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주마다 지역마다 법이 다르다. 제목은 내가 지냈던 미국 동부의 일부 지역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사실 다른 지역은 어떤지 잘 모르지만 차이가 있을 것이다. 아무튼 처음에 엄격한 법에 조금 놀랐던 부분이다.
한국에서는 대학 축제날이나 평소에도 행사가 있으면 캠퍼스 내에서 주점을 열거나 한 잔씩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미 동부 대학에서 잔디밭과 같은 야외에서는 술을 마시면 안 될 뿐 아니라 술이라는 것이 보이게 들고 다녀서도 안 된다. 적어도 안 보이게 종이백에라도 넣어서 들고 가거나 가방에 넣어야 한다.
이 부분은 대학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야외 상황에서 해당된다. 한강에서 야경을 보며 마시는 맥주 한 잔의 낭만은 미국 동부에서는 불법인 것이다. 위의 사진 같은 예쁜 피크닉 느낌은 불가능이었다. 미국에서 느낀 문화 차이 중에 가장 큰 부분 중 하나였다.
미국 동부에는 전통적으로 내려져오는 금주법의 영향으로 술에 대해 의외의 제한이 있다. 그냥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행하는 제한 사항이 아니라 법으로 규제되는 제한 사항들이라 신기했다.
우선 술은 일반 슈퍼마켓과 같은 상점에서 판매하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주류를 전문으로 파는 가게가 따로 있다. 내가 살았던 동네에도 와인과 맥주, 사케, 소주 등을 파는 작은 가게(liquor shop)가 있었다. 거기에서는 신분증을 확인한 후 술을 살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대형 마트에서는 맥주 등을 쉽게 많은 양을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의외로 온라인 주류 구매는 가능했다. 온라인으로 구매해서 배송하는 것은 허락되는 것이었다. 코로나 기간이라서 그랬을까. 배송을 시키면 길거리에서 술 자체를 내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그럴까? 길거리에서 술을 보이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이런 금주법이 있는 주에서 살아보니 한국에서의 삶이 다시 보였다. 대학 입학 후 잘 마시지 못하는 술을 MT 때마다, 행사 때마다 마셔야 해서 힘들었던 기억. 대학을 졸업해도 사회에서는 술이 또다시 분위기를 좋게 해 준다는 명목으로 술자리가 잦다. 술 권하는 사회라고 할 만 하다. 그러다보니 사실 야외 술자리도 별다른 경각심은 없어 보인다.
실내에서 안전하게 마신다면 모를까 야외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위험한 일은 맞는 것 같다. 술자리에 낭만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현실적으로 대학 시절에도 술 때문에 MT에서의 안타까운 사망 사고도 들려오곤 했다. 그래서 미국에서 지낸 후에는 야외에서의 음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물론 실내 공간에서 술을 마신다고 해도 과음을 한다면 안 좋은 건 마찬가지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문화 차이라는 것은 알면 알수록 재밌다. 미국 사람들도 술을 적게 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술에 대한 경계심이 법에 남아 있는 점은 흥미롭기도 하고 공감이 가기도 한다.