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한 방
"환자분은 감기가 아닙니다. 일주일 정도 되었으면 나아져야 정상인데 그렇지 않다는 건 다른 병일 수 있어요."
"네? 무슨....."
목이 아파 이비인후과를 찾았는데 의사가 목구멍 콧구멍을 내시경으로 보고 나서 하는 말이다.
'병'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 의아해했더니, 사람들은 목이 아프고 콧물이 나오고 그러면 무조건 감기라고 생각하는 데 그렇지 않다는 거다.
나 같은 경우는 알러지성 염증에 의한 목아픔일 거라며 그것은 감기와는 다른 병이라고 했다.
한참을 알레르기에 대해 얘기하고 밖으로 나와서 간호사가 시키는 대로 코 훈증기에 코를 가까이 대고 스팀을 쬐었다.
사실 의사한테는 일주일이라고 말했지만 열흘이 넘어가고 있는데도 목이 낫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약국에서 약을 받아오니 여러 가지 가 들어있었다.
가글부터 콧속에 뿌리는 스프레이까지.
남편은 그것을 세심히 살펴보더니 스테로이드 가 들어있다며 살짝 고개를 흔든다.
무언가가 못마땅한 것이다.
아무튼 하루치 약을 먹었는데 그리 썩 효과가 없다고 투덜대다가 자기 전 콧속에 스프레이를 칙칙 뿌렸다.
콧속이 시원해지며 목도 조금 덜 아프게 느껴졌다.
강력한 항염작용을 가진 스테로이드는 염증을 빨리 완화시켜 순간적인 효과를 이끌어내지만 남발할 경우 정작 그 성분이 필요할 때 듣지 않을 수 있어서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특히 큰 수술을 할 때는 스테로이드가 꼭 사용되기에 평상시에 과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도 말이다.
생각해 보니 어깨가 아플 때 정형외과에서도 스테로이드 주사를 한 방 맞고 신세계를 경험했었다.
뒤로 넘어가지도 않던 팔이 주사 한방에 자유롭게 움직였었다.
그에 따른 부작용은 생각하지도 않고 나는 주사를 몇 방 더 맞고 빨리 낫고 싶었다.
물론 병원에서도 무작정 그 약을 처방하지는 않는다.
환자의 상태를 봐가면서 스테로이드의 양 과 시기를 조절했다.
사람의 마음에도 가끔은 저 약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서 빨리 잊고 싶은 불쾌한 감정을 며칠 동안 머릿속에 짊어지고 괴로울 때,
아무리 노력해도 쓸데없는 생각을 멈출 수 없을 때,
저 약을 먹고 머릿속에 부유하던 감정의 찌꺼기들을 시원하게 날려 버릴 수 있다면.
그래서 슬픔대신 기쁨을, 어두움대신 밝음을, 미움대신 사랑으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면.
약도 제때에, 알맞은 양을 써야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마음의 상태도 수시로 점검하고 진단하여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릴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과한 감정으로 포장되어 그 안으로 더 깊게 빠져들어 허우적 대지 않도록 나 의 내면을 잘 다스릴 수 있을 때 예기치 않게 나타나는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고 나를 바로 세울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