큼 힘들었지만, 덕분에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괜찮아지는 것 같다가도 곧 다시 찾아오는 우울을 대비해 매주 배운 극복의 방법들을 연습했다.


누구에게나 어려움은 있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시기와 방법은 그 어려움을 지나가는 바람으로 보낼지, 본인을 짓누르는 단단한 바위로 만들지 결정짓는다.


힘들 땐 소리 내어 울어보기도, 아픔을 표현하기도 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할 줄 알아야 한다.그것이 나약함이라 생각했던 것은 나의 오만함이었다.


엄마가 사다 준 인형. 퐁신해서 퐁돌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셨다. 나의 우울 치료제 역할을 톡톡히 한 애착 인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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