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질문의 편지> 프로젝트 - 10월의 편지
(질문)
나는 '수다'를 사랑한다. 사전을 찾아보면 '수다'는 '쓸데없이 말수가 많음, 또는 그런 말'이라고 정의되어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쓸데없이'라는 표현이다. 쓸데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그 대화가 너무 재미있고 유쾌하다. 특히 나는 내가 말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이 너무너무 재미있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 말할 때의 반짝거림을 좋아한다. 그런데 요즘에 사람들을 만나면 자신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여러 인간관계들이 저절로 정리되어 만남의 기회가 줄어서인지 모르겠으나 가까운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도 이야기할 만한 주제들이 금방 동이 나 버린다. 공통된 주제와 공유된 감정들이 점점 사라져서 뉴스를 주고받는 것 같은 무미건조한 대화들이 많아서 조금은 섭섭한 요즘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수다쟁이 중국인 초등학생을 만났다. 한국어 공부가 더 필요한 학생들에게 기존 수업 시간에 한 시간 정도 한국어를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일대일 수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 학생은 매일매일 정말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내가 대답할 타이밍을 놓칠 정도이다. 하루는 오늘 과학 시간에 '새'에 대해서 공부했다면서 '새'의 종류를 그림을 그리며 열심히 설명을 했고 나는 그 이야기에 푹 빠져 너무나 흥미롭게 들었다. 오랜만에 '수다'다운 '수다'를 한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당신들의 요즘 '수다'가 궁금해졌다. 당신은 요즘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는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재미를 느끼는지 알고 싶다. -하모예
(답변)
지인들과 겉도는 대화가 늘어간다는 것에 공감한다. 그래서 요즘은 정말 소소해도 그 사람이 어떻게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에 대한 대화가 재밌다. 새로 시작한 취미일 수도 있고 결혼 준비를 하는 이야기, 회사에서 있었던 이야기 등 마음을 열고 듣다 보면 은근 주제가 다양하다. 제대로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그냥 뭘 했다는 것에서 그치기보다 그 사람의 생각이나 느낀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대화가 잘 이어지려면 경청과 영혼 담긴 리액션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도 있을 것이고 위로나 응원이 필요한 상황도 있을 것이다. 일상 이야기에서 시작했더라도 또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진지한 대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재밌다. - 콩이
2024년 <질문의 편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매달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프로젝트입니다. 10월의 편지 질문과 저의 답변을 공유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