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짧지만 요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다. 사실 노인 건강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기에 아주 큰 고민은 없었다. 오히려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다만 간호사들은 어딘가 취직할 때 종합병원급 이상의 “큰 병원” 경력을 요구하는 일종의 업계 사정이 있기에 망설였을 뿐이다.
이런 대형병원 선호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자면 나는 백 프로 찬성하지는 않는다. 물론 어느 직업이든 대기업을 선호하겠지만 그것과는 또 조금 다른 것 같다. 실무를 알아야 한다는 의미로 간호사의 임상 경력이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이러한 임상경력은 병원으로 이직할 때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취업, 공무원, 간호대 강사, 교수 등 다양한 분야 취직에도 요구된다. 예전에는 최소 2년 이상의 경력이 요구되었다면 최근에는 3년 이상의 경력이 요구된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간호사들이 몇 개월에서 1년을 버티는 것도 힘든 경우가 많고, 이직이나 사직이 잦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기간에 대한 제한을 둔 것 같다.
그렇지만 다소 기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관마다 다르지만 서류상으로 2년 혹은 3년에서 몇 개월만 부족해도 위에서 언급한 분야로 취직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엄격한 편이다. 병원의 규모에 있어서도 “상급종합병원” 혹은 종합병원 이상의 경력을 중시하는 면이 있다. 나도 학생 때 실습을 하며 아무래도 큰 병원이 체계가 갖추어져 있기 마련이고, 체계가 있는 곳에서 배우는 것이 좋다고 들었고 공감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간호사가 우리가 동네 의원으로 부르는 일차의료기관이나 “로컬 병원”이라 부르는 동네의 2 차급 병원, 각 과에 특화된 전문병원 등에서 일을 한다면 안 좋은 시선을 받게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이런 견고한 생각에 조금씩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병원의 규모나 진료과에 상관없이 환자 입장에서는 다 중요한 곳이었다. 내 몸이 아픈데, 내 가족이 아픈데 그곳이 내과이든 피부과이든 정형외과이든 재활의학과이든 도움이 되고 건강이 나아지게 해 준다면 찾게 되는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게 지금은 “직장으로서의 병원”에서 한 걸음 멀어져서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데 간호대학생과 간호사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소위 특수파트라고 하는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일한다면 어디서든 인정받기 좋은 경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난이도 높은 케이스가 많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밀접하기에 너무나 소중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만큼 다른 과, 다른 세팅에서 간호사의 일도 다 똑같이 소중하지 않은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간호사들 사이에서 정신과, 가정의학과 등 일상에 밀접한 과는 오히려 경력으로서는 알게 모르게 경시되는 것 같다. 보건소나 치매센터 등 지역사회에서 일하는 간호사도 마찬가지로 병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크게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듯한 말을 많이 들었다.
요양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나라 요양원, 너싱홈 (nursing home)에는 외국과 달리 간호사 (nurse)가 없다는 말도 들었었다. 너싱홈에 너스가 없다니. 처음 들었을 때 그런가 싶었는데 직접 일해보니 맞는 말이라 씁쓸했던 것 같다.
물론 간호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최근 정부 지원 제도도 있어 간호사(Registered Nurse, RN)를 채용하는 곳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일했던 요양원은 공공기관 성격으로 운영하는 곳이라 RN도 여러 명 있었다. 간호팀의 다른 직원은 간호조무사였고 요양팀에는 요양보호사가, 행정 관련 업무는 사회복지사와 행정 담당 사무원 등이 맡고 있는 구조였다.
조금 인상적인 점은 직원들의 나이대였다. 간호사만 보면 제일 젊은 분이 50대였고 우리 엄마와 몇 살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다른 분들은 큰 대학병원 몇십 년 경력 후 은퇴한 60대의 간호사였다. 게다가 대장 포스를 풍기던 선생님은 은퇴한 후 벌써 10년 가까이 일을 하고 계시다고 했다. 간호조무사나 요양보호사 직종의 선생님들 또한 60대가 대부분이었고 50대면 젊은 편이었다.
어쨌든 현재 젊은 간호사들이 요양원을 일터로 잘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어르신들 중 요양원을 선택하는 분들은 치매가 있거나 건강적으로도 약해진 분들이 많아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병원이 아니라서 어떤 시술이나 수술을 하는 곳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도움을 드릴 수 있다. 매일 약을 잘 복용하도록 확인하고 직접 복용을 도와드리기도 한다. 간단한 상처도 돌봐드릴 수 있고 의료시설이 아니기에 할 수 없는 의료행위는 연결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상태를 파악해 보호자에게 연락하고 바로 계약의사 혹은 가정간호사를 통해 조치를 취하거나 병원에 가시도록 도와드릴 수 있다.
이런 건강관리가 요양원에 있는 분들에게는 중요한 일인데 간호사들도 보람을 느끼고 자부심을 어느 정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현재로서는 간호사들에게 잘 알려지지도 않은 것 같고 처우에 있어서도 아쉬운 상황이다. 요양원 내에서는 의료행위를 하면 안 되는데 무리하게 간호사에게 시키는 시설도 있다고 들었다. 노인이 늘어나는 고령화 사회인만큼 요양원이나 여러 장기요양 관련 센터들에서도 간호사들이 잘 일할 수 있도록 인식과 환경이 개선되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